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끝으로 25년의 절반이 마무리되었으니 또 써보는 2분기에 했던 생각들.
부동산을 업으로 하다 보면 많은 숫자를 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서글프지만 자꾸 마주하는 깨달음이 있다. 동네와 건물의 수준과, 사람들 행동의 연관성이 자꾸 보인다는 것이다.
A 클래스 (최상권 위치, 새로 지은 아파트, 비싼 월세) 빌딩은 여러모로 관리가 수월하다. 우선 세입자가 월세를 애초에 밀리는 적이 별로 없다. 이렇게 한 달에 렌트를 제 때 받는 비율을 Rent Collection Rate이라고 하는데 Class A 아파트는 그 비율이 거의 늘 90% 이상이다. 처음부터 세입자를 받을 때 월 수입이 일정 금액 이상이 되는 사람만 받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의 수가 적은 편이다.
B 클래스 (지은 지 10년 이상 된 아파트, 도시 근교 위치, 감당가능한 월세)부터는 사람들의 행동이 갈리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월급이 적은 편일 뿐 성실한 직장인으로,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잠만 자러 온다. 한편 그 옆 집은 하루 종일 밖에 안 나가고 게임만 하는 은둔형 스타일의 사람도 산다.
C 클래스 (주로 위험한 동네, 오래된 건물, 주로 저소득층 상주)는 후...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다. 건물 매니저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가 압도적이다. 월세가 밀리는 것은 기본이고, 건물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유지보수 하는 것만도 정신이 없다. 가끔은 집 안에서 불법으로 마약을 팔다가 적발되어 감옥에 가는 세입자도 있다 -_-;.
그런 사람들 왜 쫓아내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미국 대부분의 주(State)는 집주인보다 세입자를 우선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내고 버티고 있어도 막상 쫓아내는 건 매우 어렵다. 심지어 쫓아내면 집안을 다 부숴버리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
한국 중산층으로 자라며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정리하기, 약속 지키기, 남을 배려하기 등 기본적인 예의범절 스킬? 정도는 갖췄던 것 같은데.. Class B와 C 세입자들을 보며 '아아, 아무래도 미국 사람의 평균 수준은 생각보다 엄청 낮을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이 스쳐간다.
자라며 아무렇지 않게 받은 많은 것 - 좋은 행동과 말투, 신뢰받는 사람이 되도록 만든 가정교육, 학교와 학원에 앉아 배운 지식 - 이 모든 것이 혜택 받지 못한 누군가는 전혀 모르는 세상의 낯선 것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들 잘못이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서 누가 그들과 엮이고 싶을까? 내가 그 위치에 있지 않아 안심되는 마음도 있고, 가진 것과 사람의 수준이 갈수록 더 연관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