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회복

by 배붕

사건이 터지고 약 한 달 기간 정도가 지난 것 같다.

불면증을 달고 살던 내가 잠을 너무 많이 잔다. 애들 재우러 침대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함께 잠들어서 아침까지 잠을 잔다.....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몰라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몸이 안정을 찾으면서 회복단계에 들어선 거란다.

낮에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졸리거나 한 게 아니라면, 그동안 몸에서 많은 소모가 있었던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라고 하신다.


이렇게만 들어도 그동안 내가 그 사람과 지냈던 7-8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도 모르게 노심초사하면서 살았나 보다

언제 트리거가 되어 터질지 모르는 폭력성 앞에서 조심하면서 살아서 불면증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와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시어머님은 변호사 상담을 받아본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합가 해라 애들을 생각해라 하던 나를 괴롭히던 카톡도 이제 보내지 않으신다.


엄마와 아빠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고, 나도 그 속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남편하고 사건이 벌어진 집에 다시 안 들어가도 되고 새로 구한집도 왔다 갔다 하고 있지만 햇빛도 잘 들고 따뜻한 느낌이 너무 좋다.

지난주에는 cctv설치와 인터넷 설치로 하루 연차를 내고 그 집에서 재택을 하면서 소파에서 햇빛을 받고 있자니 그 따뜻한 느낌이 좋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 아이들은 안정을 찾아가고 회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퇴근해서 오니 밥 먹고 놀다가 안마의자에서 잠든 둘째를 옮겨놓고, 첫째와 누워서 이야기를 하는데

감정선이 섬세한 첫째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엄마, 마음의 상처는 낫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 그럼~ 밖으로 다쳐서 난 상처는 딱지가 붙고 딱지가 떨어지면 다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보이질 않아서 낫는데 더 시간이 걸려. 하지만 예쁜 말을 많이 해주면 마음의 상처가 빨리 나을 수 있어. "

라고 하자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에이씨, 아이씨, 바보,...... 씨발 이런 말은 상처를 주는 것 같아. 나도 아빠가 욕해서 상처를 받을 뻔했어"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그래 남편이 애들 앞에서 욕하는걸 애들도 몇 번 봤었다. 7살 아이도 나쁜 말인걸 알고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지? 그래서 들었을 때 기분이 좋고 예쁜 말을 많이 해야 해.

그런 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볼까?"

" 너무너무 사랑해. 고마워. 감사해. 엄마 나는 엄마를 너무너무 사랑해"

라고 해주는 7살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나의 이혼의 결정이 너무나도 옳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그 감정이 너무나 투명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치유가 될 때가 많은 것 같다.

어제도 첫째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사랑한다며 꼭 안고 잠이 들었다.


이렇게 가족이란 건 서로 늘 힘이 돼 주는 게 가족인데,

앞으로도 나와 아이들 셋이 행복하게 지내는 생각만 하기도 내 인생은 아직 남은 시간이 많다.


내 몸에 있던 그날의 멍자국이 없어지고 있는 것처럼 나도 회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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