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는 목표와 핵심결과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
2019년 워크숍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2년 가까이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일하면서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몸소 체험했고 내가 몸담고 있는 이 회사의 미래는 걱정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단 걸 알게 되었다. 성과는 저조했고, 기대했던 출판 매출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물론 잘한 부분도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팀원들 대부분이 작년 한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왔다. 더 아쉬웠던 건, 한눈에 대조해볼 수 있는 2019년 이뤄야 할 목표와 구체적인 수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2019년 초에 내가 세웠던 연간 목표들은 그해 말 시점 대부분 더 이상 유효한 목표가 아니었고, 중간에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계속 목표를 재조정하지 않았다는 점과, 1년 동안 다다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구체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지표가 없었던 것이 1년 동안 내가 한 일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던 와중 존도어의 OKR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OKR은 Objectives and Key Results 를 뜻하는 용어로, 구글에서 20년 넘게 시행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서 목표를 세우고, 핵심 결과를 설정하는 과정이다. 얼핏 보면 흔한 과정 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구글은 목표와 핵심 결과라는 개념을 어떻게 조직 단위에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오랜 시간동안 효과적으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목표는 방향, 가고 싶은 목적지를 의미한다. 핵심결과는 목적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이정표이다. 핵심결과는 측정 가능해야 하며 성취 여부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주관적인 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1. 슈퍼파워 #1- 우선 순위에 집중하기
주요 과제에 집중하고 혼란을 제거한다.
2. 슈퍼파워 #2- 팀의 정렬과 연결
모든 구성원이 목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한다. 다른 팀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3. 슈퍼파워 #3- 책임 추적
정기 점검, 목표 평가, 지속적인 재평가. 필요한 경우 핵심결과를 수정하거나 다른 항목으로 대체한다.
4. 슈퍼파워 #4- 최고를 향한 도전
한계를 시험하고 실패할 자유를 허락한다. 가장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자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한다.
레리 페이지는 구글 초창기 시절에 분기마다 이틀의 시간을 할애해서 프로그래머들의 OKR을 일일이 검토했다.
경영진은 관료주의에 안주하거나 OKR을 포기하고 최신 경영 기법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OKR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OKR 시스템은 구글의 일상이 되었고, 이제는 건재하고 핵심적인 성공 방법이 되었다.
OKR을 조직에 도입할 때 특히 명심해야 할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1. 명령은 없다.
OKR은 주요 과제를 선택하고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정의하는 협력적인 상호 계약이다. 조직의 목표에 대한 논의가 모두 끝났다고 해도 핵심결과는 여전히 협의의 대상이다. 조직 구성원의 동의는 목표 달성의 핵심이다.
2. 수평적 OKR을 중심으로 다양한 팀을 연결함으로써 팀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수평적인 연결로 신속하고 협력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야 한다. 이는 경쟁력 확보의 기반이다. OKR을 수정하거나 제거할 때는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3. 소수의 적절한 목표를 세워라.
주기당 3~5개로 OKR의 수를 제한해 기업, 팀, 개별 구성원이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다. 한 가지 목표에 다섯 가지 핵심결과가 대응되는 것이 좋다.
4. 이루기 힘든 목표도 포함해야 한다.
모두가 쉬운 목표가 아니라 힘든 목표를 향해 달릴 때 더 위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신과 팀원이 최고 성과를 올리기 바란다면, 도전적인 목표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체적인 업무 목표는 완전하게 달성해야 하지만 도전적인 OKR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부담감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5. 유연성을 유지하라.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목표가 현실적인 의미를 잃는다면 핵심결과는 얼마든지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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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R의 4가지 개념을 알고나니 체인지그라운드가 그 동안 무엇이 부족했는지 한번에 알 수 있었다.
첫째로, 우선 순위에 집중하지 못한 때가 많았다. 일을 하다보면 회사의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일보다 잡다한 일들에 더 오랜 시간을 할애할 때가 많았다. 몰론 작고 사소한 일들도 회사 운영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밀려들어오는 일들에 집중력을 빼앗겨 가장 중요한 일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건 내가 시간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해서 그런 부분도 있지만 팀 전체에 걸쳐 효율적인 시스템이 부재해서라고도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조직의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제안하지 못한 점도 반성하게 되었다.
