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멜로디
여름이 한창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했던 6월의 기분 좋은 온도 차는 사그라들고, 습하고 달짝지근한 더위가 하루를 물들이고 있다. 저녁 8시 즈음의 퇴근길도 이젠 밝기만 한 걸 보니... 여름아 너 정말 왔구나 왔어!
퇴근 후 곧바로 집에 갈 생각에 마음이 들떠있다. 회사에서 나와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그 옆 닭꼬치 리어카를 지나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내가 타는 버스는 이 시간대에 영동대교를 지날 때면 노을 지는 한강 뷰를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비트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한강을 달리는 버스 차창 너머로 형형 색색 물든 하늘이 오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저 멀리 한강 끝에 작게 매달린 남산 타워를 보고 있으면 비로소 회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한껏 치켜 올라갔던 어깨에 힘이 점점 풀린다. 하루 종일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느라 고생한 내 몸과 마음이 버스 안 작은 의자에서 위로를 받는다.
집 근처 꽤 큰 마트에서 맥주 한 캔과 컵라면을 사들고 집에 왔다. 좋아하는 예능을 틀어놓고 양껏 먹으며 맥주를 곁들이니, 월요일인데도 기분이 무척 좋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나의 퇴사 고민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데, 벚꽃 만개하던 그 좋은 날에 눈물 콧물 쏟아가며 고민했던 것 치고는 아직도 퇴사를 못한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때 나는 일단 새로운 팀에 적응부터 하고, 제대로 된 이직 준비 후 퇴사를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마지노선이 7월이었다. 당시에는 7월까지 버티는 게 막막했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그 시간이 벌써 찾아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멈추고 싶은 행복한 순간도,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고통의 시간들도 결국엔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왠지 오늘은 그런 시간을 잘 넘긴 나와 짠! 하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