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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Apr 25. 2024

발리, 어디까지 준비했니?

학교편

발리 사전답사를 다녀오고 가장 많은 시간 공을

들이며 준비한 건 바로 아이의 학교였다.

유치원에 보낼 생각을 하고 답사를 갔다가,

첫날부터 짱구의 혼을 쏙 빼놓는 도로상황을

경험해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유치원 투어를 하면서

생각보다 우리 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생기 있어 보이지 않고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어정쩡하게 있는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마지막 날 우붓 투어를 하며 멀리서나마

유명한 학교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마음은 이미 초등학교를 보내는 것으로 확실히 기울어있었다. 이제 필요한 건 지난한 정보검색의 과정뿐!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쁠랑이 스쿨에 연락을 했다.

반나절 동안 차로만 둘러봤을 뿐인데도

내가 원한 힙은 바로 여기 있었다.

짱구 못지않게 복잡하지만

이곳은 ‘발리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

짱구는 최근에 급격히 개발되어서 그런지

공사현장도 많았고 우리나라 성수동 같은 곳의 매장을

옮겨다 놓은 듯했다.

우드스쿨도 한국 학생들이 많이 가는 학교였지만

쁠랑이 스쿨만 먼저 연락을 한 이유는 주변 환경 때문이었다. 우드 스쿨 주변에는 구글로 찾아봤을 때도

마땅한 숙소가 없었는데 차를 타고 한 바퀴 돌 때도

숙소는 물론 식당이나 카페 등 인프라가 별로 없어 보였다. 진정한 로컬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었으나 아이와 단 둘이 그곳에서 지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쁠랑이 스쿨은 주변 도로와 환경이 잘 정비된 편이고, 내가 원하는 가격대에 도보로 다닐만한 숙소도 몇 개 찾을 수 있었다. 두 학교의 인스타 공식 계정에서 사진을 보면 우드 스쿨이 훨씬 자연친화적이고 우리가 발리에서 기대하는, 뭐랄까, 좀 더 자유로우면서도 영적인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라 미련이 남기도 했지만 일단 거주에 좀 더 적합해 보이는 쁠랑이스쿨 먼저 격파를 해보기로 했다.


구글지도에서 쁠랑이스쿨을 검색한 후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Contact'를 통해 처음 연락을 했다.


구글지도

https://maps.app.goo.gl/isyvMRVkxpo4CAgy5?g_st=ic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elangi_school_bali?igsh=bXhqcG9wZ2R1a3By


연락을 하고 이틀 정도 지났을 때 바로 메일로 답장이 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쁠랑이스쿨의 응대 속도는 발리의 다른 학교에 비해 정말 신속하고 친절한 편이다.

총 12통의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Chat 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글로 적은 다음

영어 이메일 형식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몇 초안에 완성해 준다. 일주일 동안 이렇게 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았음에도 결국 쁠랑이스쿨에 등록을 하지 못했다.


첫 번째 문제는 학비였다.

약 7주 정도를 다닐 예정임에도

Quarter2의 tuittion fee(수업료 IDR17,700,000)뿐만 아니라 annual fee(연회비 IDR 88,700,0000)와 신규학생 등록비(IDR 15,000,000)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금액을 듣고 난색을 표하니까

20-school-day drop-in program을 추천해 주었다. 1년 등록을 하기 전에 짧게 경험을 해보는 취지의 프로그램으로 20일 동안의 수업료(IDR 13,900,000)와 등록비(IDR 500,000)만 내면 된다는 점에서 아주 합리적이었다. 이제 드디어 고지가 보인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뿐이었다. (위 금액은 모두 전년도 자료)


두 번째 문제가 생겼다. 

바로 미리 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

 20-school-day drop-in program의 취지 자체가 장기로 다닐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보니 일단 장기학생의 모집이 끝난 후에 빈자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내가 메일을 보낸 시점은 아이가 학교를 다녀야 하는 시기보다 8개월 전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확답도 해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에는 학기가 시작할 즈음에야 등록 여부를 알 수가 있다는 것인데, 발리 세 달 살기의 가장 큰 목적이 아이의 스쿨링이기 때문에 마냥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쁠랑이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선 수업을 듣는데 적절한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추었는지 일종의 확인과정을 거친다는 점도 있었다. 영어를 제대로 배워보지 않은 아이를 몇 달 안에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1학년 수준에 맞게' 가르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물론 메일에는 입학 전까지 가능하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그렇게 까지 해서 보내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우리 아이에게 쁠랑이는 마땅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우드 스쿨을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쁠랑이스쿨과의 기나긴 줄다리기에 지쳐서인지 우붓을 벗어나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사누르에 있는 학교들을 알아봤다.

한적하고, 여유롭고, 한적하고....

사누르 지역을 검색하며 각인 된 사누르에 대한

이미지이다. 사진을 봐도 확실히 짱구나 우붓에 비해 교통량도 적고 인도도 잘 정비된 느낌이었다. 발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어떤 '발리스러움'이 부족한 게

단점처럼 느껴져서

처음에는 그토록 사누르를 외면했는데

결국에는 돌고 돌아 사누르를 알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남들이 다 하는 건 왠지 하기 싫고,

‘국룰'을 따르는 것에 거부감이 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때론 국룰이 마음에 안정을 주고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기도 한다는 것을.


