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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골프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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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Feb 01. 2022

겨울골프, 지독한 매력

"이건 아닌데..." 하지만.

겨울골프의 매력은 지독하다.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다.


겨울골프는 일반골프와 또 다른 스포츠다. 뭐가 다르냐면 일단 너무 춥다. 온몸을 활용해야 하는데, 팔이든 어깨든 허리든 어느 한 곳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페어웨이는 물론, 온그린 공략에서는 특히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린스피드도 홀마다 제각각이라(양지, 음지 차이) 퍼팅에도 애를 먹는다.


그럼에도 매력있는 이유는. 추가되는 '변수'들 또한 '적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람 불거나 비가 올때 방향을 계산하고, 몇클럽 크거나 짧게 잡는 것처럼. 공이 얼마나 어느 방향으로 튀어 굴러갈지지, 그린 상태에 따라 라이가 얼마나 먹고 스피드가 얼마나 달라질지를 다 계산할 수 있다.


요즘에는 그린피가 너무 올랐다. 겨울골프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겨울골프도 많이 비싸지긴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최소한으로 가려고 마음먹었지만, 11월~1월까지 세달동안 16번이나 가고 말았다...


12월에 엄청난 폭설이 내리던 토요일, 잘 버텨주던 날씨가 16번홀에서 돌변했다. 하얀 눈이 순식간에 필드를 덮어버렸다. 동반자들과 함께 신나서 사진을 찍고 어린애들처럼 뛰어놀았다. 그린 위에 공이 굴러가지 않아 스코어가 무색해졌다.


다음날에도 라운딩이 예정돼 있었는데, 새벽에 골프장에 전화해보니 직원들이 나와 눈을 치우고 있다고 했다. 치울만한 양이 아닌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골프장에서 만나 상황을 보기로 했다.


상태는 완전히 눈밭, 스키장이었다. 골프장 측에선 취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서 용인까지 운전하고 왔는데 온 이상 치고 가야하는 게 정석이다. 완전히 색다른 경험을 했다.


공을 치면 '런'이 거의 없다. 공의 흔적을 찾아 가까운 곳 눈에 파묻혀 있는 공을 찾는 식이었다. 눈을 치우고 잔디를 억지로 찾아 그 위에 공을 올려놓고 쳤다. 런이 없다보니 의외로 잃어버린 공은 별로 없었다.


썰매장에 온냥, 추위에 벌벌 떨어가며 동반자들끼리 우정을 키워나간다.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겠나! 라는 공감. 추위를 견디고 18홀을 마치면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한다. 평생 간직될 추억, 그게 겨울골프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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