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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Jan 14. 2024

방콕 골프여행, 하루 2게임씩 108홀..또가고 싶다

방콕 골프여행, '호갱님' 안되려면 이렇게

한국의 이번 겨울 날씨는 유난히 변덕스러웠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며칠씩 이어지는가 하면, 영상 10도 언저리 봄같은 날씨가 며칠씩 이어지기도 했다. 봄가을 성수기 주말 때 그린피 30만원이라는 선을 넘은 골프장들은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겨울 휴식기 골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10만원이 안되는 그린피를 제시하지만 여전히 빈자리가 많다. 추운 건 질색으로 여기는 골퍼들이 많기 때문.


그래서. 겨울이면 한국골퍼들은 맑은 날씨를 찾아 동남아로 향한다. 코로나도 사실상 완전히 끝났고, 이제 다시 동남아의 시대다. 12월이 되면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 항공권 가격이 급등한다. 한국 여행사가 중개하거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동남아 골프장 이용료도 마찬가지다. 2017년 방문했던 필리핀 세부 '퀸즈아일랜드'에도 견적을 내보니 그때만큼의 가성비가 나오지 않았다. 동남아 골프의 매력인 '무제한 골프'도 과도한 추가요금이나 웨이팅 등으로 그 매력을 잃었다.


동남아 골프 가격은 한국 사람들이 다 올려놨다는 얘기를 몇번이나 들었다. 한국 사람들의 수요가 많고 팁을 퍼주다보니 시세가 올랐다는 것이다. 중간 수수료도 몇 년 새 크게 올랐다. 나는 국내 여행사가 만든 골프 패키지 상품들은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무제한 골프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라운딩 1회당 '캐디팁' 등 '불포함사항' 추가요금으로 적어도 50달러를 요구한다. 현지에서 직접 예약하면 50달러면 한게임에 드는 총액과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픽업비용 1인당 100달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랩이나 볼트, 요즘에는 심지어 카카오까지 제공하는 현지 차량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다. 조금은 수고스럽지만 여행을 직접 계획하는 게 여행사를 통하는 것보다 훨씬 알차다.


이번 여행지는 태국으로 정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의 골프 물가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오른데 반해, '비싸다'는 인식이 있던 태국 물가는 상대적으로 덜 올라 오히려 싸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정보를 파악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12월 중순 4박6일 일정. 비행기 티켓부터 싸게 끊었다. 방콕행 직행 비행기 왕복 티켓값은 50만원대부터 시작했는데 시간대도 별로였다. 생각을 바꿔 경유편을 알아봤는데, 아침에 출발하는 괜찮은 일정에 시간도 8~9시간 정도로 2시간만 더 걸리는 경유노선이 있었다. 상하이를 경유한는 중국동방항공으로 왕복티켓을 26만원에 구매했다. 절대 나쁘지 않았다. 인천에서 출발, 2시간쯤 걸려 도착한 상하이 공항에서 중국음식을 한끼 사먹으니 곧바로 방콕행 비행기에 탈 시간이 됐다. 아주 짧은 중국여행을 추가한 기분이었다. 수화물도 자동연결이 가능했다. 짐검사를 한 번 더 해야한다는 번거로움 정도만 감내하면 '반값'에 방콕을 오갈 수 있다.

방콕 수완나폼 공항과 멀지 않은 곳에 첫 숙소를 잡았다. 1박에 4만원쯤 하는 5성호텔 The Srivaree Airport Hotel 인데, 방콕 번화가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5성이라고 하지만 3성 수준이었다. 조금 더 좋은 숙소를 잡을걸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골프가 중심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지낼만했다. 무엇보다 골프장들과 1시간 이내로 가까운 거리라는 게 좋았다.

모든 골프장 예약은 Golfdigg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잡았다. 그린피와 카트비, 현금으로 내는 캐디피+팁까지 더해 1인 1라운딩 기준 총액 평균 10만원 안팎의 가격에 예약을 마쳤다. 앱에 나와있는 골프장을 구글지도에서 일일이 다 검색했다. 리뷰를 보며 동선과 가격을 고려해 괜찮은 곳을 골랐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2주 전에 수파프륵, 빈티지클럽, 카스카타, 방파콩 4개 구장을 예약했다. 방콕에서 동쪽에 위치하고 1시간 이내 거리의 골프장들이다.



(1)수파프륵(subhapruekgolf)

방콕에 도착한 첫날, 한국식 고깃집에서 시사를 마치고 인근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고 푹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그랩으로 차를 불렀다. 숙소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수파프륵 골프장이 첫 목적지였다. 시골길을 깊숙히 들어가니 2인용카트 수십대가 눈에 들어왔다. 일출에 맞춰 라운딩을 시작한 이용객은 우리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아메리칸조식을 시켜먹었다. 역시 태국 음식은 맛있고, 골프장 음식은 맛있다.


해가 뜨는 오전 6시30분쯤에 맞춰 필드로 나갔다. 정글이다. 울창한 열대식물들 사이에 샛소리가 들린다. 1인 1캐디 1카트로 나눠 타고 둘이 라운딩을 즐겼다. 이슬맺힌 잔디바닥은 폭신폭신 양탄자 같았다. 원없이 양분과 수분을 먹고 자란 잔디는 튼튼하고 건강했다. 그린은 누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고 잘 미끄러졌다. 아침 일찍 따뜻한 날씨에 땀이 나도 수박쥬스 땡모반을 들이키면 천국이 됐다. 이 가격에, 이 컨디션에 앞뒤팀 없이 황제골프를 즐겼다.


