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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언니의 일기 Jul 06. 2024

소속직원 잘라내기

내가 꼰대인가 니가 미친 건가

나는 2000년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지금은 2024년..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이제 회사에서는 나이 순으로 5프로 안에 들 것 같다. 그래 난 어쩔 수 없이 꼰대인 것이다


몇 개월 전까지 나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내 소속 직원이었다.

30대 초반의 그녀는 발랄했고 유쾌했기에 업무를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본색을 드러냈다. 출근 후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출근을 하지 않아 연락하니 버스에서 쓰러졌다고,... 너무 놀란 나는 빨리 병원가보라 했더니 아는 병이라 집에 가서 쉬면 된단다고 한다. 그래. 그럼 휴가 쓰라고 하니 휴가는 몇 개 안 남았으니 자신은 집에서 일하겠다고 한다. 정말 쓰러진 것이 맞았을까? 그녀가 정말 픽픽 쓰러지는 병이 있다면 숨기고 입사한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 그녀는 너무도 튼튼해 보였기에 사실 아직도 잘 이거시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이때부터 그녀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녀는 업무를 시간 내 완수하지 않았음에도 11시 30분이면 점심을 먹으러 가고, 1시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5시 30분 칼퇴를 하였으며 해외 동료들의 팀즈미팅에 사전통보 없이 나오지 않았다.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물어보면 수십 가지의 핑계를 댔으며 미팅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본인 집에 수도관이 터져서라고 했다(그녀의 재택 중 발생) 그녀의 행동에서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미팅 때는 엄청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막상 실무를 해야 할 때는 다양한 이유로 그 일을 수행하지 않거나 엉망으로 완료하여 결국 누군가 다시 그 일을 해야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작은 일이라도 본인이 완수하면 사방팔방 본인이 했다며 큰소리로 떠들었다

그래도 사실 괜찮았다. 주니어레벨이기에 배워가며 고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일 나의 뚜껑을 열게 하는 부분은 그녀가 사과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각을 해도 일이 잘못되어도, 명백한 실수를 저질러서 선배가 수습하느라 고생을 해도 그녀는 묻기 전에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대지 않았고 늘 덤덤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녀의 자잘자잘한 실수(?)와 나의 좋은 상사 코스프레가 하모니를 이루며 어영부영 일년이 흘렀다.


그녀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상이 되었지만 난 일손이 부족했기에 그녀와 잘 지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던거 같다. 사실 대내외적으로 좋은 매니저로 보이고 싶었던것 같다. 최대한 그녀를 어르고 달래고 조언하고 때론 강압적으로 말하기도 하며 난 지쳐갔다.


어느 날 인사과에서 제공한 리더십 교육을 들은 후, 나는 반성했다

그녀와 다시한번 진심으로 잘 지내보리라 다짐하고 그녀와 대화를 시도하였다. 뉴얼대로 그녀가 업무에서 정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내가 고칠것은 없는지 진심을 담아 말해달라고


그녀는 본인은 창의적인 일이 맞지 않는다며 답이 정해진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본인이 일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은 창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주어진 일의 많은 부분이 디자인, 동영상 편집, sns활동, 전시회 기획등이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앞으로는 되도록 단순업무만 하고싶고 그런부서로 가고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장님이 너무 힘드시니 당장 본인을 다른 부서로 보내는것은 무리일 것이라며 최소한의 단순업무만 하며 나를 서포트하겠다 했다. 마치 큰 인심이나 쓰듯이..


우린 마케팅팀인데!!! 니가 마케터로 입사해놓고 창의적인 일은 못하겠다고?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를 단순업무에만 쓰려면 우린 알바를 뽑는것이 나아..그럴거면 월급도 단순업무만큼만 받아야지!!! 도대체 일년간 난 무엇을 했단 말인가!!!

3일의 고민 후 나는 인사과와 내 매니저에게 그녀와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음을 알렸다

그녀가 없으면 나는 일이 많아질 것이 뻔하고 당분간은 인원충원은 없을 것을 알았지만 이대로 참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통보하였다.


그녀는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단순업무(잡일)로 인사발령을 받은 후 몇 달 그만두었다.

나는 이때부터 좋은 선배 코스프레를 포기하였다.  좋은 선배, 매니저가 나와 안 맞는 후배라도 그가 사람 되게 만들어 함께 좋은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난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 난 이제 조금 더 깐깐한 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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