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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린 Dec 09. 2022

혼자 집에서 뭐하세요?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만

눈이 온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눈 알갱이로 바뀌겠다고 하던 일기예보가 떠오른다. 겨울이 시작되면서는 짧은 해나 매서운 날씨를 핑계 삼아 게으름을 피워봤다.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할 땐 아무것도 안 하고 머리와 가슴을 비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득. ‘혼자 집에 있으면서 도대체 뭐하냐’ 물었던 누군가의 질문이 올라왔다. 당시에는 ‘집에서야말로 할 일이 많은데요’ 했는데 또다시 내 안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곰곰이....... 있다가 내가 혼자 집에서 하루 

종일 뭐 하나 떠올렸다.      


보통 새벽 즈음(미라클 모닝)에 일어나서 자유시간을 보낸 뒤 아이들을 깨워 등교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각자의 하루를 살고 있을 때 나는 나대로 전공 공부를 하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기도 한다. 어느새 10년 차인 독서 모임에서 글쓰기와 독서를 겸하기도 하고 걷기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운동한다. 끝이 없는 집안일을 하다가 오전 시간을 홀랑 보낼 때도 있다. 기숙사 같은 군 아파트에서 스치는 이들이 잔상에 남아 일상을 그러모아 글을 쓰기도 했다. 쓰다 보면 감정도 흘러가고 막혔던 부분이 흘러가기도 하면서 나름 위안도 얻고 외로움도 달랬던 것 같다.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를 오롯이 살기 위해 쓰다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되는 영예도 누렸다.   


지난 시간을 하나씩 되돌아보니 나름 정리할 수 있는 결과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고 상황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고군분투한 과정이기도 했다. 안정감에 도취되지 않도록, 안일함에 빠지지 않도록 일종의 동기부여의 장이 되어주기도 했다. 작은 글이나마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 없는 외침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에세이스트’가 떠올랐다.      


에세이스트. 

수필 또는 에세이(essay)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산문 문학이다. 주제에 따라 일상생활처럼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경수필과 사회적 문제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중수필로 나뉜다.     


예전에 읽었던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다시 펼쳐봤다. 두근두근한 설렘과 함께 ‘내가 에세이스트?!’ 하고 가슴속 메아리가 있는 울림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브런치 작가는 일종의 도전이었다면 에세이스트는 삶을 대하는 태도나 정체성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누군가의 가족, 애들의 엄마로만 불리다가 나로서 온전히 자유하게 느낌과 사색을 만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노동이 드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다시금 나의 전공으로 일을 할 때 지난 10년의 세월이 경력이 되어 주리라 기대도 된다.      


잔뜩 웅크렸던 지난 시간이라는 씨앗이 꽁꽁 얼었던 땅이 녹아 연녹색의 싹을 틔우는 것처럼 내 안의 것들의 작은 소망 하나 틔워봐야지 싶다. 이쯤 되면 ‘혼자 집에서 뭐하세요.’ 질문에 대한 답은 충분히 될 수 있지 않을까. 



계급 문화와 특유의 환경이 내포되어 있는 군인가족 지점에서 

개인성이 강한 내가 

더불어 살아가며 성장하는 일상을 담습니다.

보편성과 개인성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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