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마타 료 <세상에서 가장 알기 쉬운 근육연결도감> 책 리뷰
1. 근육 연결도감이라니...
SNS나 쇼츠를 많이 보다 보니 몸매가 너무 멋지고 운동능력이 대단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달리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열심히 달리고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나아지지 않습니다. 달리기 실력도 잘 늘지 않고 그러다 보니 괜히 무리를 하게 됩니다. 이 보잘것없는 몸으로 무리를 하니 바로 부상이 옵니다. 조금만 달리면 무릎도 아프고 족저근막염도 옵니다. 회복을 위해 쉬다 보니 체력이 다시 또 떨어지고 원상태로 돌아갑니다. 이 악순환의 무한 반복입니다.
이런 상태인데도 운동을 하니까 입맛은 또 엄청 좋아져서 먹는 건 많아지고 달리면 살이 빠진다더니 몸무게가 오히려 늘어납니다. 이거 참, 미칠 지경입니다. 괜히 러닝화만 늘어나고 맨날 달리기에 좋은 운동 같은 걸 검색하고 있고, 따라 하다 보니 내 몸으로는 저 동작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오히려 우울감이 생기고 좌절하게 됩니다. 이건 뭐 활력이 넘치고 삶이 나아진다더니 되려 자존감만 낮아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입니다.
이 와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칭을 해도 딱히 좋아지지 않는 몸 상태를 느끼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보다가 근육연결도감이라니 관심이 생겼습니다. 보나 마나 복잡한 근육 그림에 장황한 설명으로 질리게 만들겠지 싶은 생각에 그저 슬슬 훑어만 보고 혹시 필요한 부분이 있나 살펴만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펼쳤는데 와따시와 일러스트가 졸라 귀여워! 카와이~~~ 미쳐버려~~ 이러하게 이 책은 제 맘에 쏙 들어버렸던 것입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근육연결도감이라는 책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해부학적인 결 같은 그림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도감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깨버린 것이 신의 한 수라고나 할까요? 저자인 키마타 료씨는 일본의 스트레칭 트레이너인데 본인도 세미나나 워크숍 등에서 어렵게 설명하는 것이 짜증 나서 고민 끝에 귀염귀염 일러스트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양반 귀여운 망가 매니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하여 도감 같지 않은 도감이 탄생한 것입니다.
2. 근육 연결도감은 뭘 알려주는 책인가?
일단 이 책을 읽으면 '아, 근육의 연결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구성되고 움직임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라는 큰 흐름을 알게 해줍니다. 우리 같은 비 전문가가 각 근육 하나하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세히 알면 뭐 하겠습니까? 그저 우리 몸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굳이 복잡한 용어와 디테일을 알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고 봐도 기억도 못 합니다. 저자가 이 부분을 정확히 알고 일반 대중의 필요를 제대로 읽어서 그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알기 쉬운 근육 연결도감>은 우리가 가만히 서 있을 때조차 여기저기 활성화되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움직임을 돕는 '움직임 근육'에 대해 일러스트로 알려주는 책이라는 것입니다. 또 전체 몸을 늘리거나 응축시키는 등의 운동, 움직임에 어떤 식으로 서로 관여하고 협력하는지 직관적으로 알려줍니다.
우리 몸의 근육들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동작하는지를 알게 되면 내 몸이 어떤 식으로 문제가 있고, 어느 부위가 대책이 없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뭔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해결 방법이 나오고 해결이 안 되더라도 막연히 짜증이 나기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제 몸의 근육과 근막들이 제멋대로 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놈들을 억지로 질서를 부여하려 하는데 전혀 말을 안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살살 달래야 할지, 억지로 윽박질러서 바로잡아야 할지 결정할 근거를 마련해 줍니다. 물론 근육연결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해서 실제로 제 몸 상태가 딱히 좋아지는지는 별개의 문제기는 합니다. 이미 50년 가까이 제멋대로 써왔기 때문에 각 근육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반항이 심합니다. 게다가 스트레칭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고관절 같은 부분은 뱃살이 동작을 방해하기 때문에 더욱 모양새가 빠집니다. 그럼에도 전신의 균형에 대해 종합적으로 보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는 크다고 봅니다.
3. 근육 연결도감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일단 이 책은 글이 많지 않고 쉬운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직관적으로 그림으로 바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다음 내가 받아들인 그림이 실제 내용과 맞는지 글을 읽어보면 됩니다. 대체로 그림만으로도 내용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저자가 그렇게 그리고 썼습니다. 저자의 의도에 맞게 대충 편하게 봐주시면 좋습니다.
특히 근막을 중심으로 근육의 연결이 무엇인지 아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 이 근막을 중심으로 한 근육의 연결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소개하는 극 초반이 가장 좋습니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어렵고 관심이 없다 하시는 분은 서점 가셔서 딱 앞에 0장만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장에서 6장 까지는 큰 틀에서 전체적인 근육의 연결과 각 부위별 연결에 대해 설명합니다. 자세가 좋아지고 싶거나 스트레칭 효과를 더 보고 싶으신 분이나 특정 부위의 통증이 있어서 원인을 알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6장까지 읽으시면 관심 있고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7장부터는 조금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등장합니다. 저도 이때부터는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 신공을 발휘해서 무지성으로 후루룩 읽었습니다.
전문 트레이너가 되시려는 분이나 운동선수가 아니시라면 후반부는 좀 대충 읽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일 말미에는 이 근육연결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사례가 등장해서 그나마 감기던 눈을 다시 뜰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쉬운 일러스트를 썼다고 해도 역시 신체에 관한 내용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본 어떤 책보다 쉽고 친근하게 근육연결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제 몸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던 책입니다. 강추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