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준성 Feb 18. 2020

Theme02 꽃길만 걷자

#제주동백 #제주유채꽃 #왕벚꽃 #수국수국해


일 년 열두 달, 일 년 내내 꽃이 피는 곳, 제주.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제주는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마다 돌아가며 꽃이 핀다. 겨울이 한창 시작되는 12월부터 제주 곳곳은 붉은 동백꽃으로 물든다. 붉은 물감을 칠한 듯 동백꽃잎이 흘러내려 바닥까지 붉게 만들 때쯤, 유채꽃을 시작으로 왕벚꽃이 제주에 완전한 봄이 왔음을 알린다.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날려 꽃비가 되어 내리면 붉은 겹벚꽃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른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면 온통 수국으로 풍성해진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나면 제주의 밭은 온통 하얀 메밀꽃이 이어지다가 유행 따라 퍼지고 있는 핑크뮬리가 잠시 인기를 끈다. 그리고는 다시 붉은 동백과 함께 겨울이 찾아온다. 언제 찾아도 제주는 화사한 꽃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애기동백꽃(12월~1월)

                                                  

모든 꽃이 다 지고 나서야 흰 눈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는 붉은색의 꽃 동백.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 위주로 군락을 이루어 피는 꽃이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는 방풍나무로, 그리고 열매로 만드는 동백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제주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짙은 녹색의 잎 사이로 붉은 꽃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요즘 제주에는 동백꽃의 개량종인 애기동백꽃이 제주 겨울 여행의 꽃이 되고 있다. 애기동백은 동백과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동백은 꽃이 질 때 꽃잎이 전부 붙은 채로 송이송이 떨어진다. 애기동백은 이와 달리 일반적인 꽃들처럼 꽃잎이 하나씩 떨어진다. 붉은 꽃잎이 하나둘씩 떨어지면 애기 동백나무 아래는 마치 붉은 양탄자라도 깔아 놓은 듯 겨울 분위기를 한층 따뜻하게 해 준다.



#제주동백수목원

수령이 40년이 넘은 애기동백나무 사이로 연인끼리 친구들끼리 인생사진 건지는 곳이다. 개인 사유지로 점점 관광객들이 많이 찾게 되어 입장료를 받고 운영 중인 곳이다. 위미동백나무군락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제주동백수목원으로 정식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길가 주차가 불편하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27 / 입장료 : 4,000원 / 전화 : 064-764-4473


#동백포레스트

2018년 겨울 무료로 첫 선보인 이후 재정비하여 19년~20년 겨울 시즌 다시 문을 열었다. 잘 가꿔진 애기동백 숲도 좋지만 새로 선보인 포토존에서 동백숲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최고 인기.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생기악로 53-38 / 입장료 : 4,000원


#호근동복지회관

정확한 명칭은 없고 호근동 복지회관 앞 길가에 있다. 사유지로 들어가는 골목길인데 양쪽으로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이로 애기동백이 빼곡히 담장길을 만드는 곳이다. 웨딩 스냅을 찍기 위해 찾기도 하고 최근 SNS에 알려져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따로 찾기보다는 동선에 맞으면 지나다가 들릴 만하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반면 사유지이니 조용히 그리고 깨끗이 보도록 하자.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호근남로5번길

 

 

벚꽃(3월말~4월초)


4월이면 전국을 벚꽃향으로 물들이며 사람들 가슴속 봄기운을 북돋아 주는 벚나무. 흔히 일본이 고향이라고 알고 있는 벚나무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로수로 많이 심는 ‘왕벚나무’의 고향은 바로 제주도이다. 1908년 프랑스인 따게신부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제주도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이 알려지게 되었다. 일본의 왕벚나무보다 수령이 더 오래되어 한국의 왕벚나무는 일본에서부터 왔다는 주장을 뒤집을 수 있게 되었다.


