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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 Dec 26. 2019

눈물 나게 고즈넉한 나의 고향 경주

오직 경주만 줄 수 있는 존재의 기쁨

경주? 나이 들면 살기 좋은 곳이지


나도 무심결에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현재는 미래를 위해 모두 버려두고서

나중에 살만해지면 다시 살러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0년을 살아가는 20대에게 나중에 살만해질 때가 올까? 있다면 언제일까?

적금. 보험. 청약 이런 것이 다 옛날 말이 됐고 우리를 부양할 다음 세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살만한 노후가 올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는 암 판정 직후에나 퇴사하셨고 3개월 후에 돌아갔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 내 친구의 아버지 또한 은퇴  후 일 년 만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이제 나의 세계에서는 지금의 모든 순간들이 앞으로 내게 올 시간보다 훨씬 중요하다.

뿌리 깊은 불교문화가 그리고 눈만 돌리면 보이는 고분들, 첨성대 같은 유적들이 주는 고즈넉함을 예전에는 몰랐었다. 그저 지루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오래된 도시는 계속해서 내게 존재의 기쁨을 느낄  있도록 보여주고 들려줘 왔는데, 외면한 것은 나였다.


사실 경주에 돌아간다는 결정은 내게 실패자가 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명절 때도 잘 가지 않았고 일 년에 한두 번 길어야 2박 3일 정도 보내다가 오는 것이 전부였다. 어쩔 때는 서울보다 더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로 까맣게 잊고 지내려 노력했던 내 고향 경주 


우리가 하는 가게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경주에는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늘어가고 있지만 그나마 신시가지에 있는 학교라 학생수가 적지는 않다.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할  나의 조카들도 반대편 아파트에   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볼 때 마음이 시리다.

 아이들이 자라서 경주에서 살아갈까?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곳에서 살고 싶어 할까?

이제 나에게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다.  아이들이 나처럼 고향에서 스스로를 추방시키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 토박이가 행복한 세상을 가꾸어가자.

다리가 4개인 것 같은, 뿌리가 튼튼히 박힌 나무 같은 평화로운 삶의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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