(2)빈티지 클럽(vintage club)

수파프룩에서 라운딩을 마친 시간은 오전 9시30분쯤. 18홀 완주에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다음 예약은 남쪽으로 20분쯤 거리에 있는 빈티지 클럽. 클럽하우스가 고풍스러운 곳이라는 리뷰가 있었다. 앱으로 차를 불렀는데, 이번엔 근사한 빨간색 픽업트럭이 왔다. 또 다른 설레는 마음으로 이동했다. 티오프 시간을 정해 예약하긴 했지만, 원하는 시간에 나가면 언제든 플레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선 허기진 배를 채우기로 했다.

방콕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던 음식은 이곳의 똠양꿍이다. 걸쭉한 새우 국물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군침이 고인다. 둘이서 메뉴 5개를 시켰다. 메뉴당 가격이 1만원쯤 한다. 현지 로컬식당에 비해선 5배 정도 비싸지만, 한국 골프장에 비하면 반값 수준이다. 한국에서도 그렇듯, 골프장 음식은 비싸고 맛있다. 태국 스타일의 볶음밥과 소바도 먹을만했다.


스타트하우스에 사람들이 많이 보이길래 막히려나 싶었지만 무난하게 진행됐다. 오랜만에 하는 땡볕 라운딩, 덮긴 했지만 금방 적응됐다. 이곳 역시 골프장 컨디션이 너무 훌륭했다. 라운딩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쉬다가 또 2시간짜리 마사지를 받았다. 천국이다.

(3, 4)카스카타(cascata golf club)

다음 라운딩 코스는 숙소에서 거리가 좀 있는 카스카타(방콕 동북부)로 정했다. 36홀짜리 코스인데 이날은 9홀이 문을 닫아 27홀만 이용이 가능했다. 한 코스를 2번 돌아 36홀을 채웠다. 풍경이 가장 멋있는 골프장이다. 산악 코스에 난이도는 극악 수준이었다. 그린은 물결처럼 언듈레이션이 심한데다 그린스피드도 빨랐다. 좌우로 상하로 변곡이 많았다. 벙커턱은 높아 한번 빠지면 나오기가 힘들었다. 스코어는 가장 안좋았지만, 가장 고급스럽다고 느낀 곳이다.


이곳에 갈 때는 택시를 이용했다. 그랩이나 볼트 앱으로 부를 때 SUV가 일반 차량보다 비싸고, 택시는 일반 차량보다 싸다. 위치에 따라 택시가 잘잡히는 곳도 있고 다른 종류의 차가 잘 잡히는 곳도 있다. 거리가 꽤 있는 곳이어서 갈 때 태워주신 택시기사님이 라운딩 끝나는 시간에 다시 오겠다고 제안해주셨다. 요금은 2만원 정도로 저렴했다. 한곳에서 라운딩을 하니 이동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점이 좋았다. 이날도 돌아와서 마사지 2시간을 받고 맛있는걸 먹고 쉬었다.

(5, 6)방파콩(bangpakong)

방콕 동부 빵빠꽁강을 따라 자리잡은 방파콩 리버사이드 컨츄리클럽. 골프 마지막날은 이곳에서만 36홀을 예약했다. 금요일인데도 내장객이 많았다. 출발부터 대기가 있었다. 화창한 날씨, 새파란 하늘이 있어 지루하진 않았다. 기온 자체는 35도 가까이 치솟았지만 방콕 시내에 비해 훨씬 시원하게 느껴졌다. 강바람이 솔솔 불었고, 나무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했다. 통행차량이 많고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방콕 시내의 땡볕과는 체감온도가 크게 차이난다.

이곳 역시 컨디션이 훌륭했다. 한가지 단점은 입소문이 낫는지 손님이 너무 많다는 것. 융통성 있게 홀패스를 하기도 했는데, 다 막혀서 큰 효과는 없었다. 8인 플레이까지 목격했다. 골퍼 8명과 캐디 8명까지 16명이 한 그린에 올라가 있는 진풍경을 보기도 했다. 반대로 혼자 골프를 치는 1인 플레이도 있었다. 아침 일찍 갔는데 두 게임을 다 치고 나니 해가 졌다. 3일 6라운딩, 108홀을 마무리했다. 버디는 6개. 결과보다 골프장 자체를 즐기는 재미가 더 여운이 남는다.


라운딩을 마치고 여행자의 성지 '카오산로드' 인근 숙소로 이동했다. 카오산로드도 둘러보고 오마카세도 먹고 마사지를 또 받고 핫플카페에서 디저트도 먹었다. 꽉꽉 채운 일정으로 대만족한 4박6일이다.



#방콕 골프여행 TIP

1. 'Golffdigg' 앱으로 가격 확인+예약/구글맵에서 골프장 리뷰+위치 확인

2. 소요시간 짧은 경유 항공권도 알아보기

3. 교통수단은 그랩/볼트 앱으로 실시간 예약. 택시가 가장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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