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셀로나 Nov 14. 2020

감사합니다 또 오지 마세요

두 달 직업 바꿔 살아보기

이 이야기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두 달간 진행했었던 나의  특별한 경험기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던 나. 남해 독일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그녀. 각자 인생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던 타이밍에 우린 만나게 되었다. 그 답을 찾아보기 위해 서로의 직업을 잠시 바꿔서 살아 보기로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그녀의 삶을 겪어보며 생기게 되는 해프닝 그리고 생각들을 연재해 본다. < 더 자세한 계기가 궁금하시면 여기 1편을 봐주세요 >











배우고 싶은 그녀의 배려

바르셀로나에서 이어 남해로 이어진 우리의 인연


남해에서의 첫 주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친구와 남해 관광 스폿을 다니며 힐링의 휴일을 잘 보냈다. 두 번째 주에는 바르셀로나에서 게스트 하우스의 손님으로 친해진 지인이 방문해 주었다. 여름에 혼자 여행 중이었던 그녀에게 바다에 같이 가자고 먼저 제안을 했었었다. 뭔가 편안한 끌림이 있는 손님이었다. 마침 기다려야 할 체크인도 없었던 날이라 우린 함께 바르셀로네타 해변에서 맥주를 마시고 사진도 찍어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호스트의 역할을 하다 보면 함께 놀러 나가더라도 가이드의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 사진도 찍어 드리고 식당에 메뉴 설명도 해드리는 등 손님과 호스트의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관계를 깨 주는 센스를 발휘하시는 손님분들과의 시간이 주어지면 호스트의 입장으로서는 감동이다. 남들 사진만 많이 찍어 주셨을 것 같다며 내 사진을 더 많이 찍어주는 그녀. 그런 배려의 포인트를 알고 마음을 쓸 수 있는 사람. 늘 사람에게선 배움이 있다. 그랬던 그녀가 남해에까지 찾아와 주었다. 카페에 음식도 팔아주고 퇴근 후 함께 시간도 보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만나니 또 새롭다. 조용한 독일마을의 밤을 우린 늦게까지 함께 즐기며 또 다른 우리의 추억을 만들었다. 





이런 사람은 되지 말자

감사합니다. 또 오지 마세요!


세상에 그녀처럼 좋은 마인드의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루는 50대 후반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분들 3분이 손님으로 오셨다. 약간 늦은 시간이었는데 다른 곳에서 일차를 하시고 살짝 취한 상태로 오신듯해 보였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시키셨다. (카페에는 독일 맥주와 몇 종류의 와인을 판매한다.) 우리 카페의 주문 방식은 캐셔에서 먼저 주문과 결제를 하고 진동벨을 나눠드린다. 음식과 음료가 준비되면 진동벨이 울리고 직접 가져가는 방식이다. 물론 상황이 따라 직접 서빙을 도와드리기도 한다. 


그 손님분들은 첫 주문 후 테이블에서 계속해서 이것저것 요구 사항을 말씀하셨다. "어이~" "아가씨~" 호칭은 이러했다. 주문 방식을 모르실 수도 있으니 테이블로 가 요구 사항을 들어드리고 카페 이용 방식을 설명드렸다. 처음 오신 분들은 아닌듯해 보였다. 원래 있던 주인이 아닌 내가 뭘 잘 모른다고 생각하시는듯해 보였다. (새로 온 직원 또는 알바생으로 생각하신듯했다) 본인은 여기 단골이고 이렇게 직접 가서 주문을 하지 않는다며 "특별 대접"을 원하는 뉘앙스를 풍기셨다. 그러고는 갑자기 영어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내가 영어로 대답을 하자 당황하신다. 아마 당연히 영어를 할 줄 모를 거라는 생각을 하신듯하다.  친구들 앞에서 본인을 과시하시고 싶은 마음? 또는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어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생각이 아니셨을까 생각한다. 내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없고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여튼 난 그분보다 괜찮은 영어 구사 능력이 있었고 오히려 오기가 생겨 필요 없는 말까지 좀 더 길~~ 게 늘여 이야기했다. 


