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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an 30. 2024

달리기마저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모든 것

남혁우 [달리기의 모든 것] 책 리뷰






1. 지금은 달리기에 주목해야 할 때


어떻게 계산할 수 있는지 의아하지만 대한민국의 달리기 인구는 약 30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유럽처럼 아침 조깅을 즐기는 분도 많고 매일 달리기 챌린지나 SNS 달리기 인증을 하는 분도 많습니다. 최근에 저도 달리기에 동참하고 있어 관심분야라 더 그래 보일 수도 있지만 달리기로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분들이 많이 늘고 있고, 달리기를 즐기는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달리기는 제약이 적으면서도 건강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운동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걷기도 좋은 운동법이지만 운동량의 관점에서 시간 대비 효과가 좀 부족합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는 걷기보다 달리기를 할 수 있다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를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달리기 방법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당장 한강변에 나가보면 너무 부드럽고 아름다운 자세와 멋진 복장으로 빠르게 달리는 러너들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저도 저 양반처럼 빨리 많이 멀리 뛰고 싶은 욕심이 확 올라옵니다. 3km 뛰고 헉헉 거리다 보면 어떻게 해야 멋진 러너가 될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이러면서 점점 달리기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하나하나 정보를 얻으면서 신세계가 열립니다. 달리는 방법은 물론 복장부터 러닝화까지 선배 러닝 유투버의 추천을 받습니다. 소통의 부재에 답답하면 달리기 카페에도 가입해 기웃거립니다. 그곳에는 하루에도 20km 이상씩 엄청 빠른 페이스로 뛰어 재끼는 능력자들이 득시글 거립니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본인은 고수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기까지 합니다. 워낙 뛰어난 러너들이 많다 보니 그렇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다들 신처럼 보입니다. 


달리기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찾는 너무 좋은 운동입니다. 신체의 밸런스를 잡아주고 체중 조절을 통해 건강을 되찾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이 더 크게 도움을 받습니다. 달리는 동안 번잡한 외부 환경과 단절되고 자신과 대화할 수 있어 굉장한 힐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지치는 분이 있다면 꼭 달리기에 관심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2. 달리기도 쉽지가 않다니깐 정말... 


온라인의 세계로 달리기를 즐기는 분들을 만나다 보면 세상에 나 빼고는 이미 다 열심히 달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얼른 달리기 실력을 키우고 건강해지고 싶습니다. 아직 달리기 관련 근육이 부족하고 과체중이어서 조금만 달려도 힘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달리다 보면 흥도 나고 욕심이 슬슬 생기다 보니 어김없이 부상을 당합니다. 성장통 같은 이런 부상이 오면 당연히 고수들의 경험을 빌리려고 질문을 합니다. 대한민국은 오지랖의 민족이 아니랄까 봐 질문에 누군가는 친절하고 성실하게 답을 해줍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사지를 충분히 해줘라. 잘 쉬어줘라. 등 아주 일반적인 대답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다들 개인차가 있고, 의외로 인간의 몸은 인간들마다 같아 보이면서도 많이 차이가 있다 보니 어떤 충고도 개인의 경험에 기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똑 들어맞기가 어렵습니다. 서로 다른 내용으로 충고를 하면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도 고민입니다.


우리는 이럴 때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정형외과 의사에게 가면 거의 대부분 쉬어라. 절대 뛰지 말라는 말만 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부상이 낫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 달리기를 안 하면 낫는 것이라 뛰지 말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죠. 그런데 잘 뛰려고 의사를 찾았는데 무조건 뛰지 말라고 하니 이거 영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남정형 외과는 러너들의 성지로 불립니다. 이곳 남혁우 선생님은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풍부한 경력의 러너이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달리기에 효용을 직접 체험하고 풀코스마라톤은 물론 철인삼종경기에 울트라마라톤까지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분입니다. 


이런 희소성 있는 이력 때문에 달리기를 즐기는 러너들의 특징적인 고통이나 부상에 대해 무척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달리기에 특화된 부상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 사례와 연구자료를 통해 달리기 부상이 무엇인지부터 왜 생기는지 어떤 부위에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증상과 근육과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상세히 정리하신 분입니다. 


[달리기의 모든 것]은 왜 달리기가 좋은지, 달리기에 대한 오해는 어떤 것이 있는지로부터 시작해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달리기의 자세와 기술, 장비 등에 대해 가벼운 수준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핵심은 달리기 방법론이라기보다는 달리기 부상론에 있습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달리기의 모든 것]은 사실상 "달리기 부상의 모든 것"이라고 했어야 맞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달리기 부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달리기 부상의 원인부터 빈도 치료의 기본 단계를 거쳐 무릎, 정강이,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발목, 족부, 골반과 고관절 등 모든 부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상에 대해 상세한 해부도까지 더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 부상별로 발생 가능한 원인부터 원인 요인별 빈도 등 통계적인 자료까지 설명하고 있어 실제로 부상이 발생한 분이라면 상당히 의미 있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도 거위발 건염이 발생해 한참을 쉬고 있는 와중에 부상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열심히 서칭을 하는 과정에서 남정형외과를 알게 되었고, 이 책도 읽게 되었습니다. 여러 영상에서 거위발 건염에 대해 알려주고 있지만 전문의인 저자의 책 속 설명을 보니 좀 더 믿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각 부위별 부상에 대한 지식을 얻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이렇게 다양한 부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더 큰 효용은 각각의 부상이 오는 원인이 설명되어 있어 달리기를 할 때 미리 조심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의 전반적인 케이스를 미리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상이 생기는데도 무시하고 계속 뛰다가 큰 부상을 이어지는 분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3. 제목만 보고 결정하지 말 것.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제목입니다. <달리기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이 책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이 책은 달리기의 거의 전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달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려고 선택할 때 기대하는 바를 생각하면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달리기에 관심이 처음 생긴 분이나 달리기를 사랑하는 분이 달리기에 관한 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요? 전문가는 달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달리기의 달인이 되었을까?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을까? 보통은 이런 궁금증에서 책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분명 달리기의 기본적인 개념과 장점, 달리기를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 알아야 할 점 등을 전반적으로 폭넓게 다루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이 책의 핵심은 달리기 관련 부상 집중 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 관련 부상이 어떤 것이 있는가? 정도로 다루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어떤 책 보다 철저하게 "집중 탐구"를 하고 있습니다. 


달리기로 생길 수 있는 부상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위별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분량만 해도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습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아무래도 달리기 부상에 대한 내용만 쓰기에는 너무 전문적이라 앞부분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달리기 일반론을 좀 쓰자' 이런 접근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저자가 전문 러너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경력이 풍부한 하드 러너인 데다가 달리기 부상에 대해 오래 연구한 정형외과 전문의이기 때문에 달리기 부상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의 내용은 달리기에 관심이 있고 부상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무척 의미 있고 소중하며 희소성이 있는 독보적인 책이라 여겨질 보석 같은 책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책 표지만 보면 달리기 부상에 대해 전혀 강조하는 뉘앙스가 없습니다. 적어도 부재만이라도 "달리기 부상에 대한 집중 탐구" 같은 문구를 써서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리뷰를 보면 오로지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해서 재미가 없었다는 반응을 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의 마케팅적 판단 때문에 판매는 많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거짓말 아닌 거짓말 같은 시원치 않은 느낌 때문에 이 책의 가치가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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