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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쨈폿 Sep 25. 2018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4

디자이너 퇴근일기


봄에 사무실이 이사를 했다.

올 봄...벚꽃이 흐드러지기 바로 직전

평소라면 꽃망울을 터뜨린 벚나무 사이를 걸어가며

몇 안되는 식당중에서 점심 메뉴를 고민하던 그런 시기에


우린 십년치 샘플과 잡동사니가 가득했던

디자인 부서 한쪽의 샘플실을 폭풍처럼 정리하고

손때가 묻어 애정하던 소박한 낡은 공간과 이별을 했다.


아이보리 컬러의 블라인드와

그린색의 이케아 스탠드,

그리고 기획상품으로 판매하던 얇은 원목 책상들은

조심조심 트럭에 실어져서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맞이한 사무실은

자그마하지만 벽과 문으로 분리된 디자인실 공간과

녹색의 부지가 바라보이는 시원한 유리 통창,

그리고 원목의 결이 이쁘게 디자인된 책상과

새로운 아이맥 컴퓨터였다.



꼬박 주말의 하루종일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그렇게 봄날을 맞이하고

그 정리에 머리를 싸매며 다시 정리하며

간신히 더운 여름을 맞았다.






모든 짐을 들어내고

버려야할 허드레 짐들과

가져가지않는 낡은 사무실 집기들의 인증샷을

파노라마로 찍어두면서,

아직은 난 이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할게 많은데

이제 막 시작하려고 했는데 - 그랬는데 -


벌써 두번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고,

가끔 외근나가며 이전 사무실 근처를 지나가면서는

머라 설명하기 힘든 그리운 기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떠나왔어. 그런 마음이 동시에 몰아치곤 한다.



그 낡은 사무실 공간이 그립다기 보다는

그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


처음 면접을 보기위해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었던,

박스가 가득 쌓여있는 곳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디자이너 B 모양에 대한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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