사누르에서 Little Star를 많이 보내지만

주로 유치원에 대한 후기가 많다 보니 일단 패스!

그 앞에 있는

구)루마케실 현)타루와라 학교를 공략했다.

일 년 전쯤 처음 발리 유치원을 알아볼 때에는

루마케실이 단기학생을 받지 않는다는 카페 글들을

읽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인스타 피드를 보니

단기 학생도 받아주는 것 같아 연락을 했다.

참고로 Little Star와 Taruwara 둘 다 유치부 과정도 있고 초등과정도 있다.


구글지도

https://maps.app.goo.gl/DRTX82xBzpNoxhe49?g_st=ic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aruwaraschool.rumahkecil?igsh=MWxkbmR6dWg3dmNrcA==


인스타 DM으로 등록기간과 아이 나이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적어 문의를 했더니

다음 날 바로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 뒤부터는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는

감감무소식이라

내가 3일쯤 지났을 때 아직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보내면 그제야 답을 해주는 식이었다.

겨우 겨우 대화의 불씨를 살려가며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

따로 연회비나 등록비 없이 수업료만

일별(IDR 500,000) 또는 월별(IDR 8,000,000)로

내면 되는 대단히 합리적인 구조였다!

위치도 중심지에 가깝고

주변에 괜찮은 숙소들도 많았다.

인스타에서 활동사진을 보면 좀 더 아기자기하고

활동과 놀이 중심으로 일과가 이루어지는 거 같아서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 아이가 다니기에도

적합해 보였다.

드디어 빛이 보이나 싶은 찰나에

또 스무날에 걸친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결국에는 아직 입학을 확정해 줄 수 없고

내가 원하는 등록기간 한 달 전에

다시 문의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허탈하기도 하고 아쉬웠다.

이쯤 되니, 이렇게 까지 해서 학교를 꼭 보내야 하나

울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동시에 오기가 생겨서

마지막 보루 SIS(Sanur Independent School)

알아보았다.


사실 SIS 입학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걸 많은 검색을 통해 알고 있어서 만일 다 안되면 여기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남겨두었었다. 그런데 그 카드를 쓰게 될 줄이야!


구글지도

https://maps.app.goo.gl/1jwKUQv55o2nN7vL8?g_st=ic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anurschool?igsh=MW1mdnhoNW11anNnNQ==


인스타그램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와츠앱을 통해 연락을 했다.

이미 Taruwara를 통해 단련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기다림의 시간이 몇 차례 이어졌다.

한가하고 여유롭고…그런 동네니까 내가 맞춰야지

하면서도 빨리 해치우고 싶은 마음에 4-5일쯤 지나면 한 번씩 ‘내가 아직 너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학비는 쁠랑이스쿨에 비하면 완전 혜자였으나

이미 Taruwara의 학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등록비는 물론 Resource fee와 Capital levy 등의

명목으로 IDR 6,000,000 정도가 추가가 되다 보니

아쉽긴 했다.

위치도 사누르 중심지와 꽤 거리가 있어서 주변에 그렇다 할만한 숙소도 없었고 택시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커리큘럼도 좀 더 학습이 강조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오직 이 학교만이 내가 그토록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지금 등록 가능합니다.”


학비 내역과 송금계좌 정보가 나와있는

인보이스를 요청한 후

남편에게 해외송금 앱 사용법이 나와있는

블로그 글 몇 개를 보내주고

일주일 안에 완료하라고 업무를 내렸다.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생각에 남편을 닦달했음에도

결국 최종 컨펌과 제일 중요한 영수증을 받기까지

20일이 걸렸다.

그전에 정보를 물어봤을 때는 좀 답답했을 뿐이지만, 대략 180만 원 정도 되는 돈을 송금하고 나서는

불안해서 자꾸 대답 없는 와츠앱을 쳐다봐야 했다.

너무 연락이 없어 인스타 DM으로도 메시지를 보내

확인까지 할 정도였다.

혹시나 내가 이 학교를 사칭한 사기꾼에게 홀라당

돈을 보낸 건 아닌가 하는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다.

최종적으로 영수증을 받고 정말 말 그대로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끝이다!!!


영수증을 받은 후로 한 달이 지났다.

스쿨버스며, 교복이며, 점심이며

물어볼 것 투성이지만 아직은 하고 싶지가 않다.

나는 여행 계획 세울 때가 제일 행복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계획을 세우며

너무 많은 사진과 정보를 보다 보니

점점 그 여행지에 질려버린다.

그래서 여행 직전까지 손을 놓고 있는 경우도 있다.

막상 여행을 가서는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저 여행 계획을 처음 짤 때의 그 설렘과

계획이 있다는 안도감을 사랑할 뿐이다.

그래도 이번엔 아이와 단둘이 처음으로

길게, 그것도 아주 아주 길게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여행 한 달 전쯤에는 다시 열정을 불태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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