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지난 지금...
18년 6월 내가 한국을 떠났다.
19년 6월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
20년 6월이다.
굵직한 사건들로 정의 내리는 1년이라는 주기는 1년을 1초로 압축한다.
작년에 여름에 나 뭐했지? 일했지.
구체적으로 작년 6월 18일에 있었던 일을 묘사할 수는 없다.
어제 뭐 먹었는지도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특별한 이벤트마저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없는데
왜 나는 이토록 과거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일까?
잊고 싶은 기억은 바람이 창을 통과하는 것만큼
쉽게 내 순간을 파고 들어온다.
그렇게 쉽게 무기력해질 수 있고, 고립될 수 있고, 단절될 수 있으며,
빛이 사라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언제나 놀라게 된다.
그러나 1년을 돌아보며,
그 시간을 단순히 기억해버리고 싶지 않은 이유 하나는
죽을힘을 다해 평정을 유지하고 아침에 눈 뜰 이유를 찾아 헤맸던
그 시간의 무게를 자랑스럽게 여겨주고 싶기 때문에
내년 6월의 나는 지금의 시간을 또 어떻게 기억할까?
다만 이토록 짧은 어제들와 먼 미래들, 그 사이에 장대한 지금을 살고 있기에
오직 지금의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를.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편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