둘째는 팀의 정렬과 연결이다. 체인지그라운드는 작은 조직이지만 그 안에서의 역할과 업무의 종류가 다양하다. 일주일에 한번 정기회의를 하긴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나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프로젝트들이 아닌 경우 다른 동료들이 하는 일의 큰 그림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다행히 2019년 연말 워크숍 이후로 각자 정기적으로 하는 업무들을 표로 만들어서 정리했다.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아는 데 도움이 되었다.) 회의에서는 단편적인 안건들을 가지고 논의하는 경우가 많고 정기적으로 하던 사내 독서토론도 뜸해지면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피디들끼리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또 각자 연초에 그해 목표를 세웠지만 팀 단위의 토론 없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이었고 자신의 목표를 어떤 식으로 달성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조직 단위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OKR의 도입은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고, 어떻게 하면 개개인이 하는 일이 조직의 최대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셋째는 책임추적이다. 작년 한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일들이 여러 번 생겨났고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꼈다. 팀원들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를 분명하게 상정하지 않은 것, 그리고 스스로의 책임 범위를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일렬의 프로세스에서 최상위책임자가 누구인지, 책임 소재의 서열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인식하고 각자 맡은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 실수 뿐 아니라 거시적 목표 달성 등에 있어서도 책임은 중요하다.
넷째, 최고를 향한 도전. 그 동안 체인지그라운드는 도전에서 비롯되는 실패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항상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사소한 실수는 없어야 하지만 충분한 노력과 합리적인 토론 끝에 도전을 했다면 실패는 비난받지 않는다. 작년 한해 씽큐베이션, 빡독 X, 뉴스레터 및 갖가지 영상 기획 등이 이루어졌고 비록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것도 있었다. 2020년에는 소비 보고서를 쓰는 등 더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팀 전반적으로 기획의 퀄리티를 높히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더 성공적인 기획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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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R은 관리자와 직원이 함께 미래를 바라보는 대화다. 그 대화는 다섯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1. 무슨 일에 집중하는가?
2.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가? 개인의 OKR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3. 방해 요인은 무엇인가?
4. 목표 달성을 위해 무슨 도움이 필요한가?
5. 경력 발전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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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R을 잘 이행하고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과정이 필수적이다.
Conversation, Feedback, Recognition을 의미하는 CFR이라는 개념을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Conversation:
관리자와 직원이 성과 향상을 위해 솔직하고 다양한 의견 교환을 진행해야 한다.
Feedback:
발전 상황을 확인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정하기 위해 팀원들 간의 양방향, 또는 네트워크 형태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Recognition:
직원들이 회사에 한 모든 형태의 기여에 대해 인정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
"CFR과 OKR은 서로를 강화한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둘의 결합이다. 대화의 주제가 목표 달성에만 국한되면 논의는 이어지지 못한다. 우리는 지속적 성과 관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이 대화의 과정에서 떠오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목표 달성이 예상보다 어려웠는가? 목표 수립이 애초에 잘되었는가? 열정을 느꼈는가? 지난 분기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던 두세 가지 목표에 다시 집중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목표로 넘어가야 할 시점인가? 우리는 조직 전반에 걸쳐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야 한다."
"OKR과 마찬가지로 CFR에서도 조직의 모든 단계에서 투명성, 책임, 권한 부여, 팀워크가 중요하다. CFR은 일종의 의사소통 촉진제로서 OKR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측정하기 위한 완전한 실행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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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OKR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OKR시스템에 한 가지 정답은 없다. 다양한 조직은 그들이 저한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바가 서로 다르다. 어떤 조직은 목표를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을 일궈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조직은 계획을 분기 단위로 수립함으로써 기존 게임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도구를 찾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사람들은 OKR을 특정한 도구나 규칙, 혹은 절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OKR은 기업가, 혹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직원들이 다가오는 물결을 향해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도약대이다. 이 책에는 OKR의 구체적인 예시와 분기별로 언제 OKR를 수립하고, 점검하고, 피드백을 가질 수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타임라인이 수록되어 있다. OKR 시스템을 사용해서 좀 더 체계적이며 동기부여가 되는 목표와 핵심 결과를 설정하고, 이를 나침반으로 삼아서 꾸준히 달려간다면 올해 말에는 작년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OKR이 있다면 새로운 구성원들이 들어왔을 때도 더 쉽고 빠르게 우리가 하는 일의 큰 그림과 목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OKR은 모두가 같은 페이지에 있을 수 있도록 튜닝하는 과정, 같은 조직 안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하는 여러 사람들이 공동의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OKR 시스템을 통해 올 한해 동안 체인지그라운드가, 그리고 나 자신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