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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Mar 09. 2024

쌍둥이의 비밀

담임을 맡으면서 우리 딸이 저렇게 예쁘게 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있었다.


3월 학부모총회 때 학교행사를 다 마치고 더 궁금하거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분들만 교실로 모셨다.

그날 면담을 통해 자신의 용돈을 봉투 채 조의금에 보탠 아이들이 그 쌍둥이 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의진이는 우리 반 희진이와 쌍둥이 자매이다. 공교롭게 쌍둥이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두 아이를 구분하기 위해 머리 가름마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가름마 방향이  다르고 희진이는 눈밑에 예쁜점이 하나 있다)

하긴 다른 반이면 선생님들이 오히려 헷갈려서 너 왜 아까 수업에서 봤는데 여긴 웬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같은 반인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중 의진이는 근무력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중이었다.

약을 복용 중인데 약기운이 떨어지면 길 가다가 갑자기 쓰러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나는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라  학교에서 잘 돌보기 위해 더 집중해서 주의사항을 들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희진이가 항상 동행하면서 보살필수 있는 쌍둥이라 천만다행이고 게다가 같은 반이 되어서 오히려 좋다고 하셨다.

특별히 대우받는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하셨지만  면담 이후 늘 그 아이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청소구역을 정할 때 의진이에게는 화분 가꾸는 일만 하도록 맡겼다.

꽃에 물을 주고 화분 주변을 정리하는 일이다.

당시에는  3월이면 학부모들이 보내는 화분들로 교실이 화려하고 풍성했다.

그러다 한 달이 지나면 눈길한번 주지 않는 교실에서 꽃들이 다 시들고 식물이 말라비틀어져 보기에도 흉하게 되어 너무 속상했다.

혹시라도 자기를 특별 대우한다고 싫어할까봐  이 일이 엄청나게 신경 쓸게 많고 은근히 힘들다고 아이들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꼭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급하면 인공호흡을 해서라도 살리라고 했더니 의진이도 좋게 받아들인것 같았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의진이가 무거운 책. 걸상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청소를 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아예 청소를 빼주는 것은 아이가 싫어하고 오히려 불편해할 것 같아서 생각해 낸 방법이다.

그런데 내 평생 교직 생활 중 처음으로 화분이 다 살아서 집으로 돌아갔다.

의진이가 일일이 화분의 특성을 다 알아내고  물도 주고 관리를 잘한 덕분이다.

나는 싱싱해져 가는 화분을 볼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5월 체육대회 행사 때문에 일이 벌어졌다.

각반마다 인원수가 조금씩 달라서 줄다리기를 할 때 제일 적은 학급인원을 기준으로 선수를 출전시킨다. 우리 반은 여자 문과반이라서 인원이 많았고 (43명) 여자 이과반은 (36명) 적었다.

그래서 체육부장이 회의를 통해 힘을 못쓸것 같은 말라깽이 들을 선수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 출전 명단을 받아보니 통통한 외모의 의진이가 선수명단에 올라 있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내가 다른 아이로 교체를 해버린 게 화근이었다.

울면서 의진이가 나에게 찾아왔다. 자기가 약을 먹고 하면 힘을 쓸 수가 있는데 왜 이름에서 빠졌냐고 따져 물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아이들이 자기를 특별한 애 취급하며 동정 어린 눈으로 보는 것이 싫었던 것 같아서 아차 싶었다.


“너 이거 ….선수가 약물복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민망한 마음에 농담을 건네며 선수명단에 넣어주었다.

우리 반은 그해 가장 배점이 높은 줄다리기 우승을 하며 종합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인성도 좋고 매사에 책임감 있게 성실하게 생활하는 의진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희진이를 더 많이 봐주지는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두 아이 모두 반듯하고 예쁘게 잘 자랐으리라 확신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의진이 같은 아이가 교단에 섰으면 하는 마음이다.


학부모에게 해줄수있는 촤고의 찬사:

어머님 의진이 희진이가 제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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