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에는 한 학부모와 교사의 대화 녹취록이 방송되었다.
학교에서 친구를 괴롭히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상담했던 선생님이
그 후에도 같은 반응을 보이자 조심스레 아이의 마음이 어떤 건지 종합적으로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심리검사를 권유한 것이 화근이었다.
선생님은 ADHD 일수도 있고 여러 가지 원인을 알아보고 함께 해결책을 함께 찾아보려는 취지였던 것 같다.
학교에서 4월에는 학생정서. 행동특성 검사를 실시한다.
사실 이 검사 결과 자살징후나 여러 가지 문제가 예견되는 경우 학부모에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내 아이의 상태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뉴스에 나온 학부모도 선생님의 이런 상담이 자신의 아이를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몹시 흥분했었다.
자신의 아이의 상태를 인정할 수 없기에 화가 난 것 같다.
우리 학교에서도 실제로 이런 일이 한번 있었다.
어느 날 교장실로 느닷없이 찾아온 학부모가 있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옷을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교장 선생님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리고 행정실 직원들까지 뛰어 들어갔지만 이미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미친년이 어떤 건지 오늘 단단히 보여줄게!! 뭐?? 우리 딸보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2학년 학년부장이 매일 지각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아이에게 네 정신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제의 사건과는 결이 좀 다른 이야기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선생님의 말이 좀 듣기 거북했을 것 같았다.
우리 아이의 학년부장이었는데 참 이상하게 비뚤어진 사람이었다.
가정 형편이 괜찮은 아이들에게는 혹독한 편이고 가난하고 문제 있는 아이들은 무조건 감싸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 선생님하고 말을 하다 보면 자꾸 말꼬리를 잡고 야단을 치니 아이가 그냥 아무 말이나 해버렸나 보다. 그러자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말을 전해 들은 학부모가 화가 나서 온 학교를 뒤집어 놓고 급기야 경찰이 출동하여 강제로 연행하여 간신히 일단락된 사건이 있었다.
어제 뉴스를 보니 그때 정신병원 사건이 떠올랐다
요즘에는 예전 부모들과 달리 자녀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편이다. 또 문제행동이 보여지면 심리검사를 해보고 아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부모가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개인정보보호차원에서 정신과 치료에 관한 내용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이 아픈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데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학교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
대부분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많이 한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다 이해하면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될 때가 많다.
세상은 살기 편해졌고 좋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자신의 처지와 너무 다르다면 거기에서 오는 위화감은 얼마나 클까?
우리 반 말썽꾸러기 OO 이는 부모의 이혼 후 엄마의 남자 친구가 자주 바뀌고 엄마가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혼자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oo 이는 거짓말을 일삼고 자기 자리 주변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맨 처음에는 그 아이가 계속 거슬렸는데 사정을 알고 나니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밤새 게임도 실컷 하고 보통 엄마들이 잘 건네주지 않을 라면으로 가득했던 반지하 원룸이 그 아이를 지켜주는 유일한 쉼터였다.
많은 선생님들이 그 아이를 보고 숨 쉬는 거 빼고 다 거짓말이라고 했다.
물론 대부분의 거짓말이 들통이 나서 야단도 많이 쳤다.
하루는 하필 체육수업 중에 다리를 다쳤다.
일터에서 급하게 달려온 엄마에게 나는 손을 꼭 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한마디 했었다.
“어머니 OO 이가 다리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파요 아이의 마음이 더 다치기 전에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를 너무 사랑해요. 이담에 돈 벌어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데요"
나는 아이가 적은 10년 뒤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적힌 종이를 손에 쥐어주었다.
엄마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이가 탄 병원이송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