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민화풍 일러스트로 새생명을 얻은 소설

조영주 작가 <조선 궁궐 일본 요괴> 책 리뷰

by 돈다돌아
k432030102_1.jpg





1. 중요하다! 책 디자인


사람들이 예쁘고 잘 생긴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이 본능인 것처럼 책도 내용과 상관없이 예쁜 것이 끌리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아무리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도 좋은지 나쁜지 지내봐야 알지만 드러난 외모는 순식간에 접수되고 어느 쪽이든 인지 편향을 가져오니까요. 책이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지는 어차피 다 읽어봐야 압니다. 물론 독서 구력이 좀 쌓이다 보면 척 보면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예쁘고 그럴듯한 표지와 내지 디자인, 그리고 제목에 홀랑 넘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영주 작가와 윤남윤 화가의 콜라보로 탄생한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저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입니다. 첫 장면을 읽자마자 '엇 익숙한 전개 뭔지? 데자뷔 인가?'하고 하나의 소설을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꽤 오래전에 읽었던 리디북스 전용 소설이 기억났습니다. 그때 제목은 <갓파의 머리 접시>라는 직관적인 제목이었는데, 표지 그림 역시 얘들 동화 같은 직관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때는 소설 내용이 정말 좋고 재미있는데 접근성이 없고, 많은 분들이 선택하기에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랬던 이 친구가 전신 성형을 심하게 하고 환골탈태한 상태로 다시 나타났던 것입니다. 국내 최대...는 아니지만 국내 최고에 속하는 "공 출판사"에서 시술을 받은 이 친구는 개명까지 해서 나타났습니다.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기존 제목보다 훨씬 좋습니다. 갓파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 요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생소할 수 있고, 일본 요괴명이 소설 제목에 떡하니 나오면 선택하기가 쪼옴... 쯥..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루 뭉실하게 일본 요괴로 퉁 친 것은 참으로 현명한 선택입니다. 여기에 장강명 작가가 작명한 제목이라는 스토리까지 한 스푼 더하면 관심이 확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제목과 표지, 내지 디자인만 바꾼 거라면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는데,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책 자체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홍보 포인트도 좋습니다. 이번 도서전을 필두로 애서가, 독서인들에게 베리베리 매우 핫한 무제 출판사 배우 박정민 씨의 관심으로 유튜브 영상에도 소개되고 출판계 마당발, 문어발 발발이 인맥을 자랑하는 공 출판사 공 대표와 이 함께 찍은 사진도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픽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간은 속물입니다. 디자인이 예쁘고 제목이 끌리며 유명인이 소개한 스토리텔링까지 더하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인지하면 너도 나도 관심을 가지며 인기몰이에 편승하고 더한 유행이 휘몰아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과도한 관심과 애정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초기 흥행에는 성공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후 어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솔직히 말해 책은 뭐, 많이 팔리면 장땡이입니다.


화면 캡처 2025-08-04 135026.jpg





2. 또 중요하다! 책 디자인, 제목, 내용


충분히 관심을 받은 책이 흥행에 성공하느냐 여부는 결국 품질에 달려 있겠습니다. 책을 선택하는 데까지는 제목 장사나 표지 장사, 유명인 끌어다 쓰기, 못된 짓(책 사들이기 같은 뭐.. 불편한 일들...)으로 가능하겠습니다만, 결국 선택한 사람들의 좋은 평이 있어야 롱런이 되겠지요. 그러면 요즘 책 읽는 사람들의 좋은 평을 얻는 요소는 무엇인가가 또 중요해집니다.



