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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셀로나 Oct 26. 2020

전지적 호스트 시점으로 보는 게스트 하우스의 민낯

직업 바꿔 살아보기 | 바르셀로나 게하 � 남해 카페






게스트 하우스의 민낯

환상보다 현실적 뒷모습


바꿔 살아보기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첫날 아침이 밝았다. 날씨가 바르셀로나답게 쾌청하다. 내가 아끼는 예쁜 커피잔에 커피를 내려 대접했다. 오늘 쉽지 않은 하루가 될 테니 시작은 부드럽게 해 보자. 악마 미소�  이 주제를 써보기로 선택하고 나니 내용 전개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된다. 그저 예쁘게 포장해 특별했던 경험 이야기로만 이어 나가고 싶진 않다. 바꿔 살아 보기가 글의 주제인 만큼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공유해 보고 싶다. 혹시나 언젠가 게하를 꿈꾸시는 분 또는 카페를 운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도움될 만한 모습도 최대한 한번 적어 볼 것이다.






오늘은 게스트하우스의 기본적인 것들을 인수인계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 눈에 보이는 것들. 육체노동이 되겠다. 게하를 운영할 때 중요한 호스트의 역할을 꼽아 보라고 한다면 청결, 아침 식사, 그리고 정보 공유를 꼽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호텔이나 에어비엔비를 택하지 않고 한인 게하를 선택한 손님들이라면 한식과 정보 공유가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했을 거라 예상해본다. 그래서 오늘 첫 임무는 같이 장을 보면서 필요할 것들을 익히고  몇 가지 요리를 해 볼 예정이다.






Step 1.

장 보기, 스페인 아침 식사 문화 체험.


떠나기 전 넉넉하게 장을 봐 두고 갈 예정이다. 무거운 장은 배달을 이용하는 편이지만 마트 위치도 익히고 필요한 물품들도 익힐 겸 장바구니 2개를 끌고 출발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스페인 아침식사 문화를 배운다는 명목으로 카페에서 멈췄다. (인수인계 중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의미 부여 중이다)  비키니라고 부르는 치즈와 슬라이스 햄을 끼워 구운 샌드위치, 크로와상, 오렌지 주스 그리고 카페 꼰 레체(카페 라떼) 스페인 가장 기본적인 아침식사 메뉴이다. 비키니는 아침 식사 또는 메리엔다(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간식) 메뉴로 너무 좋다. 이 집은 치즈가 혜자롭다.









Step2.

한식, 요리해보기


장을 보고 돌아와 요리 연습을 해 볼 겸 점심을 한식으로 만들어 먹기로 했다. 그녀는 요리를 전공한 터라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일주일 식단을 정리한 것을 전달하고 주메뉴 몇 가지는 참고 레시피를 메모해 두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꽤 많이 올려두어서 참고 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게하를 운영하면 자동 아침형 인간이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겨우 눈곱을 땐 채로 급히 주방으로 간다. 출근이다. 장점은 출근까지 이동 시간이 짧다는 점.ㅎㅎ 아침식사는 최대한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준비한다. 투어를 나가야 하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혹 늦으면 낭패다. (결혼도 안 했지만) 어른 자식들 학교 지각시키지 않겠다는 맘으로 하면 된다.



아침 식사 접시들을 한 번에 쉽게 옮길 수 있게 도와주었던 바퀴 달린 트레이. 나의 한 손이 되어주었다. 인스타에 올렸던 아침 식사 모습을 퍼 와 봤다.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면서 낯선 여행자들끼리도 좀 더 쉽게 벽을 허물 수 있다. 아침의 야생(?) 모습을 공유하는 시간이 난 참 친근하고 좋았다. 처음엔 아침 생얼로 낯선 이들을 대한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적이고 편하다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좋아진 부분이다. 식사를 하고 나면 아침 시간 여유가 있는 손님들과 커피 타임을 나눈다. 필요한 정보도 드리고 케미가 잘 맞는 분들과는 스몰토크로 이어지기도 한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 긴 인연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순간이다.








Step 3.

청결. 청소, 빨래


어느덧 나이 때를 먹은 소파 커버를 바꿔 준다. 처음 소파를 살 때 실수로 커버를 2가지 색상으로 주문했다. 반품 시기를 놓쳐 그냥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요긴하게 깨끗한 커버로 바꿔 줄 수 있었다. 새 소파 같다. 그리고 반질반질 대청소도 했다. 소수 정예로 운영을 했기 때문에 대부분 내 손을 탔다. 여름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청소도 모두 내 몫이다. 바람과 햇살이 잘 드는 집이라 벌레 걱정은 없이 보냈다. 날씨 좋은 날은 수건 빨래가 아주 뽀송뽀송 잘 마른다. 바짝 잘 마른 수건 개는 시간을 좋아한다. 무념무상 비가 자주 오는 달은 근처 빨래방 건조기를 이용하러 간다. 눅눅하게 마르면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대형 건조기 무지 가꼬 싶었다.



이렇게 게하 호스트의 일상은 요리로 시작해 청소, 빨래로 마무리된다. 반복되는 일상이다. 처음 게하를 시작했을 땐 손에 익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내가 생각한 환상과는 달라서 혼란스러웠던 시간이 있었다. 요리를 좋아 하긴 했지만 살림을 살아보거나 일로 해본 경험이 없다. 물과 세제가 자주 닿다 보니 손에 주부 습진이 생겼다. 울었다. 그땐 계속 이 손으로 살게 될 줄 알았다. 주변의 도움으로 요령도 터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익숙해졌다. 다행히 그때의 고민은 사라지게 되었고 내 손은 아주 멀쩡하다.^^;; 맘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고 일의 속도가 붙으면서 하니씩 내가 생각했던 로망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인수인계를 진행하면서 나의 부족했던 초창기 때의 경험에 심취해 버렸다. 세상에 생각처럼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원하는 바를 조금씩 찾아가고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퀄리티 있는 하루를 일과 함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하의 일은 무엇보다 사람이다. 회사 생활을 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들과의 시간. 좋은 인연을 얻고 생각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어 주었다. 힘든 손님들도 있다. 모두의 구미를 맞추려는 노력은 제살 깎아 먹기가 된다. 부족한 점들을 채워가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되 지나친 요구들 또는 내 힘이 닿지 않는 사항들에 대처할 정신적인 힘도 필요하다. 손님은 지나가지만 나는 남는다. 스스로의 기준과 신념이 중요한 것 같다.


푸념과 힘들었던 경험담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편에서는 손님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필요한 스페인 문화 탐방 인수인계에 집중된 포스트로 이어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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