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문나' 그 존재의 이유
#삶의 공간 _ 우리가 지키고 싶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
제가 숨 쉬고 있는 이 곳 한국, 경주는 한 해에 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오고 가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매년 줄어 현재는 소멸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소멸 위험 지역은 그 지역의 가임기 여성의 인구가 노인 인구의 절반에 미치지 않을 때를 말하며,
따라서 앞으로 30년 후 극적인 터닝 포인트가 없는 이상 소멸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입니다.
경주는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만, 실제로 이곳에 사는 사람은 노인 인구가 대부분입니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할지라도, 소멸의 길을 걷는 것은 현재 지방도시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내년이 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수도권의 인구가 국민의 절반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소비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서만 이루어지고, 문화 여가 의료 환경은 말할 것도 없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지속 가능할까요?
오랜 서울살이와 몇 번의 타국살이를 거쳐 경주에 돌아왔을 때, 제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의무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와 내 친구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고향에 살 권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어야 한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더 이상 대물림하지 말자.
그래서 우리는 더 다양한 삶의 공간과 모양새들이 여러분의 일상에 닿기를 원합니다. 그로 인해 성공의 기준이 흐려지고 가치의 높고 낮음이 무너지고 비교와 무시가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사회의 시선 안에 가두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식탁의 시간 _ 우리가 지키고 싶은 시간의 이야기
이제 우리는 저녁식사를 위해 잡지에 나와있는 요리법을 스크랩하지 않습니다.
대신 가장 맛있는 조리식품, 배달음식, 편의점 음식의 조합을 찾아 나섭니다.
이제 음식을 어떻게 만들지 보다, 누구와 어디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합니다.
각자의 테이블을 큐레이션 합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단군이래 가장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고 있을까요?
현재 우리의 식탁에서 한식은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시 세 끼는 tv 프로그램의 콘텐츠가 될 만큼 생소한 일이 되었고,
여행을 못 가는 대신 여행지에서 먹었던 해외 각국의 음식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러한 모든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푸드 큐레이터가 가지는 책임감은 매분 매초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향토음식과 식문화들 그리고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식재료들이 여러분의 테이블에서 여전히 빛날 수 있는 가치로 재생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세시대 사람들이 먹었다는 ‘영원한 스튜’라는 이름의 스튜가 있습니다. 이 국을 끓이는 냄비는 절대 비워지는 법이 없어 그 이름도 영원한 스튜입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있는 모든 재료를 끌어모아 끓여 먹다가 또 물을 붓고 아무 재료나 넣고 끓이고 하는 식으로 먹었던 음식입니다. 장작불 위에 항상 놓여있던 그 음식은 푹 익은 재료들의 맛의 풍미가 다양해 맛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럽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할머니들은 아직도 입에 풀칠하기 어려웠던 시절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계시고 보릿고개는 추억의 단어가 된 지가 그렇게 긴 세월이 흐른 것이 아닙니다. 없던 시절 식구들 배를 불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만들었던 음식 모든 것이 재생산의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궁중음식만이 꼭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COMFORT FOOD 해석하자면 그리운 옛맛, 위안을 주는 음식이 팔보채인 사람보다는 된장찌개인 사람이 많을 것이고, 타락죽보다는 김치찌개인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더욱 소중한 음식들의 역사와 스토리를 기록하고 아카이빙 할 것입니다. 보존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경주를 비롯한 지역의 그리고 더 좁게는 개별 가정의 식문화 자원들을 종횡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여 스토리를 만들고 전달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여러분 식탁 위의 시간들이 더욱 풍요로운 문화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흔들리는 보트 위에 차린 음식이 아니라 뿌리 깊은 안정감을 주는 식사로 마음을 채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