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
1987년 4월의 프랑스 카마르그(Camargue).
농경지대인 카마르그는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Arles)이 있는 해안지역으로 지중해(Mediterranean Sea)와 론 강(Rhone River) 삼각주를 이루는 두 갈래 물줄기 사이에 위치해있다. 바다와 산 그리고 맑은 자연이 어우러진 카마르그의 4월은 쌀농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자아, 서두르시게들. 얼른 모내기하러 가세.”
어린 벼는 차가운 서리에 취약하므로 자정부터 새벽시간의 온도가 12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절기가 어린 새싹을 안전하게 키워내기 가장 적절하다.
오전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다가도 벼를 심다 보면 어느덧 정오를 지나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4월의 중순. 프랑스 카마르그는 한 해 쌀농사를 이제 막 시작하는 힘찬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땀 흘리며 무리 지어 모판(못자리)에 키워놓은 벼를 나르며 모내기를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달리 조용히 큰 컨테이너 박스 5개에 육묘(모)를 가득 담아 혼자 힘으로 나르고 있는 한 나이 든 농부.
뜨거운 태양 아래 머리부터 발끝까지 짙게 그을린 검붉고 밝은 갈색의 피부와 주름이, 오래된 고목(old tree) 같은 그의 역사를 말해준다.
노인의 이름은 마태오(Mateo).
30년이 넘게 프랑스의 비옥한 지대에서 300평 남짓한 논을 혼자 가꾸며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이다.
“하늘이 이토록 푸르고 맑다니, 신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간에게 선물로 주셨음에 틀림없지..”
마태오는 자연을 벗 삼아 홀로 살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과 피부의 결은 언제나 밝게 빛나고 있었다.
40년 전, 마태오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20대 청년이던 농부는 자신이 그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의미를 다 채울 만큼 자연과 그림을 사랑했다.
비, 바람, 태양, 구름, 심지어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도 그는 물감과 붓 그리고 캔버스를 짊어지고 풍경을 담곤 했다.
시간이 흘러 프랑스의 경제가 기울면서 그림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한 그는 결국, 그가 사랑한 그림을 뒤로하고 벼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