당황한 모습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시작하신다. 주문도 캐셔로 직접 와서 하시고 본인의 이력을 굳이 나에게 이야기해 주며 명함까지 내미신다.(배우시고 지위도 있으신데 안타깝게도 겸손함과 기본 개념을 못 배우셨다)  맥주를 드시다 우리 가게에서 가장 단가가 높은 와인으로 주문을 바꾸셨다. 점점 취하셨고 본인 잘남을 알리고 싶어 하셨고 심지어 나를 테이블에 와서 앉으라 하신다. 나는 주인아저씨께(그녀의 아버지)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렸고 퇴근시간이 되어 가게를 나왔다. 이후 상황은 뭐 상상대로 고주망태로 끌려 나가셨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참 불쌍한 느낌이 든다. 왜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고 인정하며 살지 못하는지? 남을 업신여겨야만 우월감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건지? 뭐 결국 그날 그분이 우리 가게 최고 매상을 올려 주셨다. "감사합니다. 또 오지 마세요!"  





엄마 밥 


이번 주 휴일에는 드디어 엄빠집으로 간다. 부산에 살고 계셔서 남해에서 그리 멀지 않다. 집에 가는 날 안개가 자욱했다. 가을의 끝물이었던 그때 바닥에 은행잎들이 예쁘게 나뒹군다. 그리웠던 엄마 밥 ㅜㅜ 밥을 먹는 동안 내내 생선 가시를 발라 밥 위에 올려 주신다. 아무리 커도 엄마한테는 걱정스러운 어린 딸이다. 이모와 함께 먹고 싶었던 아귀찜도 먹으러 가고 엄마의 딸 걱정에 치과, 한의원 병원 투어를 하느라 휴일을 다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모 찬스로 써 보고 싶었던 인싸템 화장품들을 가득 챙겨 받아 다시 남해로 돌아왔다.  에너지 충전 빵빵해졌다.







남해 유자


여전히 나의 라테 만들기 연습은 진행 중이다. 요렇게 하트를 만드는 그날까지! 아래 사진의 커피콩 빵은 내가 스페인에 한번 가져가서 해볼까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남해에는 유자가 유명하다. 유자로 만든 많은 상품들이 있다. 우리 카페에서는 어머니가 직접 담그신 수제 유자청을 이용한 유자차가 인기 메뉴 중 하나이다. 쌀쌀한 날씨에 한잔 마시면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꿀을 찍어서 먹는 고르곤 졸라 피자의 맛을 응용해 하루는 어머니가 새 메뉴 계발을 하셨다. 유자청을 꿀 대신 이용해 만들어 함께 시식을 해보았다. 오~ 요고 맛이 괜찮다. 이후 꿀과 함께 유자청도 서빙을 내 보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 그녀의 이야기 ] 많은 양의 아침 식사도 척척해내고 특유의 좋은 붙임성으로 호스트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그녀. 나의 무례했던 손님과의 에피소드가 있었던 같은 주에 그녀에게도 사건이 생겼다. 손님분 중 한 분이 쓰러져서 응급실에 가게 된 것이다.(나에게도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시차가 맞지 않았고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그녀는 내가 소개해 주었던 스페인 지인에게 연락을 해 도움을 받고서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다. 다음날 일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된 후 나에게 연락을 해서 상황을 알려 주었다. 여행을 하면서 긴장 그리고 무리한 스케줄 막바지에 잘 마시지 못하는 맥주를 마셨던 게 일을 만든 모양이다. 갑자기 휘청  쓰러지시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히도 응급실에서 금방 회복을 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계기로 친해져 함께 재즈 바도 가고 위험했던 순간의 추억(?)을 공유하며 짧은 시간에 끈끈함을 느낀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잘하고 있는 그녀 감사한 마음과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해 카페지기로 살아본 첫 주. 무탈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