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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Dec 30. 2019

11. 열한 번째 편지

건축심문 #11

L. 11


to house



열한 번째 편지

#11



올해의 마지막 답장과 함께, 마지막 질문을 보냅니다.


곧 새해가 밝아 옵니다.

이저우 선생님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 2019년의 마지막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연말인 만큼 시상식 컨셉을 빌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삼간일목에 던져 봅니다.. : )


건축의 작품성, 난이도, 예술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삼간일목에게 이저우는 몇 점짜리 집인가? 삼간일목이 지은 많은 다른 주택들과 함께 평가해달라. (단, 구체적 평가 기준도 밝혀달라. 예를 들면 만점의 기준(10점, 100점, 매우 만족/만족/보통/불만/매우 불만 등 (그래서 권소장님, 이저우 점수는요...? )


작품을 평가하는 일은 참 어렵고, 또 공개적으로 이러한 질문을 받으니 참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저는 늘 남들을 통해서 스스로를 그리고 나 자신의 작업을 평가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나의 작품을 평가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의 만족보다는 제게 일을 부탁한 사람의 만족이 더욱 중요하였고, 저 자신보다는 같이 있는 사람, 같이 일하는 사람들... 즉 제 주변 사람들의 만족과 행복 그리고 평가에 민감해하고, 또 늘 조마조마해하곤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질문을 받은 만큼 보니 용기 내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보며 글을 써 내려가 봅니다. 건축 작품 중에 특히나 개인의 주택의 경우는 거주 후 평가에 따라 스스로 생각했던 순수한 건축물의 평가는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물론 거주자의 만족도에 따라서만 평가 하기는 쉽지만. 객관적이고 (주관적?) 전체적인 평가는 좀 다릅니다. 일단 건축가의 제안이나 철학이 얼마만큼 구현되었는가? 설계과정에서의 소통은 얼마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공과정 감리과정에서 디테일과 마감 그리고 의도한 부분들이 정확히 구현되었는가? 마지막으로 시공사와 건축주 그리고 건축가와의 관계가 올바르게 작동하였는가? 등 좀 더 복합적이면서 종합적인 시선과 평가가 중요합니다. 드러나는 평과와 더불어 그 과정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포함되지요.

그리고 실제로 몇 해를 살아가는 동안 집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으며, 생활과 공간이 어떻게 하나가 되고, 또 삶에 있어 어떠한 긍정적 영향과 변화를 가져오는지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평가와 보람 그리고 직업적 소명이 하나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리고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의 판단이 늘 바뀌므로 결국 지금 이 순간 나의 작품(집, 건축물)과 그 안에 사는 이의 삶이 합해져서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저우집은 바로 지금의 모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저우집 사람들이 이러한 평가를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집에 대한 애착과 애정의 반증처럼 느껴집니다.

2019년의 한해도 저물고 있고, 연일 각종 시상식 프로그램들이 밤을 장식하고 있는 요즈음. 처음으로 삼간일목 작품 어워드의 일부처럼 이저우집에게 어떠한 평가와 상을 주어야 하나 고심하는 이 순간이 얼떨떨하고도 한편으로는 설렙니다.


이저우집의 평가와 수상은 굳이 따지면 우수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감히 대상이나 최우수상을 논할 만큼 저의 건축설계 실력과 형편이 안 되는 것도 있을뿐더러, 아직 젊은 건축가여서 그런지 스스로 대상이라고 만족할 만한 작품을 정하고,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작업들만으로 봤을 때는 사실 우수상은 실질적인 대상에 가깝다 할 수 있습니다.

건축의 작품성 측면에서 볼 때는 새로운 구성과 관계의 시도가 무척 좋았습니다. 듀플렉스이지만 각각의 공간적 특성과 독립적 외부 공간, 그리고 자연스러운 연결 방식(회랑)과 중성적 공유 공간(우리집과 공유마당)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잘 작동하면서도 까다로운 대지의 형상과 조건에 잘 내려앉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여러 가지 계획안과 기술적인 디테일 그리고 시공과정과 감리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서로 믿고 응원하였기에 힘든 과정을 무사히 이겨내었고, 그만큼 큰 의미로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성에 있어서는 이저우집 고유의 성격이 드러나서 좋습니다. 그건 아마 도면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마감과 가구 작업 그리고 만든 이(이저우 집사람들)의 손맛과 솜씨가 적재적소에 표현되어있어서 이저우 집만의 특유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모든 디자인과 디테일 그리고 감각적인 부분이 건축가의 의도에 의해 적확히 실현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직접 만들어가는 이의 감성과 안목이 건축가가 제시한 공간과 장소와 함께 결합되어 완성되는 것도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집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 집의 주인이 직접 땀 흘려 완성된 부분 부분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저우 집사람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구석구석은 참 사랑스럽고, 오히려 제가 할 수 없는 역할들까지 해주셔서 너무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많은 이유로 이저우집의 전체적 평가는 우수상입니다.

