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별이 좋다. 어두움 속 희망이랄까. 별은 원래 그곳에 있다. 주변 빛공해 탓에, 오염된 공기 탓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런 게 좋다. 잠재력 같기도 하고.
시골이 좋다. 별이 잘, 많이 보이니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시골에 살아서. 날만 맑으면 밤에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게 별이었다. 어릴 땐 은하수까지 보였다.
중2때였나. 처음으로 천문대에 갔다. 연말 즈음이였는데, 별 보기 좋은 날씨라며 날씨보도 프로그램에서 촬영을 나왔다. 기상캐스터 뒤에 병풍 정도로 TV에 첫출연한 날. 기억이 생생하다. 토성을 두르고 있는 띠도 그날 처음 봤다.
별은 신비롭다. 지금 보는 저 별이, 지금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다. 오리온 자리의 가장 밝은별 베텔게우스와 지구의 거리는 643광년이다. '빛의 속도'로 643년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는 얘기다. 어젯밤 우리가 본 그 별은 어제가 아닌 643년 전 모습이다.
별자리라고 묶어서 이름지은 별들, 그 별들끼린 사실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공간은 물론 시간도 떨어진 별들인데, 우리가 보기에 무슨 모양인 것 같아서 한 별자리로 묶여 있다니, 재밌는 성연(星緣)이다. 다른 공간에서, 시간에서 살던 이들이 만나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 아무런 관계가 아닐수도 있었지만 의미를 부여한 관계들.
별은 뜨겁다. 그래서 수억년전 내뿜은 빛이 지구에서 보인다. 마음도 녹인다. 별을 보면 마음이 녹는다.
살아있는 화산을 보고 싶었다. 그 생각 하나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찾아보니 브로모라는 화산이 있었다. 국내선을 타고 족자카르타로 이동했다.
30년은 된 것 같은 봉고차를 타고 11시간을 달렸다. 묘기 수준 운전이었는데, 신기하게 사고가 안났다. 다음날 새벽 동이 틀때 화산을 보려고 근처 산장에서 머무는데, 당장 집에 돌아가도 아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날 본 별이면 충분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위가 아닌 옆에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기오염은 커녕, 빛이 거의 없는 산. 고도까지 높아 별을 보기엔 최적이었다.
마냥 누워 하늘을 보는데 우주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 들었다. 별이 너무 많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별자리를 어느 정도 아는데 별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있는 그 그림 사이, 원래는 안보이던 다른 별들까지 보여서 별자리를 분간할 수 없었다.
감탄을 연발하며 누워있었다. 빨려들어갈 듯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그 귀한 별똥별이 뚝- 뚝- 떨어진다. 저건 언제 떨어진 별인데 지금 보이는걸까. 어떤 마음이든 녹았다.
날이 좋은 날 밤, 깐순이네민박 손님들에게 불을 끄고 마당에서 별을 보라고 권한다. 별, 시골살이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