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란 Oct 31. 2023

기록하며 성장하는 조이, 그리고 우주로 1216

space T 운영자 인터뷰 #2


10월 <운영자의 힘>에서는 4년째 우주로 1216을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 조이를 소개합니다. 


자기 계발서 코너에 가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들이 꽤 많이 있죠.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니, 어떻게 보면 그때부터 기록하는 훈련을 받는다고도 볼 수 있겠어요.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일기를 '꾸준히 쓰기'보단 '몰아서 쓴' 경험이 더 많으실 거예요.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 어려운 걸 우주로 1216의 조이는 해냈습니다. 본래도 기록하기를 좋아한다는 조이는 우주로 1216의 운영자가 되면서 '관찰기록'을 전담하게 되었어요. 초반에는 모든 것을 꼼꼼하게 기록하느라 지치기도 했다고. 동료들의 응원을 받아 숱한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기대 이상의 풍경들을 공간에서 만나기까지 한다는데! 기록으로 성장하는 조이와 우주로 1216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작업을 돕는 운영자 조이


Q. 어떤 일 하시는지 소개해주세요.

4년째 우주로 1216을 운영하고 있는 조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  저는 주로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Q. 운영자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요. 

저는 주간, 야간 근무를 번갈아가면서 하는데 주로 야간 근무를 해요. 그래서 보통 1시에 출근을 해서 밤 10시에 퇴근을 합니다. 일단 출근하자마 컴퓨터를 켜고 재료바를 한 번 둘러봐요. 오전에 흐트러진 거나 비워진 것이 있으면 체크하기도 하면서 공간 전체를 정비합니다. 그러고 나서 전날 쌓아둔 관찰기록 데이터를 정리해요. 그러다 보면 하교할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오는데, 아이들이 오면 환대하며 맞아주죠. 운영자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친분을 쌓아둔 아이들과는 기록에 기반한 대화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다지기도 해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SNS 관리 (운영 및 작업물 계정)도 하고, 작업물 아카이빙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우밴져스 워크숍 담당하는데, 어떤 친구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워크숍을 진행하면 좋을지 틈틈이 고민하기도 하고요.(웃음) 그리고 또다시 재료바 및 공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Q. 다양한 업무를 틈틈이 소화하는 안정된 업무루틴! 멋집니다. 처음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저는 이전에는 주로 대출·반납, 민원 응대 등의 자료실 업무를 했었어요. 4년 전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김미화(화니) 팀장님과 송지은(타나) 팀장님 두 분이서 시작하시면서, 젊은 운영자가 필요하다며 저를 염두에 두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두 팀장님의 제안으로 조성 단계부터 지금까지 우주로 1216의 운영자로 일할 수 있게 되었죠.    


Q.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게 되신 건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어 처음에는 겁도 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고요. 관찰 기록의 경우에도 초반에는 제 성격상 굉장히 꼼꼼하게 하느라 조금 힘들었어요. 공간을 이용하는 친구들의 활동들을 전부 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기록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양도 많아지고, 할 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혼자 하기엔 힘에 부치게 되었죠. 점점 지치기도 하고요. 또 기록을 하려면 사진 찍고, 대화도 하고 이런 과정이 꼭 필요한데 단호하게 거절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어요. 처음에는 거절당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상처가 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또한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새롭게 겪는 경험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지금은 어떠세요? 

다행히도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기 접어들어요. 노하우도 생겼고요.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동료들(민디, 하코, 타나 써니 등)의 도움이 컸어요. 앞서 언급했던 온갖 시행착오들을 겪는 동안 옆에서 방향을 잘 잡아주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며 아낌없는 칭찬과 응원으로 많이 다독여 주셨거든요. 덕분에 기록해야 할 것, 아닌 것 구분하는 능력치도 어느 정도 생겼고, 나름대로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자료실에서 단순히 대출 반납 업무를 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관찰 기록하는 것 자체가 더 좋더라고요. 제가 원래 사진을 찍거나 짧은 글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저에게 맞는 업무를 찾게 된 것 같아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요. 