아마도 별 5개를 기준으로 본다면, 4개 반 정도 일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우수상에 하나 덧 붙여 두 개의 상을 더 드릴 수 있겠네요. 그건 바로 우정상과 공로상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한 계약관계를 넘어서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마음과 소통 그리고 늘 저에게 많은 가르침과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어서 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꿈을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늘 한결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처음의 마음과 믿음이 끝까지 지속되기도 하지만 사소한 일과 작은 욕심으로 인해 멀어지기도 하고, 입주 후 바쁜 삶 속에서 처음 꿈꾸었던 일이 실현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너무나도 익숙하게 집과 삶에 적응 해 버리거나 또 다른 상황이나 새로운 문제들로 치환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30년은 살 것 같았는데. 10년도 되기 전에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집에 대한 생각의 출발점이 내 삶에 맞춰 지어진 집을 통해 환경이 나를 바꿔 줄 것 같다는 기대감과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었을 수 있겠지만 결국 환경과 나 자신, 그리고 삶과 집은 일방향이 아닌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살아갈수록 장점을 더 많이 바라보고, 공간과 삶의 감사함에 더욱더 집과 같이 성장하기도 하지만, 어떤 분들은 부족한 부분과 아쉬운 점들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단순한 제품이나 물질적인 소유물로만 생각하기도 합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 자체만을 볼 때는 작품의 디자인적인 부분과, 실현된 디테일과 자체의 품질 그리고 차별화된 아이디어에 집착하기도 하고 잘 찍힌 한 장의 완공 사진을 통해 스스로를 위안하거나 그 프로젝트를 평가하기도 하겠지만, 그건 마치 박제된 미련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저우집 사람들의 질문을 통해 또 배우게 됩니다. “집은 늘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늘 그 안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더욱더 깊이 있게 바라보며 진실된 마음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것! ”


끝으로 이저우집을 삼간일목의 다른 집들과 비교해서 평가 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시기에 완공된 팝콘하우스의 건축주들이 얼마 전 사정상 집을 양도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보내온 메시지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저희 내일 출국합니다. 저희 가족에게 가장 좋은 3년의 추억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모두 건강하세요!!

.

출국을 앞두고 제일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곳에서의 추억입니다. 미국에 가서도 팝콘하우스가 제일 그리울 것 같습니다....

.

나중에 다시 찾아뵐 날을 기대해 봅니다... “ 



그동안 2019년 여름에 시작했던 편지가 이제 열한 번째가 되었네요. 이 편지가 삼간일목에서 띄우는 올해의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도 올해의 마지막 질문이 되겠네요. 글을 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의(衣), 식(食 )과 마찬가지로 주(住)도 인간의 열망과 욕심의 물질적 환경일 것입니다. 늘 새로운 환경이 주어지고, 만들어 나가겠지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살아가고, 저마다 생산하며 살아나가고 있지만 인간의 삶은 이해하기 어렵고도 참 묘 합니다. 그렇다면 이저우집 선생님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나 보내고 싶어 집니다.






"개인주의적이고 가족이기주의 적인 요즈음, 공동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공동체의 삶이 우리에게는 얼마만큼 절실하고필요한 것일까요?

우리는 공동체 마을(동네, 고향)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공동체에 관한 부분입니다. 

건축과 도시의 역사에서 늘 화두와 목표인 부분인데 위의 질문에 대한 이저우집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내일이면 올해의 마지막 날이네요~ 올 한 해 너무도 고마웠고,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경자년 새해에 뵐게요~~


2019.12.30

권현효


삼간일목



cf) 이집저집우리집의 건축 이야기 : https://brunch.co.kr/@samganilmok/34


이 글은 삼간일목에서 설계한 "이집저집우리집"건축주가 3년여를 살아오면서 느끼는 집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건축과 공간 사람에 대한 마음의 질문들을 동등한 입장에서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묻고 답하는 편지의 내용입니다. 우리들은 이 편지의 솔직한 물음을 "건축심문(建築心問)"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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