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것 좀 봐, 사회적경제 포럼이 있데. 끝나고 패널들이랑 참가자들이랑 간담회도 하고 네트워크도 한다. 어때, 좋지? 우리 여기 가보자."
"사회적경제 포럼? 간담회? 거길 왜 가. 얻을 것도 하나도 없어. 시간 낭비야."
"왜? 좋잖아. 전문가들 이야기도 듣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네트워크 시간도 있는데......"
"아...... 야, 내가 그런 곳에서 일해봤잖아. 갈 필요 1도 없어. 왠 줄 알아?"
"왜?"
"음... 내가 너 좋아하는 돈을 기준으로 말해줄게.
내가 보니까 이 정도 규모의 포럼은 예산 500만 원 정도인 것 같은데... 뭐... 시작은 이래.
여기 조직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남은 돈을 써야 하는데...... 이런 포럼 같은 행사가 좋겠다 싶은 거지. 왜냐하면 사진도 남길 수 있고 영상도 남길 수 있고 일반 시민들하고 같이 뭐 했다고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까.
별 의미 없어. 그냥 이런 행사해서 예산도 다 쓰고 있어 보이고 싶은 거야. 예산을 왜 다 써야 하는지 알아? 다 못쓰면 다음 예산 신청 때 불이익이 있는 거야. 이 정도 예산도 다 못 썼으니까 너희들은 이 정도는 필요 없으니, 더 작게 받아. 이렇게 되는 거야. 그렇게 되기 싫으니까 부랴 부랴 포럼 같은 행사를 준비하는 거지.
자 이런 행사를 누가 기획할까? 밑에 직원이 짜지. 나 같은 사람."
"...... (또 시작이네.)"
2
"자, 500만 원을 어떻게 쓸까.
먼저 패널들 5명 정도 부른다. 얼마 들 것 같아? 비싸.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한테는 1시간에 10만 원은 넘게 줘야 해. 포럼 2시간, 간담회 2시간 이렇게 하면 총 4시간이지? 1 사람 당 40만 원, 5명이면 200만 원이야.
근데 이건 최소한이야. 급에 따라 시간당 금액이 달라져. 넉넉하게 1시간당 20만 원 준다고 치자. 그럼 2배 400만 원인데 그럼 100만 원 남으니까 그냥 시간당 10만 원으로 하자. 200만 원 패널들 준다.
이제 300만 원 남았다.
그런데 패널들에게 이 돈만 주는 줄 알아? 이렇게 돈 주면 안 오는 사람들이 많아. 그래서 차비, 원고비 같은 걸로 더 챙겨줘. 최소한, 진짜 최소한으로 1 사람 당 10만 원은 줄 거야. 벌써 250만 원 썼어.
250만 원 남았어.
이 사람들 밥도 먹여야지. 근데 이 사람들만 먹나? 직원들도 밥 먹어. 요즘 물가가 장난 아니니까 1인 당 넉넉하게 2만 원으로 하자. 연사 5명, 직원 뭐 스텝 포함 5명 하면 10명. 20만 원이야.
230만 원 남았어.
우리 같은 사람들 올 거잖아? 그럼 다과를 준비해. 1인 당 5,000원 정도 잡아. 행사 시간에 따라 좀 다르긴 한데 뭐 이 정도로 잡아. 그런데 일을 기획하는 측에서는 많이 모으지도 못하면서 있어 보이려고 최대한 많이 오는 걸로 잡아. 행사장 꽉 차게. 이 정도 장소면 100명? 근데 있잖아 내가 100명 오는 행사는 거의 본 적이 없어. 대부분 텅텅 비어. 자, 여기도 100명으로 치자. 얼마야? 50만 원이야.
180만 원 남았어.
이걸로 대관료 내야지. 못 잡아도 1시간당 10만 원은 하는데 준비 시간 정리 시간까지 포함하면 넉넉하게 한 8시간은 빌려야 해. 그럼 80만 원이야.
100만 원 남았어.
