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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영 Dec 26. 2019

마흔아, 안녕?!

도시 프롤레타리아를 거부한 철없는 영이의 성장 이야기

서른아홉..

나의 30대, 남은 5일..

저는 지금 제주에 있습니다.


딱히 무언가 정리할 것도 없는 삶..

그러나 그 자잘하고 아귀도 잘 맞지 않는 삶의 조각들을 나름의 색으로 분류하고, 공통점을 찾아 그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더 나아가고자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출발 이틀 전 비행기 티켓을 끊고, 크리스마스이브에 급하게 떠나 온 제주행..

정리되지 않은 너저분한 생각의 조각들과

이젠 가슴으로 낳은 자식만큼이나 소중한 반려견 호두와

그렇게 혼자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한껏 들뜬 커플들이 공항 구석구석을 꽁냥꽁냥 누비는 것도 아랑곳 않고

혼자 커다란 배낭을 메고, 강아지 가방을 들고, 마치 다른 별에서 온 이방인 마냥 섬처럼 떠있다 오게 된 제주..



겨울 제주는 처음입니다.


도착하고 이틀은 늦가을 날씨를 보여주다 오늘은 오전부터 비가 흩뿌리더니 도저히 걸어서 관광할 수 없을 만큼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더군요. 오랫동안 간신히 숨겨온 누군가의 진면목을 봐 버린 것처럼 제주의 진짜 얼굴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 그러나 결코 미워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 도시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섬처럼 부유하던 제가 자연스레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잠시 몇 년간 이곳 제주에서 복잡한 맘을 좀 오래도록 치유받으며 지내볼까.. 하는.. 운 좋게도 좋은 인연으로 만난 지인 몇 분이 이곳 제주에서 먼저 터를 잡고 지내고 있어 계획의 실행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마흔 즈음에'라는 타이틀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 내려 갔던 시간들.. 이젠 정말 마흔의 문턱을 넘습니다.

무언가를 정리하고 싶은데.. 그래서 버릴 것은 더 이상 내 안에 머물지 못하게 하고 싶은데.. 그래서 내 마흔이 더욱 빛났으면 하는 마음인데.. 대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시간은 단지 이렇게 흐를 뿐이라는 것을 알았으면서 괜스레 의미를 부여하고 분절되지 않는 무언가를 정리하려 한 시도 자체가 어리석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그랬지만 올 한 해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수없이 흘린 슬픈 눈물들과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내리 꽂혔던 마음들.. 그 사이 간간히 살아갈 용기를 주었던 짧은 즐거움과 웃음들.. 그렇게 한 해를 잘 버텨냈습니다. 내년에는 올해 제게 유독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한 반려견 호두의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할 계획입니다. 녀석을 만나게 된 순간부터 어리석게도 녀석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 그러나 눈물로 다시 재회하게 된 순간들을 천만 반려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네요. 


부족한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신 44인의 구독자 분들께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 제 글로 힘을 받는다면 계속해서 마음 속 이야기를 써내겠단 다짐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단 한 사람이어도 글을 쓰는데.. 무려 44분이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내년엔 정말 읽을만한 콘텐츠를 고민하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미리 새해 인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평온한 한 해가 되시길 철없는 영이가 진심으로 기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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