도파민에 찌든 요즘 시대에 어렵고 긴 글은 필패 요소입니다. 대중적인 흥행을 따질 때 그렇다는 이야기고 물론 지금도 어렵고 길고 난해한 책을 선호하는 독서인들도 있지요. 그러나 비율로 보면 소수입니다. 그런 지나친 지성은 어디다 써먹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나의 뇌 활동을 챗GPT에게 양보하는 시대가 아닙니까? 그런 책의 필요 여부와 무관하게 전반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상당량의 지성을 필요로 하는 책으로는 어렵습니다.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제목도 쉽고 무난 무난하며 누구나 한 번 집어 들고 호로록 읽어보고 싶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부담 없지만 뭔가 호기심을 일으키며 마치 쇼츠를 넘겨 보듯 스윽 보고 싶어지는 정도의 흥미 유발에 적당합니다. 거기에 <갓파의 접시 머리>에서는 상상의 여지가 없는 표지였지만 이 책은 보는 순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민화와 동화 스타일의 표지 디자인이 '일단 집어봐~~'라고 우리를 충동질합니다. 게다가 심지어 더욱이 표지에 요괴가 없어!!! '도대체 일본 요괴는 어디에 사는 누구란 말인가?' 본능적으로 궁금해진단 말입니다.



책 내용은 간단하지만 의외로 읽다 보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교훈까지 있습니다. 사실 대중 소설에서 교훈은 상당한 위험 요소인데, 베테랑 조영주 작가는 그딴 위험에 빠지지 않습니다. 아주 슴슴하고 미미하게 느낄랑 말랑한 수준으로 수위 조절이 좋습니다. 요건 작가 개인의 특성이기도 하고 타고난 감각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포인트가 뭔가 어른 소설인가 아이들 동화인가의 경계선에서 양쪽을 다 포용할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팩션인데 필요한 고증은 제대로 해내고 있고, 그 근거가 되는 부분도 잘 설명하고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기존 이북의 경우 이 중요한 고증의 내용이 매체의 특성상 미주로 처리되어 있어서 중간에 찾아 읽기가 좀 거시커니 했는데,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각주로 처리되어 있어서 바로바로 확인하며 읽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일본 요괴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중요 요소라는 것이 저 같은 꼰대에게 약간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나라와 개인을 분리해야 한다는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 잘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소설 내용에 대한 리뷰는 기존 <갓파의 접시 머리> 리뷰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 비교해 보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문장 손질 정도만 있고 토대가 되는 내용은 동일한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bestkkim/222674128120

?src=%22https%3A%2F%2Fblogthumb.pstatic.net%2FMjAyMjAzMTZfMjIw%2FMDAxNjQ3MzkwNTU4MTM0.TDTpLutxIQ5iNILn6zlylzfJvKL62BhbWl5fuODI-hAg.qGNe9DN3Y3658N6u_dA1_YQ8PdNXlntyIn8lWMspowcg.JPEG.bestkkim%2F%25B0%25AB%25C6%25C4.JPG%3Ftype%3Dw2%22&type=ff500_300






* P.S


흠... 이거 뭐 까기는 뭐하고 언급을 안 하기도 애매해서 한마디 하자면, 갓파에 대해 알면 알수록 거꾸로 해도 윤남윤, 바로 해도 윤남윤님의 갓파 일러스트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갓파는 못생김이 기본 옵션인데, 지나치게 미남 미남 합니다. 심지어 머리에 접시도 생략했어요. 이 정도면 그림이 구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와중에 그림이 좋으니까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드는 제 자신도 싫어집니다. 인간적으로 좀 엔간히 합시다. 오래 고민해서 그리셨다는 것으로 봐서 갓파를 몰라서 이렇게 그린 건 아닐 테고,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셨을 텐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아 물론 진짜 갓파스럽게 그렸으면 과연 매력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또 비판을 하기도 어렵긴 합니다. 누구도 어글리 한 주인공을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어차피 픽션이고 상상의 영역이니 안될 건 없지만 갓파의 우수에 찬 눈을 대할 때마다 혀를 차게 되었단 말입니다. 갓파는 소갈머리 없는 어글리 대머리 아저씨 스타일이라고요!!!



화면 캡처 2025-08-04 135040.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야기 원숭이들, 서사가 좌우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