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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 Aug 15. 2019

블루보틀을 그냥 지나치는 이유

커피를 소비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자세

나는 트렌드에 민감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무딘 편이다. 유명한 맛집이나 브랜드 명은 나중에 친구를 통해 배우는 정도고 핫한 곳보다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을 알아내는 재미를 좀 더 즐기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블루보틀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또는 이런 맛집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파란 로고를 클로즈업해서 찍은 사진으로 기억된다. 처음 이 브랜드에 대한 인상은 정말 귀여운 로고잖아? 였다. 파랗고 귀여운 보틀 로고에 심지어 이름도 ‘블루’ 보틀이라니. 누가 지은 건지 참 잘 지었다.


그렇게 인스타에서만 종종 보던 이쁜 테이크아웃 커피 사진의 주인공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블루보틀의 한국 입점은 여러 뉴스 미디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이며, 위치며, 커피 맛이며 다각도로 이 브랜드의 사업 확장에 주석을 달았고 주변 친구들도 가보고 싶다고 한 마디씩 했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떠들썩한 신고식이었다.


그렇게 그런가 보다 했다. 위치가 우리 회사 근처라고는 했지만 어딘지 정확히 알아보는 수고는 없었다. 여느 날과 같이 평일 점심시간에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빨간 벽돌로 네모나게 만들어진 건물 1층에 어디서 왔는지 사람들이 몇 겹씩 빙 둘러 서 있었다. 평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이 주변에서 본 적이 없는데 ‘저게 무언가!!’ 하고 있는데, 동료가 던진 말 “어 블루보틀이네요!!”


오픈 전부터 무척 입소문을 탔던 터라 나도 사실 맛과 그 공간이 궁금했다. 그러나 뙤약볕에 저 긴 줄을 서가며 먹을 만큼인가 묻는다면 대답은 노. 특히 커피 가격을 듣고 나니 더더욱 노노. 우리 엄마가 들으면 까무러칠 이야기지만, 용돈을 타서 쓰던 대학생의 나라면 사 먹으러 가봤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고 나서 돈을 바라보는 시각은 180도 달라졌다. 나름대로 소비에 깐깐한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고나 할까. 남들이 먹으니까, 사니까, 가보니까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대신에 내가 무언가를 소비하고 얻는 것에 대한 가치를 좀 더 재고 따지는 편이다. 그렇게 가계부도 쓰고 하다 보니, 내가 한 달에 커피에 지불할 예산에 나름 테두리가 있다. 나는 커피광도 아닐뿐더러 맛에 깐깐한 편도 아니다. 종종 인스턴트커피랑 편의점에서 산 두유팩을 텀블러에 쪼르르 따라 나만의 두유 라테를 만드는 시간을 즐기기도 하고, 회사 앞 가까운 곳 작은 카페에서 내 얼굴을 알아보고 새로 나온 신상 시즌 음료를 설명해주는 주인과의 친밀함에 기꺼이 커피 값을 지불한다.


그렇게 나는 코앞의 블루보틀을 지나쳤다.


물론 친구와 시간을 보내거나 데이트를 할 때 상대방이 방문하고 싶다고 한다면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볼 의향은 있다. 왜냐하면 그 선택에는 커피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과의 시간도 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럼 혼자서 값 비싼 프랜차이즈 카페를 아예 안 가느냐? 그것도 아니다. 천장이 높고 큰 공간에서 커피 한잔을 곁들이면 나도 모르게 창의력이 샘솟는 느낌이 들기에 때때로 간다. 그저 아무리 핫하더래도 빙빙 돌아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하는 그곳에 아직은 가 볼 생각이 없을 뿐이다. 앞서 말했듯 나름대로 따져봤을 때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쯤 써놓고 보니 무슨 블루보틀 불매운동이라도 하는 사람 같은데, 그런 건 아니다.. 사실 난 또 지독한 뒷북 쟁이라 블루보틀의 인기가 한 김 식었을 때 뒷북을 둥~둥~ 치면서 커피를 사들고 “남들 다 찍는” 귀여운 보틀 로고를 찍어서 인스타에 조심스레 자랑할지도 모른다. 그땐 그게 또 나만의 기준에서 합리적인 소비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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