Q. 업무가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 새롭게 생긴 고충도 있을까요? 

요즘은 좋은 운영자가 되기 위해 우주인 친구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사실 처음 공간을 운영하면서부터 공간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게 언니 혹은 누가 같은 친근한 운영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실제로 저를 만나러 일부러 찾아오는 우주인 친구들도 생기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있었던 소소한 일이나 개인적인 고민들을 털어놓아 줄 때 이 친구들에게 내가 바라던 편안한 운영자가 된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간혹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친구도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혹여 저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우주인 친구의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칠까 부담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또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아주 드물긴 하지만 가끔 무례하게 행동하는 친구들도 있어 속상하기도 해요. 아이들과의 적정선을 어떻게 유지하는 게 좋을지 계속 고민 중이에요. 

 

Q. 기록의 내용이 초반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요.   

늘 반복되는 패턴 혹은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굳이 기록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요즘 우주로 1216에서는 오자마자 슈링클스로 굿즈를 만드는 작업이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어요. 공부를 하든, 놀든, 작업을 하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슈링클스로 각자의 굿즈를 만들어요. 하루에 하나씩 밖에 못 만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이런 패턴이 자리를 잡았어요. 초반에는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패턴도 기록을 세세하게 했는데요. 이제는 굳이 기록하지 않아요. 

요즘은 다른 친구들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새롭게 독특하게 작업을 하거나, 공간을 이용하는 친구들에 대해 기록하는 것 같아요. 아, 사실 초반에는 슥슥존만 집중적으로 관찰 및 기록했는데 요즘은 책 읽는 풍경, 철봉 하는 모습 등 공간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풍경에 대해 기록하는 것 자체가 차이이긴 해요. 패시브 프로그램(슈링클스, 3D 펜)같이 반복되는 장면을 가지 칠 수 있어서 가능해진 일이죠. 


Q. 새롭거나 독특한 작업 풍경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매번 비슷하게 사용하던 재료를 새로운 방법으로 이용한다거나, 작업에 진심인 몇몇 친구들이 작업물을 지속적으로 보수하고 주기적으로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기도 하는 모습인 것 같아요. 민 매니저님이 이런 작업 특징들은 저희 공간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앞으로도 작업에 진심인 친구들을 계속 발굴하고 우주로 1216만의 작업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것 같아요.


Q. 사실 관찰기록이 꽤나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효용이 있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업무적 측면이나, 개인적 측면 모두에서요. 

관찰 기록 자체도 도움이 되지만, 월간 리뷰를 하면서 특히 힘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민 매니저님께서 ‘이런 게 있었네요?’ 하면서 되짚어 주시니까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돼서 정말 좋아요. 또 워낙 아이디어들을 많이 제안해 주시니까, 월간리뷰 끝나면 ‘이것 한 번 해볼까?’ ‘저것도 한 번 해볼까?’ 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져요. 실제로 적용해 본 것들을 정말 다 좋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저의 내성적인 성향도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이건 관찰 기록에 한정 짓기보다는 space T 운영자로 일하면서 바뀐 부분으로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긴 하네요. 


Q. 끝으로 숱한 관찰 기록 끝에 ‘우리 공간에서 이런 풍경을 보다니!’ 하면서 감탄하셨던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저희가 작년 3월 즈음 공간 개선을 했어요. 그때 원래 곰곰존에 있던 만화책을 쿵쿵존으로 옮기는 등 도서들을 전반적으로 재배치했어요. 그런데 이런 변화가 실제로 책 읽는 풍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공간개선 전에는 곰곰존이나 슥슥존 사이사이에서 읽었는데, 공간 개선 된 후에는 곰곰존 뿐 아니라 공간 여기저기서 책을 많이 읽는 거예요. 쿵쿵존에서도, 포켓공간에서도, 곰넷에서도, 창가에서도요. 그런 거 보고 많이 뿌듯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자세로 책을읽는 우주인들

특히 쿵쿵존의 변화가 인상적이에요. 쿵쿵존에서 철봉에 매달리고, 공간을 누비며 뛰어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책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옆에 있는 친구들이 철봉에 매달려 있고,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책을 본다거나, 커다란 우주선 모양 쿠션에 완전히 널브러져서 책을 본다거나 그런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서로 각자의 활동을 존중하며 이 공간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심지어 어떤 친구는 철봉을 붙잡은 채로 책을 보기도 하더라고요. (웃음) 앞으로도 우주로 1216이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언제나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 키즈가 꿈꾸는 우주로 12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