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이란
올해 나의 운이 좋았던 것인지 레이오프 이후에 바로 다음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 아예 동일한 업무에, 심지어 급여는 더 올랐고 이제는 사무실 출근도 필요 없는 재택인 부동산 포트폴리오 매니저다. (전화위복인 것인가 캬)
일도 비슷하고, 조직구성도 비슷하고, 모든 것이 거의 동일하지만 이번 직장에는 아주 새로운 한 가지가 있다: 개인 고객의 돈을 굴려줘야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자산 운용사의 주 고객은 기업이다. 즉 기업이 운용사에게 와서 "내 돈 굴려줘"라고 일정 금액을 맡기고 하면, 운용사는 그 돈을 여기저기 투자해서 불려주는 것이다. 부동산을 놓고 보면, 아주 간단하게는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건물을 산다.
그런데 이번 회사의 고객은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다. 위의 그림에서 큰돈을 맡기는 기업대신, 적은 돈을 맡길 수 있는 개인을 수천 명 모집해서 건물을 사는 것이다. 이걸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이라고 부르는데, "대중(crowd)"에게서 돈을 모집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이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장점은 기회를 개인에게 열어준다는 것이다. 보통 기관이 투자하는 건물은 애초에 금액도 너무 크고, 개인이 쉽게 찾을 수 없는 좋은 매물이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사람도 이런 기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조금 더 풍족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것 같다. 매번 느끼지만 미국은 돈 많은 사람이 아주, 아주 많다. 아니 적어도 연금계좌에만 몇십억씩 들어있는 사람은 정말 지천에 깔렸다고 해도 될 정도. 이렇게 일단 가진 것이 많아지면 혼자서 그 큰 금액을 굴리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 그러니 이런 회사를 통해서 전체 자산의 일부를 부동산에 넣어놓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이유 때문에 가장 큰 단점도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잔소리가 많고 고객 만족이 어렵다는 점. 기업이 고객인 경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별 반응이 없다. '어느 건물을 지어 올리다가 사건 사고가 나서 들인 돈을 못 받을 것 같다'라는 안 좋은 뉴스를 전해도 그런가 보다 한다. 버틸 수 있는 자금이 많고 경험도 많기에 일희일비할 일이 없다.
반면 개인은 사정이 다르다.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장을 매 번 이해해 주기 어렵다. 들어간 돈이 없어질까 더 노심초사한다. 그렇기에 이런 크라우드 펀딩 회사에는 고객상담 담당팀 조직이 별도로 있다. 그만큼 문의와 항의가 많이 오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더라도 새롭게 배울 부분이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