#봉개동 왕벚나무 자생지

제주 왕벚나무 자생지 중 접근하기 편한 곳이다. 봉개동 자생지에는 세 그루의 왕벚나무가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제주시내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주요 도로인 516도로 따라 넘어가는 길에 있다. 상상도 못 할 수령이지만 3월 말이면 어김없이 풍성한 벚꽃을 피워낸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강동 산 14-2


#전농로 왕벚꽃길

KAL사거리에서 남성로까지 이어지는 전농로 전체를 따라 굵은 왕벚나무가 터널을 만드는 곳이다. 매년 3월 말이면 2차선 도로를 막고 벚꽃향기 그득한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린다. 팝콘처럼 팡팡 터진 벚꽃터널 사이로 볼거리 먹거리가 많다. 같은 시기에 애월읍 장전리에도 동시에 왕벚꽃축제가 같이 열린다. 장전마을회관을 찾아가면 된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전농로 주변


#도두봉

도두항 근처 작은 오름인 도두봉도 숨겨진 벚꽃 명소이다. 공항과 가까워서 공항 출/도착 전후에 잠시 들릴 만하다. 도두항에 차를 두고 도두봉에 오르면 제주바다는 물론 한라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벚꽃나무 뒤로 멀리 제주공항이 보이는데 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기다렸다가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두일동 2605-4


#신산공원

평소 한적한 구제주 시내 작은 공원이지만 벚꽃시즌만 되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곳이다. 공원 전체에 제주 왕벚꽃이 복실복실 피어난다. 제주 국수거리 중 가장 인기인 자매국수집 바로 앞에 있다. 국수 한 그릇 먹고 한적하게 산책하기 좋은 곳. 벚꽃이 질 때면 공원 바닥이 온통 하얀 벚꽃잎으로 뒤덮인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도이동 830


유채꽃(2월~4월)

요즘 같이 어렵지 않게 제주도를 놀러 오던 시기가 아닌 옛날. 노란 유채꽃 밭을 배경으로 사진 하나쯤 남겨야 제주를 다녀왔다 자랑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인가? 전국적으로 피는 꽃이긴 하지만 유채꽃을 생각하면 제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유채는 주로 기름을 짜기 위해 심었었지만 어째 요즘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 1~2천 원씩을 받기 위한 밭들이 더 많아진 듯도 하다. 딱히 시즌이 없이 심는 시기에 따라 일 년 내내 피기도 하는데, 지난해 늦가을에 뿌리내리고 겨울을 보낸 후 봄에 피워낸 유채꽃이 가장 샛노란 색을 보여준다.



#가시리 녹산로

유채꽃 명소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곳이다. 매년 4월이면 가시리 녹산로는 노란 유채꽃을 피워내고 그걸 축하라도 하듯 벚꽃이 눈꽃처럼 날린다. 7km 정도 되는 도로를 따라 아래는 유채꽃 위에는 벚꽃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꽃길을 걷는다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시기 녹산로 중간쯤 있는 조랑말체험공원 일대에선 제주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3만 평쯤 되는 유채꽃 밭은 제주에서도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축제기간에는 녹산로를 막아 안전하게 꽃길을 걸을 수도 있다.


#산방산, 광치기해변 주변

매년 2월쯤이면 산방산 근처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심었던 유채꽃들이 하나 둘 피어난다. 샛노란 유채꽃밭 속에서 산방산이 든든한 배경이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1천 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거나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경우만 찍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밭을 가꾸고 포토존을 만든 수고라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수준이긴 하다. 이때쯤 2차선 도로들이 복잡해진다. 용머리해안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걷는 것을 추천한다. 비슷한 시기에 성산일출봉 근처 광치기 해변에서도 유채꽃밭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규모는 조금 더 작아도 아기자기한 포토존을 꾸며 놓아 인기.


#엉덩물계곡

중문 쪽 유채꽃 명소이다. 졸졸 흐르는 계곡 주변으로 야생 유채꽃이 매년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다. 산방산 유채밭이나 광치기 해변 쪽처럼 포토존으로 꾸며지지 않았지만, 무료인 데다가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다. 한국콘도 주차장에서 가장 가깝고 테디베어 뮤지엄이나 퍼시픽랜드에서도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서우봉

함덕해수욕장 옆 작은 오름이다. 최근 가장 인기를 누리는 해변인 함덕해변의 비취색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매년 3월이면 서우봉 산책로를 따라 유채꽃이 만개한다. 올레길19코스의 핵심구역으로 올레길을 따라 걷기도 좋고 서우봉 둘레길만 걸어도 된다. 가을에는 유채꽃의 바통을 이어받아 코스모스가 서우봉 전체를 뒤덮는다.



