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퇴근일기
긴긴 겨울이 지나가고있다.
올해 겨울도 어김없이 사무실은 추웠다.
낡은 건물의 벽을 그대로 투과하는 찬공기에
입사후 몇년간은 키보드를 치는 손가락이 얼어
입김을 호호 불어 작업을 하곤했다.
직원들이 하나둘 많아지면서
겨울의 초입이 되면 다들 개별 난방용품구매건으로
진지하게 의논을 한다.
어느 회사의 전기방석,
어느 브랜드의 무릎담요,
필터가 필요없는 가습기 공구까지.
그리고 그런 작은 책상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은 열기를 뿜어내는 사무실의
한가운데에는,
등유와 전기를 벌컥벌컥 마셔대는
커다란 난방기가 자리하고있어서
책상에서 작업하다가 가끔씩 몸을 녹이고싶을때면
달려가 앞뒤로 빙글빙글 돌며
전자렌지에 들어간 냉동 피자조각처럼
조금씩 몸을 데우곤 한다.
그렇게 겨울의 사무실안에서
동동거리다 지칠때쯤,
어느밤
야근을 마치고 사무실건물 문을 여는데,
밤 공기가 달라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