요즘엔 뭐 인터넷, 유튜브 생중계... 몇 명 안 보는 것... 근데 이런 것 해. 꼭 해. 기록으로 남긴다고... 자체적으로 못하니까 촬영팀 불러야지. 사실 남은 100만 원으로 부를 업체도 없어. 어디 좀 아는데 부르거나 이번에 못 챙겨주면 다음에 챙겨준다고 해서 뭐 최소 비용으로 와 달라고 부탁해. 사실 100만 원 이상이라 마이너스야, 마이너스라고. 뭐 100만 원으로 온 다 치자. 그러면 얼마가 남지?
안 남아. 없어. 0원이야.
근데 여기서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나눠 줄 책자, 더우니까 마실 물? 뭐 이런 건 쓰지도 않았어. 그런데 돈이 없어. 여기서 바로 내가 이런 행사는 가지 말자는 근본적인 이유가 나와.
뭔지 알아?"
"몰라. (내가 알면 가자고 했겠니......)"
3
"잘 들어.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포럼, 간담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예산, 준비, 이런 건 늘 제일 뒤로 밀린다는 거야. 제일 뒤로 밀려 있는데 주최 측에서 우리를 위해서 뭘 준비했겠어.
아무 준비 없어.
그냥 우리는 가서 자리만 채워주면 되는 거야. 그들이 바라는 건 그런 거야. 우리 행사 잘했다, 사람들 이만큼 왔다 이게 다야. 그러니 우리가 그런 곳에 가서 얻을 것이 있을 것 같아? 기껏해야 책자 1권, 간식, 명함 몇 개야.
그리고 패널들 준비도 별로 안 해와.
아, 진짜 어이없다니까. 어디 가서 했던 소리 또 하고 또 하고... 자료도 준비 안 해오는 사람도 있고... 진짜 어우... 생각만 해도 짜증 나. 주최 측에서 사전에 무슨 이야기 어떻게 할 건 지 검토도 하고 확인도 해야 되는데... 뭐 전문가라니까... 윗사람들이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냥 부르는 거야. 알잖아.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토론? 질문? 그런 것 별로 없는 거. 그러니까 그 패널들도 그냥 오는 거야.어차피 지적하는 사람들, 질문하는 사람들도 없으니까.
이런 행사는 그냥 꽁똔 나눠먹는 거야.
예산 낭비, 세금 낭비 하는 거야. 그러고 나서는 어디 뉴스 기사에 잘 끝났다, 자기들 sns에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있단 소리나 하는 거야. 아... 또 옛날 생각하니까 열받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 포럼, 간담회 이런 것들은 너무나 공급자 중심이야. 수요자의 욕구를 알아보거나, 수요자를 위한 요소를 만들지 않아.
고객을, 시민을, 우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거지. 그들은 주인공이고 우리는 들러리야, 들러리.
이러한 행사는 거의 다 세금으로 하니까 고객을 고려할 필요도 없으니 고객을 생각하지 않아. 지들끼리 잔치하는 거야. 돈 잔치, 세금 잔치!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없어! 왜냐? 처음부터 우리에게 줄 가치를 생각하며 만든 행사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전혀 갈 필요가 없어! 알겠니? 어때? 이래도 가고 싶어? 여길? 그래도 가고 싶으면 가. 들러리 서고 싶으면. 갈 땐 가더라도 돈 받고 가. 근데 돈 안 주지? 그래도 갈래?"
"아니... 가지 말자..."
"그래. 잘 생각했어. 우리 좋은 책이나 읽고 좋은 영상이나 보자. 이게 훨씬 나아."
"응..."
3
'그럼 지가 일 할 때 이런 것 바꾸지. 왜 나한테 난리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 그렇네......'
'나도 바꾸고 싶었지만...... 그냥 하던 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편했고...... 별나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았어. 사실 바꿀 능력도 없고.......'
지난 9월 1일,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 계획이 발표되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기본 계획과 관련 기사들을 읽고 난 후
이 노래, '연극이 끝난 후'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연극이 끝났다.
포럼? 간담회?
이런 의미 없는 행사를 진행할 돈도 없을 것이다, 이젠.
혹 제 4차 사회적기업 기본 계획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해 보시길...!
*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 계획 발표_인건비 등 직접 지원 중단, 예비사회적기업 폐지, 중간지원기관 & 창업지원기관(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등) 없앤다...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