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사랑하기

책 <하버드 사랑학 수업> 추천

by 베리

좋아하는 책 '연애의 태도'의 저자 정선실 씨가 강력 추천하여 읽게 되었다. '여자는 이렇다, 남자는 저렇다'며 연애의 요령과 수법을 알려주는 연애상담서의 흔한 말을 완전히 부인한다. 사랑, 그 중에도 '연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하지만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자존감과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되는 내용이고, 배울 점이 많았다.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가능성에 대해 내 마음을 열어두는 것


전반부에서는, '고정된 성 역할' 개념을 비중있게 다루는데, 여자와 남자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정해져있고, 이게 연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남자는 관심있는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연락하고, 반드시 성적으로 접근하고, 저녁 식사를 계산한다(그렇지 않다면 그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고백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사랑 앞에서 망설일 수 있고,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다른 사람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 회사 일이 바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개인'보다 '성별로 인한 기대'를 훨씬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성은 '빨리 접근하고 빨리 사랑을 쟁취해야 한다, 더 많은 돈을 써야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고, 여성은 '평소에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일지라도, 연애에 있어서는 남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답답해한다. '고정된 성 역할'로 인해 우리 모두 솔직한 연애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더하여 인간은 정해진 대로 살지 않고 기술 발전, 예술, 정치 제도의 형성 등 상상력을 동원해서 인간만의 길을 개척해 왔다. 그런데 왜 연애에서는 진화론적 과거를 초월하지 않고 이에 기대, 마치 동물의 세계처럼 연애를 설명하려고 하냐는 비판도 한다.


후반부에서는,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가능성에 대해 내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쉴 새 없이 변하는 사회, 더 빨리 변하는 사회문제, 이런 수많은 변화에 발맞춰 행동하고, 실패하더라도 오랜 시간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전반에 회복탄력성이 필요하고, 나는 변화의 가능성에 얼마나 마음이 열려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책은 아니다. 했던 말을 또 하기도 한다. 대학 강의를 글로 그대로 옮겨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연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사랑할 만한 배짱을 가진 인생을 살도록 도와주는 책이어서 강력 추천한다 :)




내게 해로운 것을 거부할 줄 아는 것만큼 자존감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131p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연인을 그 자체로 존중하면서 이상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155p

세상이 알지 못하게 꽁꽁 숨겨져 있던 연인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이 이상화의 출발점입니다. -160p


그들 사이에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그의 행동인데도 크리스는 어떻게든 그녀의 잘못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잘못을 떠넘기는 것은 감정 조종 기술입니다. 남녀 모두가 감정을 조종할 수 있지만 여성이 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 데는 문화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182p


우리는 고통에 지배받지 않고도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통에 산산이 부서지지 않고도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고통에 빚지지 않고도 고통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점을 이해할 것입니다. 이들은 인생의 어두운 면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열정도 마찬가지입니다.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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