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라토너 Aug 18. 2019

평소와 조금 다르게 달려보았다

에어팟 끼고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오늘은 지난주에 다짐한 '7시 전에 뛰기 시작'은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주보다 30분 일찍인 7시 반에 뛰기 시작했다. 어젯밤에도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더니 그렇게 더운 기운이 들지 않아 뛰기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늘은 평소 뛰는 방향(남산도서관을 마주 보고 오른쪽)과 반대로 뛰어서 한 바퀴를 돌아오기로 하고 왼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에어팟도 장착했고, 노래는 지니 플레이리스트를 랜덤 재생으로 해놓았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산 북측순환로 출구를 맞이했다. 오르막이 바로 나와서 이 방향으로 뛰는 것을 썩 선호하지 않는데 오늘은 이왕 내가 선택한 것이니 열심히 뛰어내기로 했다. 그 언덕을 뛰는 것은 그야말로 '뛰어낸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오랜만에 맞이한 언덕에 어쩐지 전투력 상승이 된 것 같았다. 보폭을 줄이고 회전수를 높여 뛰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내 몸을 덜 힘들게 한 것일까. 시계를 보니 오르막인데도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지 않았다. 역시 에어팟은 위대하다.

생명수 같았던 아리수

몇 번의 고개를 넘어 4km를 달려 북측순환로 입구가 보이자 자연스럽게 급수대로 달려갔다. 아리수를 마시며 이대로 빠져나가서 소월길을 달려서 돌아갈까, 아니면 다시 북측순환로로 나갈까 고민했다. 아리수를 한 번 더 퍼올리며 오랜만에 북측순환로 왕복을 뛰어내자고 결심했다. 북측순환로 왕복은 거의 반년만인 것 같다. 한 때 그렇게 열심히 뛰던 곳인데. 왕복 2회전도 거뜬하게 하던 때가 있었는데.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를 대기엔 그 시각 그곳을 뛰고 있는 사람들 중 내가 제일 어린 축인 것 같아 보였다. 열정적으로 하지 않지만 래도 끈을 놓지 않고 여전히 달리고 있으니 그거면 됐다고 나 자신에게 격려해주기로 했다. 8월의 주말 아침이니까.


반환해서 뛰어가는데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갑자기 끊겼다. 한껏 거칠어진 숨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뛰고 있었나 싶어서 한층 더 힘들어졌다. 노래를 들으니 숨소리가 안 들려서 약간 갑갑했는데, 막상 노래 대신 숨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오는 것이었다. 그냥 거리가 누적됐으니 힘들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실험해봐야겠다. 다음 한 번은 완전히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그다음은 노랫소리 없이 달려봐야겠다.

(2019.08.17)

   

매거진의 이전글 한여름의 달리기는 쉽지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