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라운딩에서 오랜만에 싱글을 했다. 79타 7오버파. 77타를 두 번 쳤었지만 그때는 멀리건을 1~2개 썼던 것 같다. 이번에는 공을 한개도 잃어버리지 않고 컨시드도 후하게 받지 않았으니, '라베(라이프베스트)'라고 할만한 기록이다.
골프를 시작한지 2년쯤된 친구가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칠 수 있냐'고 묻는다. 나도 항상 잘치는건 아니지만 최근엔 핸디가 86개 정도 되는 것 같다. 플러스 마이너스 7개 정도. 이정도면 아마추어 중엔 잘치는 편이다. '최근 기준', 골프를 잘칠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1. 멤버
뭐니뭐니해도 멤버가 가장 중요하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최고다. 눈치보지 않아도 되고, 딱히 잘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없는 사람이랑 있을 때 스코어가 잘 나온다. 공이 안맞을 때 성질을 부리면 동반자도 불편해진다. 본인이 실수를 해서 공이 밖으로 나가더라도 '허허' 웃을 수 있는 허허실실한 사람이 좋다. 실력이 비슷해 치열한 스코어 경쟁을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간절하게 이기고 싶지만, 아슬아슬하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OB를 냈을 때 쿨하게 '멀리건'을 외칠 수 있는 여유있는 사람이 좋다.
2. 기분
그날의 기분이 중요하다. 아무리 멤버가 좋더라도 다른 일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필드에 나가면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 머리 속에 잡념이 없어야 한다. 아무런 고민이나 잡생각 없이 골프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스코어가 잘 나온다. 괜히 신나는 날, 라베 기회다.
3. 골프장 컨디션
이번 구장은 용인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였다. 8월 중순인데 폭염이 사그라들었다. 덥긴 더운데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처음 와본 골프장인데, 너무 좋다. 레이크사이드는 54홀로 구성됐는데, 그중 서코스 18홀만 회원제다. 클럽하우스에서 카트를 타고 5~6분 정도 에버랜드 사파리 즐기듯 들어간다. 골프장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는 보너스 타임이다. 잔디 컨디션도 베스트. 공이 안맞아도 탓할거리가 없다. 최근엔 송추cc에서 80개를 쳤다. 몽베르에도 82개로 좋은 기록이 나왔다. 4월 벚꽃이 흐드러질 때 너무 예쁜, 가보고 싶던 충주 시그너스cc를 갔는데 버디 3개를 하고 77타를 쳤다. 골프장 상태가 중요하다. 좁거나, 자신의 스타일과 안맞는 구장들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좁은 땅에 18홀을 구겨놓은 곳들은 장기 슬럼프로 빠지는 입구다.
4. 드라이버
5년 이상 골프를 쳤지만, 아직도 제일 모르겠는 게 드라이버다.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언제는 장타자였다가 언제는 따박이가 되고. 알 수 없는 게 드라이버다. 그래도 '흐름'이 있다. '요즘 구질'이란 게 있다. '일관성'이 있다. 그걸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내리면 된다. 갑자기 슬라이스가 난다면 왼쪽을 겨냥하고 치거나, 그립을 잡을 때 클럽 헤드 페이스를 조금 닫아주거나, 공의 위치를 왼발쪽으로 조금 더 이동시키거나 하면 된다. 거리는 뭐, 화이트티에서 치면 짧게 쳐도 상관 없다. 아이언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5. 아이언
개인적으로 가장 자신있는 샷이 아이언샷이다. 먼저 자기 거리를 알아야 한다. 채별로 10m씩 비거리가 차이나는 게 베스트. 이 거리도 그날그날 다르긴 하지만 영점잡듯 조정하면 된다. 채별로 10m씩만 차이나면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골프에서 중요한건 방향과 거리. 거리는 '그날의 거리'가 있어서 적응하면 되고. 방향은 두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먼저 클럽 헤드 '스퀘어'다. '스윙 패스', 스윙궤적이 있는데 공을 타격하는 순간 클럽 헤드가 스퀘어(평행) 상태로 지나가야 한다. 이때 헤드가 덮히거나 열리면 방향에 문제가 생긴다. 스퀘어를 의식하고 치면서 팔로우 스윙을 핀 방향으로 던져주면 해결된다. 스퀘어와 팔로우,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6. 어프로치
아이언이 가장 자신있다고 했지만, 사실 요즘엔 어프로치가 더 자신있다. 비결은 연습장이다.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만 칠 게 아니라 어프로치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10미터부터 100미터까지 5미터 간격으로 '이만큼 치면 이정도 간다'라는 게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연습장에서 어프로치 모드로 거리를 설정해두고 연습하다보면 자신만의 루틴을 찾을 수 있다. 거리를 파악한 다음 중요한 건 리듬이다. 어프로치는 풀샷이 아닌 컨트롤샷이기 때문에 리듬감이 중요하다. 박자를 맞추듯 흐름을 타야 한다. 지면과의 반발도 의식해야 한다. 초보들은 어프로치가 가장 까다롭다 하지만, 좀만 익히고 나면 가장 쉽다.
7. 퍼터
퍼터는 자신감이다. '난 잘해, 난 넣을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자신감이 없으면 50cm 거리도 넣지 못한다. 무조건 넣어야겠다는 생각보단 주변에 붙이기만 해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몸에 좋다. 팔로우스윙의 거리로 기계적으로 거리를 맞추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추가로 '감'을 익혀야 한다. 눈대중으로 보고, 이 정도의 힘으로 치면 들어가겠다라는 '감'을 익히는 게 좋다. 골프장 별로 그린스피드가 천차만별이니 1번홀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8. 열쩡
열쩡이 가장 중요하다. 골프치기 전날 설레서 잠을 못이룰정도의 열정. 갑자기 이틀 뒤에 빵꾸멤버로 가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상견례 수준 선약이 아닌 이상 일정을 조정하고 갈 정도의 무모함. 하루에 두게임, 세게임이라도 기회만 되면 칠 수 있다는 패기. 이런 것들이 골프를 잘치게 한다. 물론 상당한 부작용과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9. 결론
"잘 친 샷만 기억나서 또 오고 싶어졌어!". 지난주 120개 정도 친 동반자가 말했다. 하필 마지막 홀에 '찐파'를 기록했다.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문제는 골프는 잘칠수록 재밌어진다는거다. 110개 치면 더, 100개 치면 더 재밌어진다. 90대, 80대 진입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래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잘치고싶어하는 의지가 있다면 영상도 찾아보고 스스로 연습도 많이하고 해답을 찾게 된다. 즐기다보면 잘치게 된다는 말이다. 그냥, 즐기는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