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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 Jul 22. 2019

하루의 끝에서 맥주를 잡고

7월의 멜로디

여름이 한창이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했던 6월의 기분 좋은 온도 차는 사그라들고, 습하고 달짝지근한 더위가 하루를 물들이고 있다. 저녁 8시 즈음의 퇴근길도 이젠 밝기만 한 걸 보니... 여름아 너 정말 왔구나 왔어!


퇴근 후 곧바로 집에 갈 생각에 마음이 들떠있다. 회사에서 나와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그 옆 닭꼬치 리어카를 지나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내가 타는 버스는 이 시간대에 영동대교를 지날 때면 노을 지는 한강 뷰를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비트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한강을 달리는 버스 차창 너머로 형형 색색 물든 하늘이 오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저 멀리 한강 끝에 작게 매달린 남산 타워를 보고 있으면 비로소 회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한껏 치켜 올라갔던 어깨에 힘이 점점 풀린다. 하루 종일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느라 고생한 내 몸과 마음이 버스 안 작은 의자에서 위로를 받는다.

집 근처 꽤 큰 마트에서  맥주 한 캔과 컵라면을 사들고 집에 왔다. 좋아하는 예능을 틀어놓고 양껏 먹으며 맥주를 곁들이니, 월요일인데도 기분이 무척 좋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나의 퇴사 고민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데, 벚꽃 만개하던 그 좋은 날에 눈물 콧물 쏟아가며 고민했던 것 치고는 아직도 퇴사를 못한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때 나는 일단 새로운 팀에 적응부터 하고, 제대로 된 이직 준비 후 퇴사를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마지노선이 7월이었다. 당시에는 7월까지 버티는 게 막막했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그 시간이 벌써 찾아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멈추고 싶은 행복한 순간도,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고통의 시간들도 결국엔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왠지 오늘은 그런 시간을 잘 넘긴 나와 짠! 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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