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퇴근일기
처음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갔을때,
이미 적지 않은 나이였다.
졸업후 바로 취업을 했다면 대리말년차거나 과장정도?
여튼,
회사의 규모는 작았고
외근직을 빼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인원도 적었으며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부 디자인팀 인력도 없었다.
다행히 일은 재미있었고,
아직은 치열한 경쟁체제는 아니었던터라,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수있는 시간을 벌수있었고
옹기종기 다른팀 멤버들과도 잘 지내면서
그렇게 천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갔다.
가끔씩 버거운 일이 생길때
믹스커피 한잔을 종이컵에 타서
해질녁쯤 옥상에 올라가면
주변의 낮으막한 건물들 너머로
붉게 노을을 뿌리며 지는 석양도 바라보고,
이런저런 비밀 통화들이 필요할때도
따습게 달궈진 옥상의 시멘트벽에 기대서
짧지않은 대화를 나누며 땡땡이를 치곤했다.
회사가 바빠지고
인원이 늘어나면서
한가했던 회사옥상은 방문자들이 늘었고
그 사이에
난 점차 옥상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줄였고
이젠 거의 올라가지 않는 곳이 되었다.
그래도 가끔
시간이 더 많이 흘러서
이 회사에서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아마도 작은 동네의 전철역 주변,
그 낡은 건물의 옥상에서 바라보던
붉게 지는 노을이
가장 먼저 생각날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