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무장집단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였습니다. 사상자는 천명을 넘고, 음악 캠프에 참석했다가 인질로 끌려간 사람도 백여 명이 넘습니다. 세계는 하마스의 테러에 경악했고, 서방 국가들은 한결같이 하마스를 비난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마스를 지지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 유튜브에 어느 분이 하마스는 성경에 나오는 모압과 암몬 족속이냐고 질문하였습니다. 사실 일부 극우적인 관점을 가진 기독교인들은 중동의 문제를 성경과 빗대어 설명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중동에서 전쟁만 일어나면, 요한계시록 20장 8절을 근거로 곡과 마곡의 전쟁이라고 확대하여 해석합니다.그리고 이스라엘과 아랍의 갈등을 야곱과 이스마엘의 갈등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현대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 혹은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직설적으로 성경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대 중동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정치적, 종교적 상황이 꼬일 대로 꼬여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하마스를 성경에 등장하는 모압과 암몬 부족으로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구약 시대 모압과 암몬은 현재 요르단 지역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오히려 팔레스타인 지역은 구약의 블레셋이 지배하던 지역이므로 하마스가 블레셋이냐고 묻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블레셋은 이미 멸망한 지 수천 년 전이기에 현재 그 족속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경의 지리를 근거로 수천 년 전 존재했던 구약의 족속으로 사회 정치적 맥락 없이 바로 현대로 끌고 와 연결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중동 문제는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풀기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이 영국과 서방 세계의 지원을 입어 팔레스타인에서 독립하기 전부터 중동의 아랍국가는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를 대표로 하는 이란이 서로 갈등하였습니다. 냉전시대 미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러시아를 견제했지만, 세계 정치 환경이 격변하면서 이 관계는 깨어집니다. 현재 미국은 이란과 적대 관계에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소원한 관계에 있습니다.
처음 이스라엘이 독립했을 때만 해도 이스라엘과 아랍은 철천지원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종교보다 경제를 더 우선시하기에 아랍 국가 중에 UAE가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기 원합니다. 만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국교관계를 맺으면 다른 아랍국가들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스라엘과 화해할 계획이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중동 정치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긴 곳이 바로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입니다. 원래 팔레스타인은 PLO라고 아라파트를 지도자로 한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가 다스렸는데, 극렬한 이슬람 저항 조직인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점령하면서 팔레스타인은 온건한 PLO가 지배하는 서안지구와 과격한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PLO는 이스라엘과 평화적 관계를 원하지만, 하마스는 무장투쟁으로 팔레스타인을 해방할 목적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중동이 이스라엘과 화해 분위기로 바뀌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란이 하마스와 손을 잡고 이번에 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세계는 우파든 좌파든 극렬한 정치지도자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극우 지도자인 네타냐후가 수상이 되면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시민이 그러한 네타냐후에게 저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의 테러는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극우 보수 유대인들에게 빌미를 제공하였습니다. 이제 중동 문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으로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똑같이 비판하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중동의 변화하는 정세에 발맞추어 하마스를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하였습니다. 이제 강 대 강으로 맞부딪치는 상황으로 가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이스라엘 안에는 그동안 팔레스타인과의 갈등과 전쟁과 불화를 보면서 어떻게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정치 그룹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전임 총리였던 야이르 라피트는 팔레스타인과 평화 공존을 위한 프로세스에 참여할 의지를 보였으며, 팔레스타인의 바삼 라아민과 이스라엘의 평화 운동가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평화를 위한 전투원’들이란 그룹도 있습니다. 이들은 또 다른 단체인 부모서클 가족 포럼과 연대하면서 이스라엘이 1967년 이전 국경으로 복귀하도록 노력하며,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퓨 리서치 센타의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에 이러한 온건파들을 지지하여 즉 팔레스타인과 평화 공존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2023년 현재 이스라엘인 35%라고 합니다. 문제는 하마스와 같은 극렬 이슬람 테러단체와, 네타냐후와 같이 반인종주의적이며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은 언제나 자기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상대를 적대시하고, 악마화하는 극우 극좌 정치인들이 지배하기에 문제입니다. 유일한 대안은 온건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인데, 무엇보다도 종교인들 그중에 기독교인들이 이런 평화적이고 온건한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https://youtu.be/CeZ7P0dMsMI?si=ptU5VQ8bXZQ9pO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