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갖지 못한 것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능란하다

책 <약간의 거리를 두다> 리뷰

by 베리

제목 ‘약간의 거리를 두다’를 보면, 인간관계와 그 안에서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또한 운명에 대한 믿음과,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인간의 위대함 둘 다 드러난다.

저자는 인간이 갖고 있는 한계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신의 영역을 남겨두는 신앙(가톨릭)을 가진 듯 하다. 신의 위대함에 대한 찬양이 아니라, 인간이자 한 개인일 뿐인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세상의 일,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서는 내려놓자는 이야기여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한계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 이미 가진 것 덕분에 행복하기보다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불만을 느낌, 타인의 불행에 비추어 기쁨을 느끼는 모습 등이다.)


확고한 자신만의 마음가짐도 드러난다. 이 책을 쓸때의 저자를 본다면, 무언가 다짐한 듯 입술을 앙 다문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야 한다’라는, 꽤 단정적인 어투로 자신의 소신을 써내려간다. 넓게 열려 있는, 그런 마인드를 가진 책은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하지 말아라(DON’T)’가 아니라, ‘이렇게 해봐라, 나는 이렇게 했더니 좋더라(DO)’여서 딱딱한 느낌은 아니었다.


삶에 대해 어떤 태도로 살아야할지 고민하며 이 얘기 저 얘기 들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담담한 문체에 작가의 삶의 태도가 잘 담겨있어 고민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마음이 너무 힘들다, 삶의 태도를 고민할 여유가 없다, 마음이 편안한 글을 읽고 싶다 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나다움

남과의 비교를 중단하면 막힘없이 나의 생활을 키워나가는 힘이 생긴다


사람은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난다.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무엇인가를 흉내내고 비슷해지려고 시도하는 순간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은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수용했다는 너그러움이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

약간의 도움이자 누군가에게는 뜻밖의 행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것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등불이 될 수 있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힘없는 늙은 여인도 타인의 발밑을 밝혀주는 것이 가능하다. 별것 아닌 친절을 통해 그녀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인간의 본질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에 행복하다. 안도감은 등불을 발견한 여행자만의 것이 아니다.



삶의 태도

‘감사하는 사람’의 일생에는 향기로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겸손과 너그러움, 따뜻함, 위로, 기쁨과 여유가 있다.


즉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잠시라도 한숨 돌릴 수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진행을 미룰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인간의 본성과 한계


우리의 삶에서 신의 영역을 남겨두는 것은 나태가 아니다.


인간은 이 지구상에서 같은 지점을 동시에 점유하지 못하며, 동일한 공간을 두 사람 이상이 소유하지 못한다. 우리는 가까이에 어울려 살아가더라도 바라보는 인생의 풍경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유도 모른 채 '높은 사람'을 우러러 받들거나 그에게 아첨하며 스스로를 폄하시킨다. 더 큰 문제도 발생한다. 사람의 위치를 차별하는 관념에 순응해버리면 '높다'는 개념에 반대되는 '낮다'의 관념에도 굴복하게 된다. 나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였듯이 나보다 낮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내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된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능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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