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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듀 Mar 13. 2022

좋은 리더의 정의

'초보'리더는 없다.

여러 프로젝트와 여러 사람들을 경험하며 리더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단 걸 실감하면서 요즘 좋은 리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그와 동시에 현재 구성원으로서 어떤 구성원이 되어야 할지, 훗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점들을 성장시켜 나가야 할지도.


최근 읽은 책에서 좋은 구성원은 리더가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게 하는 사람이라는 글을 읽었다. 너무 동의하는 바이다. 쌓은 경력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차이는 발생하겠지만 각자의 연차 내에서 최선의 도리를 다하는 것. 그것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실제 결과적으로도 자기 몫을 잘 해내 리더가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생각보다 연차만큼의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는 리더가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프리랜서를 시작하기 전 이직을 준비하면서 몇몇 기업에서 PL 역할을 제안한 곳들이 있었다. 하지만 6년 차인 나에게 아직 PL의 역할은 무리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조건이 좋았어도 입사를 고사했었다. 중간 관리자를 넘어 PL은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퀄리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중요하기에 보통 PL은 최소한 10년 이상의 경력자가 맡곤 한다.


내가 고사했던 이유는 물론 연차적으로도 이르다는 판단이 있었지만, 더 정확하게는 그동안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던 분들 중 정말 좋은 리더라고 느꼈던 몇몇 분들에 비해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은 퍼포먼스에서도 뛰어났지만 일정관리나 구성원 관리에 있어서도 굉장히 탁월했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렇게 제대로 된 리더라고 느낀 PL이 6년여의 경력 동안 단 두 분뿐이다.

물론 리더마다 퍼포먼스가  뛰어난 사람, 관리에  뛰어난 사람이 있다. 하지만  둘이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루어야지 어느 한쪽이 유독 떨어지는 사람은 좋은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어쨌든 끊임없이 피드백을 줘야 하는 입장인데    어느 하나라도 떨어진다면  피드백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리더의 역할에 있어 중요도의 차이를 두자면 퍼포먼스보다는 관리에 있는 것은 맞다.  그대로 리더니까. 그런데 불행은 하필 리더가  관리자의 역할을 제대로 못할 이다.


리더의 역할에 있어 일정관리, 적절한 피드백, 사람관리 이 세 가지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은 본인이 담당한 작업 안에서 일정관리를 해야 하지만 리더는 프로젝트 전체의 일정을 관리해야 한다. 솔직히 이거 못하면 절대 리더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리더가 너무 많다. 내가 만났던 A리더는 본인 일에 너무 치여 정작 프로젝트에 신경 쓰지 못하는 리더가 있었다. (사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잘 해내는 분을 만나봤기에 더 비교가 됐다.) 피드백은 항상 본인 업무가 다 끝나고 나서야 이루어졌고 덕분에 프로젝트 일정은 내내 미뤄지기 일쑤였다. 뭐 이분이 놀고 있는 건 아니니 구성원으로서는 뭐라 하기도 애매했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의 역할이 감당이 안될 땐 그저 떠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이라도 다른 이에게 분배하는 것 역시 리더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게 적절한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피드백 말고 '적절한'!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프로젝트 전반적인 것에 대해 꾀고 있어야 한다. 가이드, 콘셉트, 방향성, 진행상황, 기획서 내용 등 모든 것에 있어 스스로 꾀고 있어야 적절한 피드백도 가능하고 구성원이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성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도 할 수 있다. 하지만 B리더는 본인이 PL임에도 프로젝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기획서 내용을 숙지하지 않고 피드백 회의에 들어와 구성원들에게 일일이 화면 프로세스를 설명하게 했다. 피드백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B리더를 이해시키는 과정 같았다. 더군다나 각 구성원로부터 본인만 전달받은 수정 내용을 공유하지 않아 작업의 통일성은 다 틀어지게 만들고 제때에 이뤄지지도 않았으며,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줏대 없는 피드백은 구성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A와 B 리더 모두 흔히들 말하는 월급루팡 스타일은 아니었다. 매번 열심히 뭔가를 바쁘게 하고 있는데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기 일쑤였다. 구성원들은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리더 때문에 스트레스받아했다.

 

이것을 보면서 나는 리더가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이라고 될게 아니란 걸 뼈저리게 느꼈다. 또한 연차가 실력을 대변하진 않는다는 사실도.

한마디로 말하자면 리더는 탄탄한 내공이 있어야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단 몇 개월 디자인해보고 전향해서는 '디자이너 출신 OO'라고 하는 사람들, 깜냥도 안되면서 얼떨결에 리더 역할을 떠맡아 엉터리로 해놓고 어디 가서 '리더 해봤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아니, 많이 봐왔다. 내가 앞서 말했듯 자기 검열을 통해 리더 포지션을 고사했던 이유는 리더든 전문가든 '초보'리더, '초보'전문가는 없기 때문이다. 리더는 그냥 리더고, 전문가는 그냥 전문가다. 내가 리더를 맡았다면 "리더가 처음이라..."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리더는 그냥 리더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좋은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6년이라는 경력에서 단 두 분이었지만 이러한 훌륭한 리더들을 만나보지 못했다면 나 역시 기준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덥석 그저 좋은 조건에 이끌려 리더를 맡겠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무조건적으로 기회를 고사할 생각은 없지만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판단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좋은 경험과 탄탄한 내공을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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