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관련 사항은 고유 권한? 심사 관련 자료는 비공개? 왜?
"안녕하세요, 오늘 사업개발비 지원사업 대면 심사 보러 오셨지요? 여기 방명록 작성해 주시고 여기 체크도 해주세요."
"아, 안녕하세요. 알겠습니다."
'기업명... 대표자 이름... 어, 이건 뭐지... 심사 보안 동의...? 금일 심사와 관련된 사항을 외부에 누설시켜 이로 인해 중대한 문제점을 야기했을 경우, 보안관계법령에 따라 처벌받음은 물론 어떠한 제재 조치를 당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것도 체크를 해야 하나...'
심사 보안 동의가 찜찜했지만 다른 대표자들도 체크와 사인을 했고 괜히 문제를 일으켜 사업개발비를 받는데 불이익이 있을까 봐 S도 체크와 사인을 했다.
열심히 작성하여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심사위원에게 전달한 인쇄물 내용과 관련된 질문이 없었기에 준비한 대본은 너무나 빳빳했다.
약 15 분 전 벌어진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S는 차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재정지원 업무지침 파일을 열었다.
'여기 재정지원 업무지침 속 사업개발비 지원사업 심사기준의 심사항목에는 사업지원의 필요성, 사업계획의 적정성, 기업운영 및 제품의 혁신성, 기업의 성장 가능성... 사회적 생태계 구축 노력, 사회적 목적 실현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런 것들과 관련된 질문은 안 하고... 맞춤법 틀린 것 알고 있는지 이딴 질문은 왜 하는 거지? 그리고 내가 왜 저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사업하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거지?'
'사업개발비 사업참여기업 선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민간전문심사위원 후보단을 구성하고 관리한다고 업무지침에 이렇게 나와있는데... 저 사람들은 뭐지? 전문심사위원?전문가 맞아? 무슨 기준으로 선발한 거지?'
'광역자치단체장은 최소한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회의 자료를 미리 위원들에게 송부해서 사전검토 후 참석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도 업무지침에 나와 있는데... 하... 진짜... 우리 사업계획서를 보지 않은 거야. 봤으면 이딴 질문을 할 수가 없어.'
'아... 이걸 누구한테 이야기하지? 심사 보안 동의에 체크했는데 이야기해도 될까? 괜히 이야기해서 사업개발비 한푼도 못 받으면 어떡하지.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XX...'
"아니. 망한 것 같아. 이상해. 사업계획서를 심사위원들이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것 같아. 사업계획서에 다 썼는데 없다고 하고, 이렇게 쓰면 돈 못 받는다고 하고, 이렇게 사업하면 망한다고 하고, 이상한 질문들만 하고... 진짜... 아... 너무 황당했어. 이거 어떻게 할 방법 없을까?"
"음... 다른 대표님들한테도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전혀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아. 아무래도 돈을 그들이 쥐고 있으니까 괜히 이야기했다가 불이익당할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 것 같아. 그리고 이것 봐. 공고문에 나와 있어. '심사과 관련된 사항은 XXXX의 고유 권한이며, 평가내용 등 관련 자료는 비공개로 합니다.'라고. 그리고 너 심사 보안에 체크하고 사인도 했다며..."
"하..."
S는 그저 한숨만 푹푹 쉴 뿐이었다.
심사 과정 및 결과에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관련 사항은 고유 권한으로 평가내용 등 관련 자료는 비공개로 하고
대표자들에게는 심사 보안 동의까지 받을까.
사회적경제 분야는 더 투명하고 더 공정해야 하지 않나?
나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