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서에 보면 다윗을 향한 요나단의 사랑이 절절합니다. 요나단이 죽은 후 다윗은 요나단의 사랑을 여인의 사랑에 빗대어 말하였습니다.
“내 형 요나단이여 내가 그대를 애통함은 그대는 내게 심히 아름다움이라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기이하여 여인의 사랑보다 더하였도다”(삼하1:26)
동성애를 지지하는 일부 학자들은 이 본문을 근거로, 다윗과 요나단이 동성애를 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야론 펠렉은 ‘첫 눈에 반한 사랑? 다윗, 요나단 그리고 성서의 젠더 정치학’(Love at first sight?: David, Jonathan, and the biblical politics of gender)에서 요나단을 수동적이고 여성적인 인물로 묘사함으로 요나단이 다윗의 신부라는 주장을 합니다. 제닝스(Theodore Jennings)는 고대 스파르타 등지에서 발견되는 전사 에로티시즘(Warrior eroticism)과 유사한 형태로 다윗과 요나단이 동성애 관계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퀴어 성서 주석에서는 다윗과 요나단의 관계를 동성애라고 속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표현합니다.
“다윗과 요나단이 모두 여성과 결혼하고 자녀를 둔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은 그들이 서로 모종의 성적 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 본문에서 요나단과 다윗이 분명히 서로에게 품은 깊은 애정이 당연히 고대 세계에서 성적 관계를 가리킨다는 식의 생각 역시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Deryn ed., pp.343-344)
사무엘서를 읽어보면, 다윗을 향한 요나단의 일방적인 사랑이 표현되는가 하면, 다윗의 마음은 전혀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서는 요나단과 다윗의 사랑을 동성애로 오해할 가능성을 남겨두면서 왜 이렇게 기록했을까요? 다윗은 요나단을 사랑하였을까요? 아니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만 했을까요? 네덜란드의 하크보르트(Richard G. Hakvoort)는 사무엘서를 새로운 방식 즉 내적 초점화 방식으로 읽으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그는 ‘사무엘상에서의 내적 초점화 - 다윗을 향한 요나단의 사랑에 대한 새로운 관점’(Internal Focalization in 1 Samuel – a new perspective on Jonathan’s love for David)을 썼습니다.
성서 내러티브 커뮤니케이션에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경을 기록한 저자입니다.
둘째는 성경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나레이터입니다.
세째는 성경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 청중입니다.
네째는 성경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 인물입니다.
이들을 혼돈하지 않고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무엘상에서 나레이터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즉 등장인물의 생각과 동기를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내적 초점화는 이야기에서 누구의 관점을 강조할지를 결정하는 강력한 내러티브 기법입니다. 지금까지 성서 해석학에서는 ‘내적 초점화’ 이론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내적 초점화는 지식과 무지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엘리는 한나의 기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무지). 그러나 한나의 마음과 소원까지 분명하게 밝히는 나레이터 덕분에, 청중인 우리는 한나의 기도를 알고 있습니다(지식). 성경 저자가 어떤 특정 인물에 대해 내적으로 초점을 맞추면, 청중은 그 인물의 마음과 의도와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지식). 반면에 내적 초점을 맞추지 않은 인물의 상태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습니다(무지). 사무엘서에서는 이 내적 초점화 기법을 자주 사용하였지만, 많은 학자는 이 점을 무시하고 성경을 읽어 혼돈을 일으켰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다윗과 요나단을 동성애적으로 읽는 방식입니다. 어떤 학자는 요나단의 다윗에 대한 사랑이 일방적이었기에 요나단의 일방적 짝사랑이었다고 해석합니다. 어떤 학자는 요나단이 왕의 아들이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에서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해석합니다. 이들 모두가 사무엘서에서 자주 사용하는 내적 초점화 방식을 무시한 결과입니다.
다윗과 요나단 이야기에서는 요나단의 관점을 강조하여 기록했습니다. 따라서 요나단의 감정은 분명히 드러나지만, 다윗에게 내적 초점화를 맞추지 않았기에 우리는 다윗의 마음은 알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한 내러티브 묘사의 불균형은 즉 감정의 상호성 부족은 요나단의 사랑에 대한 다윗의 사랑 결핍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윗의 마음이나 감정이 표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다윗이 요나단을 사랑하지 않았거나, 부족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내적 초점화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무엘서를 읽도록 유도하는 사무엘서 저자의 독특한 기록 방식입니다. 등장 인물의 감정, 지식, 마음을 조명함으로서 본문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하려는 저자의 뜻입니다. 다윗의 마음이나 생각을 철저하게 숨김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다윗이 아니라 요나단에 집중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다윗과 미갈 이야기에서도 미갈의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무엘서는 이렇게 어떤 특정 주인공 이를테면 다윗에게만 내적 초점화를 하여 기록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을 수시로 강조하므로 때때로 주인공 같은 다윗이 보조출연자나 엑스트라처럼 여겨지도록 의도하였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은 주인공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나 조연들도 중요하게 생각하여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밝히십니다.
Richard G. Hakvoort, Internal Focalization in 1 Samuel – a new perspective on Jonathan’s love for David,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Old TestamentVolume 47, Issue 3, March 2023, Pages 343-356
Peleg Y. (2005). Love at first sight?: David, Jonathan, and the biblical politics of gender. Journal for the Study of the Old Testament, 30(2), 171–189.
Deryn Guest, Robert E. Goss, Mona West and Thomas Bohache ed. The Queer Bible Commentary I Hebrew Bible(퀴어 성서주석, I 히브리성서), 퀴어 성서주석 번역출판위원회 옮김, 무지개신학연구소,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