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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빙스톤 Feb 16. 2022

오늘은 나쁜 상사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오늘은 나쁜 직장 상사에 대해 말해보겠다. 

내가 나쁜 직장상사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차후 우리는 어떤 직장 상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결론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다. 난 그냥 어떤 나쁜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하고 싶을 뿐이다. 내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악마가 눈을 번쩍이며 포효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분에 대한 뒷담화일 뿐이다.   






그 분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며 이해를 하려하지 않는다. 말 뿐만 아니라 교육청에서 온 서류도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공문이라도 하나 오면 칠판에 서서 일타강사 강의를 해줘야 할 판국이다. 전달 온 서류의 문장 하나하나에 각주를 달아 이건 이러고 저건 저러니 제발 알아주면 안되겠냐고 바지가랭이라도 잡고 싶다. 실상 바지가랭이를 잡지는 못하는데, 심심하면 전화를 걸어 이리오라 저리오라는 통에 호출을 받고 그분의 사무실로 왕복을 하며 10번쯤 같은 대답을 해주고 난 뒤에야 


"아~~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지요?"


라며 깊은 득도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깨달음이 너무 즐거웠던 그분은 


"그래서 선생님은 이제는 똑바로 이해를 하셨나요?"


서울역에서 묻지마폭행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물음을 던진다. 나는 남아있는 은행 빚을 생각하며 분노를 삭히고


"네. 이해가 되었어요."


은행빚이란 인간을 얼마나 성장하게 하는지.







그분은 일을 크게 벌리는걸 좋아한다. 자신은 감당도 안될만큼 최대한 크게 벌이고자 한다. 그 일의 크기는 햄스터가 코끼리만한 똥을 싸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분의 일처리 능력은 햄스터 쥐꼬리만하지만 벌이는 일의 규모는 코끼리 똥구멍에서 나오는 10년묶은 똥보다 더 크다. 코끼리도 똥구멍이 찢어져라 싸야 나오는 똥만큼 크다. 그리고 자신이 벌인 일이 감당이 안되어 가장 만만한 호구를 잡는다. 그 호구는 때때로 나다. 


다른 학교는 참여도 안하는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시켜놓고 각 학년에 한 반씩은 나와 전 도민 앞에서 장기자랑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분은 그래야 한다며 나를 설득했다. 나는 코로나 시국에 모든 도민이 보는 앞에서 장기를 자랑해야 하면, 어떤 선생님의 어떤 반이 지원할꺼고. 게다가 이 시국에 아이들은 어디 모여서 연습을 하냐고 반문했다. 어디서 보고 들은 소리는 많아 날더러 아이들의 재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그래. 이번엔 그분의 말을 믿어보자. 


나는 모든 학년 부장님들을 앉혀놓고 전 도민이 보는 앞에서 장기자랑 할 반을 찾는다고 했다. 부장님들은 이 시국에 애들을 데리고 무슨 연습을 해야 하냐며 되물었다. 나는 그분이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열정이 있으신 선생님들은 코로나 시국에도 아이들의 재능을 한껏 살려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부장님들께선 "너나해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역시 나만 쓰레기는 아니었다. 


그분은 에반게리온의 로보트처럼 생겼다. 

외모로 친구를 놀리면 안된다고 아이들에게 강조했는데 내가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이 되지만 어찌되었든 그분은 에반게리온을 닮았다. 우리반 어떤 녀석이 "이 친구가 바다사자를 닮아서 바다사자라고 하는데 왜 사실을 말하면 안되는 거죠?"라고 했을 때 나는 "친구와 바다사자가 들어서 기분이 안 좋은 말은 하면 안되요."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고 부끄러워졌지만, 가끔은 친구가 기분나쁜 말도 할 수 있는거다. 그 친구와 바다사자도 안 좋은 소리는 대충 걸러듣는 법을 배우게 되거나 맞서 싸우는 방법을 익히며 어른이 되는거다. 


여러분은 이 모든글을 읽으며 날더러 그래서 결론은 뭐고 앞으로 진행방향이 어찌되냐고 묻고 싶을 수 있겠지만 오늘의 글은 여기서 끝이다. 오늘 글이 왜 이러냐고 묻고 싶겠지만 그냥 화가 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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