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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곰곰 Jan 24. 2019

작가 지망생 지망생

그나마 맘먹으면 할 수 있는 것.

좋은 작품을 많이 보면서 나도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어렸을 때 뭔가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수많은 작품을 탐독했고, 습작도 많이 만들어봤고, 단 한순간도 작가가 아닌 삶을 상상한 적 없다-는 서사는 내 것이 아니다. "예술이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어!"라며 부끄러운 허세를 부리면 부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까내리는 오만함보다는 예술을 좋아하는 나를 못마땅하게 보는 자기불신에 가깝다고 변명해본다.


내가 가진 것들은 특별하지 않아. 오랫동안 바라온 꿈도 아니야. 필요한 재주가 특출난 건 더더욱 아니야. 전업으로 만들기에 전념할 만큼 절박하지도 않아. 아마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운은 나를 비껴가겠지. 나도 안다.


그래서 더더욱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이 안 나온다. 밑천도 내공도 배경지식도 없는데 뭔가를 바란다고 입밖에 내는 건 내 무지를 동네방네 알리는 것 같다. 그리고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못 만드는 상태, 아무도 안 봐주는 상태를 견딜 자신이 없다. 


나 : 작가지망생이 되겠어

짝꿍 : 왜 작가가 되겠다고 말하지 않고?

나 : 작가는 내가 되고싶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작가 지망생은 맘먹으면 될 수 있는 거잖아.


동거인과 이런 대화를 하고 나서 맥락없는 꿈을 꿨다. 브런치 독자에게 "제 글이 어떤지 솔직히 말씀해주세요!"하고 물었다가 "솔직히 점점 별로인 거 같아요. 내리막길이네요"라는 대답을 듣는 꿈. 뭐라도 업로드해왔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내리막길은 무슨 내리막길이냐. 내 무의식은 정말로 작가지망생 지망생이 되고 싶다면 당장 가서 뭐라도 쓰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토록 어이없는 꿈을 만들어낸 내 뇌의 랜덤플레이에 감탄했다.


덕분에 글 한 꼭지를 썼다. 지망생 지망생에서 지망생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쓰고 나니 또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다. 다음 꿈에는 "너무 메타글쓰기만 하시네요" 하고 누가 지적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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