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2. (일)
셋째가 집에 온 지도 벌써 2주가 넘었다.
셋째는 사랑이라더니 조그만 게 신기하고 예쁘다.
첫째 때는 '이 아이를 잘 살려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에, 둘째 때는 '첫째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온전히 누리지 못하던 신생아의 예쁨을 셋째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도 같다.
팔에 안고 있으면 품에 쏙 들어오는 것도 신기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것도 신기하고, 머리에서 나는 애기 꼬순내(?)도 너무 좋다. 신생아를 씻기고 먹이고 입히는 것도 벌써 세 번째라... 오랜만인데도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별로 어려울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예뻐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좋기만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엄청 행복하고 엄청 힘들다. 중간은 없달까?
아내에게 미안하다.
이미 두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셋째가 태어나다 보니, 첫째와 둘째 등하원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를 내가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신생아 육아를 많이 함께하지 못한다. 어쩌다 잠깐씩 안아주거나, 두 아이를 재우고 새벽에 깼을 때 마침 타이밍이 맞으면 한 두 번 안아 재우는 정도다.
첫째 때는 직장 다니면서도 새벽까지 트림 담당(?)을 맡아 아내가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게 도왔는데, 셋째 때는 아예 아내가 혼자 모든 신생아 육아를 맡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세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몸이 이래저래 많이 상한 아내를 보면 어쩔 수 없이 미안하다.
첫째에게 미안하다.
첫째는 이제 겨우 만 4살이다. 그런데도 셋째가 태어나니 자꾸 이 어린아이에게 '이해'를 요구하게 된다. 그나마 셋 중 머리가 큰 것이 첫째다 보니, '네가 조금만 기다려줘'가 점차 잦아진다. 생각해 보면 얘도 아기인데, 둘째가 더 아기이고 셋째는 아예 아기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래저래 이해를 구하게 된다.
밤에 침대에 누워 '나도 엄마랑 자고 싶다'라며 칭얼대는 첫째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찡하다.
'그래 너도 아직 아기인 것을.'
둘째에게 미안하다.
둘째는 만 2살에 형아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위에 유치원생 누나가 있어서, 대부분의 일정이 누나 위주로 이미 정해져 있다 보니 누나를 따라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리기 쉽다. 지난 주말만 해도 토요일 아침에 누나 발레 따라다니고, 점심 먹고 누나 자전거 타는 거 따라다니고. 그러다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나보다 작은 아이를 내내 안고 있다.
가운데 낀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심한지 요즘 들어 '안아줘'가 잦아졌다. 분명 동생을 예뻐하는데 동시에 질투를 하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사실 질투라는 감정을 맞아들이기엔 2살은 너무 어리지 않은가. 둘째가 집에 왔을 때 첫째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래도 그때는 애가 둘이라 내가 첫째를 데리고 아침부터 동물원도 다니고 키즈카페도 다니며 스트레스를 많이 풀어줬었다 (아래는 당시 썼던 글).
그런데 지금 둘째는 위에 첫째가 있어서 마음껏 데리고 다니지도 못해서 더 미안하다. 누나 따라다니랴, 동생 예뻐하랴 질투하랴 바쁜 둘째가 안쓰럽다.
셋째에게 미안하다.
셋째는 이제 생후 20일을 갓 넘었는데, 누구보다 조심히 다뤄주어야 할 신생아이지만 이미 누나와 형에게 완전히 노출된 상황이다. '만지지 마라'라고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첫째와 둘째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기하겠는가. 그리고 자꾸 근처에 못 가게 하면 장기적으로는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얼굴 만지지 마' 대신 '손 닦고 만져'로 완화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신생아가 잘 수 있게 조용한 환경 따윈 당연히 없다. 셋째가 자고 있어도 옆에서 첫째가 노래 부르고 둘째가 배를 토닥토닥해서 금방 깨기 일쑤고, 지금 잠이 많이 필요한 셋째는 또 울고. 그거 재우려고 다시 안으면 둘째는 예민해지고 첫째는 자기가 안아보겠다고 떼를 쓴다. 안된다고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라, 요즘은 아예 포기하고 같이 목을 받쳐주고 첫째가 안아주기도 하고, 둘째가 토닥대는 것도 막지 않는다.
'얘는 순하다'라고 말씀하시는 조부모님들의 흐뭇한 미소를 보며 부모로서는 마음이 쓰리다.
'태생이 순한 걸까요. 아니면 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지금의 이런저런 미안함과 고민들도 결국은 지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힘듦보다 행복에 집중하려 한다.
언젠가는 오늘의 이 순간이 사무치게 그리울 날이 오겠지. 그리움에 미련은 없도록, 마음껏 이 시기를 누리려 한다.
애 셋 육아, 중간은 없는 이 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