수국(6월)

봄을 마무리하고 여름을 부르는 꽃 수국은 그 풍성하고 은은한 색감에 많은 사랑을 받는 꽃이다. 6월이면 제주 곳곳이 복실한 푸르름에 물들고 그걸 보기 위해 젊은 남녀들이 홀린 듯 모여든다. 수국은 토양이 산성이면 푸른색 수국 꽃이 피고 알칼리성이 강하면 붉은색을 띤다. 실제 꽃처럼 보이는 것은 잎이고 속에 암술 수술이 없어 열매를 맺지 못해 삽목으로 개체를 늘린다. 제주에는 일본에서 개량한 수국 외에 산수국이 있다. 무성화로만 개량되어 씨를 맺을 수 없는 일반 수국과 달리 산수국은 가운데 수술 암술을 가진 꽃 주변으로 곤충들을 유인하는 무성화(가짜 꽃)가 듬성듬성 핀다. 물을 좋아하고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덕에 제주의 숲과 오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종달리수국길

하도 해변과 종달항 사이의 해변도로를 따라 1km가량 길게 수국길이 이어진다. 제주에서도 수국길로는 가장 풍성하고 긴 코스 중 하나다. 풍성하게 피어난 하늘색 수국과 뒤로 바다의 푸르름이 매력적이다.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제주로 왔다면 종달리수국길 산책은 그 무엇보다 만족감을 주는 곳이 될 것이다. 수국길 중간에 주차할 만한 곳이 없다. 종달리전망대 근처에 차를 대고 천천히 바다를 따라 걷는 것이 좋겠다.


#위미리수국길

종달리수국길 보다는 짧은 구간이지만 여기 수국만큼은 독보적으로 풍성하다. 마치 병풍이라도 펼쳐놓은 듯. 보통 1미터 정도의 크기로 자라는 다른 수국과 달리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줄기에서 짙푸른 수국을 많이도 피워낸다. 풍성풍성 수국을 두 손 가득 담아보기도 하고 몸 전체를 수국나무에 폭 안겨 보며 인생 사진을 남겨보자.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인 만큼 차조심 하자.


#안덕면사무소

1년 내내 조용한 면사무소가 6월만 되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안덕면사무소는 매년 수국이 피는 시즌이면 작지만 수국 축제를 연다. 안덕면사무소 앞 도로를 따라 색색의 수국이 길게 이어진다. 사무소 안에서는 수국으로 만든 다양한 포토존이 순서를 기다린다.


#사려니숲길

제주에서 가장 인기인 숲길인 사려니숲길에도 6월이면 산수국이 빼곡히 핀다. 수국보다는 그 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하늘까지 올라간 나무 틈 사이사이 상큼한 여름을 불러들인다. 무리 지어 핀 산수국은 언뜻 보면 연파랑의 작은 나비들이 조용히 앉아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일반 수국보다 사려니 숲길의 산수국은 1~2주 정도 뒤에 만개한다.


#새미오름(삼의악오름)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516도로 초입에 있는 작은 오름 새미오름. 20분이면 정상에 오를 정도로 작은 오름인데 정상에서 샘이 솟아 나온다 해서 ‘새미오름’이라고 부른다. 평소에 조용하고 찾는 이 적은 이 오름이 6월이 되면 온통 산수국으로 물든다. 한적함을 즐기고 손때 타지 않은 산수국이 보고 싶으면 여행 동선을 고려해 한번 찾을 만하다.



메밀꽃(9월~10월)

제주는 메밀의 국내 최대 산지이다. 돌이 반 흙이 반인 제주 땅. 논농사는 고사하고 일반적인 밭작물 어느 하나도 쉽게 키워내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그나마 메밀은 넉넉한 수확을 안겨주는 작물이다. 9월을 지나 10월로 접어들면 온통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나무들 사이로 쓸쓸함이 짙어지지만 그나마 제주의 가을은 소복이 눈이 내린 듯한 메밀꽃이 포근함을 더해 준다. 제주에서 흔한 메밀꽃이지만 오라동 메밀꽃밭은 규모면에서 제주에서 가장 넓다. 봄에는 청보리와 유채꽃을 경작하고 가을에 메밀꽃을 피워 축제를 연다. 보통 9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 메밀꽃을 볼 수 있으니 일정이 맞으면 하얀 꽃에 어울릴만한 화려한 옷을 준비해서 찾아보면 좋겠다. 날씨가 좋으면 메밀꽃밭 너머로 제주시내와 제주 앞바다까지 내려다 보인다. 소정의 관람료를 내면 포토존에 들어가게 해 준다.

더 많은 제주 여행이야기 :

http://instagram.com/junsung.hur

작가의 이전글 Theme04 아이와 함께 제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