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나는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덜 자란 어른이 아이를 키우다

by 서봄

28살, 나는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계획한 임신은 아니었다.
결혼을 준비하던 시간보다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더 빨리 시작해야 했다.

그때의 나는
어른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서툴렀고,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지기엔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나의 결혼은
선택이라기보다 도피에 가까웠다.

대학을 다니던 20대 초중반,
아빠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1년의 투병 끝에 아빠는 돌아가셨다.

정이 많던 우리 아빠는
마지막까지 가족을 걱정하던 사람이었다.

아빠가 떠난 뒤
나는 갑자기 집안의 중심이 되어야 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엄마와
아직 어리기만 한 동생.
그 상황은
스물몇 살의 나에게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웠다.


아빠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급하게 구했던 일자리는
아빠가 돌아가시며 함께 내려놓게 되었다.
원해서 선택한 삶이 아니라
버티기 위해 붙잡았던 시간들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6개월 남짓, 우리 가족은 크게 흔들렸다.
내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모두가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고,
그래서 나는
어서 결혼해서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1년의 투병이 남긴 것은
병원비와 아버지의 빚뿐이었다.
모든 기대가 버거웠고,
해야 할 역할은
너무 많기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

어른이 된 뒤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으며
어른이 되어가야 했던 시간.

그 시작이
나의 스물여덟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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