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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Mar 19. 2024

철없는 장난이 부른 참사

수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며 119 구급차가  학교로 들어왔다.

그러자 갑자기 교장실로 내려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무슨 급한 일이기에 수업도중에 내려오라는 건지 걱정이 앞섰다.

“손부장! 구급차가 왜 온 거야?”

“저도 수업 중이어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가서 한번 알아보고 올게요”

구급대를 찾아가 확인해 보니 2학년 O반에서 담임 선생님이 수업 중에 사고가 났다고 급하게 불렀다고 했다.

이유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교과 담임선생님이 영상을 보여주려고 맨 앞에 앉은 몇 명을 뒤에 가서 서서 보라고 했단다.

너무 코앞이라 오히려 잘 안 보이고 끝 분단에 앉은 아이들도 잘 안 보여서 그 아이들을 뒤로 보낸 게 화근이었다.

뒤에 가게 된 몇 명 아이들이 사물함 위로 걸터앉았다.

그러자 한 명이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여 사물함위로 걸터앉으려는 어떤 아이 궁둥이에 뽀죡한 샤프를 슬쩍 갖다 댄 것이다.

교실을 컴컴하게 만들어 두어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폴짝 뛰어올라 앉는 순간 샤프가 그대로 남자의 중요부위에 꽂힌 것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씩이나 된 남자아이들이 설마 그런 장난을 할 줄 상상도 못 한 일이다.

교과 담임은 당황하여 바로 119에 신고하여 구급대가 오게 된 것이었다.


아이는 병원에 실려갔고 학교는 온통 그 이야기로 술렁였다.

오후에 병원에서 알려온 소식은 다행히 중요부위에서 약간 빗나가서 대가 끊기는 일은 없겠다고 했다.

순간 장난을 친 아이는 얼마나 놀랐는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안절부절못했다.


학교에서는 정말 예측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난다.

고등학생만 되면 다 큰 어른인 것 같은데도 맥가이버 칼을 가지고 넣다 뺐다 혼자 놀다 다른 친구랑 장난치며 도망가던 아이가 그쪽으로 쓰러져 친구의 손을 다치게 하여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린 적도 있다.

칼을 가지고 혼자 장난을 친 아이나 교실에서 잡기놀이를 하며 뛰어다니는 아이나....

예전 같으면 장가가서 아이의 아빠가 될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악성 민원인도 너무 많아서 전화받는 게 스트레스일 때가 많다.

한 번은 우리 학교 체육관을 짓게 되자 아파트에서 매일 민원을 제기했다.

앞이 뻥 뚫려서 좋아서 이사를 했는데 건물이 들어서서 미관을 해진다며 매일 이곳 저곳에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학교로도 어김없이 전화를 해댔다.

“내가 지금 커피를 먹으면서 바깥경치를 보려는데 왜 내가 거기 세워진 빨간 차를 봐야 하죠? 그 차 좀 치워주세요”

나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바로 끊어버린다.

어차피 상대가 이성적이 아닌데 굳이 길게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다시는 전화기 근처에 얼씬도 안 한다.

괜히 전화를 잘못받았다가는 수업에 들어갈 힘까지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세상에 어느 직업이나 힘든 면도 있고 보람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정말 사명감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3월은 선생님들의 전투력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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