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직업 바꿔 살아 보기 중
※이 이야기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두 달간 진행했었던 나의 특별한 경험기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던 나. 남해 독일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그녀. 각자 인생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던 타이밍에 우린 만나게 되었다. 그 답을 찾아보기 위해 서로의 직업을 잠시 바꿔서 살아 보기로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그녀의 삶을 겪어보며 생기게 되는 해프닝 그리고 생각들을 연재해 본다. < 더 자세한 계기가 궁금하시면 여기 1편을 봐주세요 >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남해는 시골이다 보니 관광객 손님과 동네 지인들이 카페의 주 고객 층이다. 젊은 카페 사장님의 지인분들과 어머니의 지인분들로 팀이 나뉜다. 아지트 느낌. 늘 오시는 어머니 지인분들은 거의 매일 보다 싶이 하니 어느새 안부를 묻기도 하고 먹을 간식을 주시기도 하신다. 직업 바꿔 살아보기라는 신기한 걸 한다는 소문을 듣고 오신 동네 분들이 꽤 있었다. 궁금한 눈빛을 마구 발사하시면서 물어볼 타이밍을 찾으신다. (다 보여요ㅎㅎ ) 반갑게 인사도 해 주시고 스페인의 삶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신다. 옆 가게에 서울에서 온 맥주 만드는 청년들이 있다. 나랑 얼핏 또래 같기도 하고 객지 생활을 하는 공통점이 있어 금방 친해졌다. SNS도 교환하고 휴일에는 서로의 가게에 손님이 되어주기도 했다. 오늘은 은하수 사진으로 유명하신 작가님 부부가 손님으로 오셨다. 친절하시고 친화력도 좋으신 성격이시다. 내 사진을 찍어 주신다 하여 영광스럽게도 몇 장의 멋진 사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 오니 이 낯선 남해라는 곳에서도 주변이 벌써 부적 부적해진 느낌이다. 온 지 일주일 만에 다 일어난 일이다.
하루는 동네 어린이 생일 파티가 있었다. 처음 받은 단체 손님이다. 할머니가 손주의 생일을 챙겨 주고 싶으셔서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를 만들어 주셨다. 할머니 사랑. 미리 오셔서 시간과 음식, 음료를 대략 알려주셔서 맞추어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새로운 손님들을 맞으며 나의 카페지기 첫 주는 슬슬 적응해 가고 있다. 무탈히 잘 가고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들이다. 특히 함께 하는 매니저님과 감사히도 잘 맞았다. 일뿐만 아니라 식사나 생활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덕분에 부족함에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완벽한 인생
어느덧 첫 휴일이다. 대구에 살고 있는 내 대학 단짝이 남해로 나와 휴일을 보내러 와주었다. 워낙 남해를 좋아하는 친구라서 내게 남해 구경을 시켜 주기로 했다. 퇴근을 하고 옆집 수제 맥주집인 완벽한 인생으로 갔다. 맥주 양조기를 가지고 직접 맥주를 연구하고 만들어서 판매하는 곳이다. 수제 맥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남해에 있는 동안 자주 왔던 곳이다. 음식도 푸짐하게 잘 나오고 분위기도 깔끔하다. 이날은 저녁 식사 후 만남이라 간단하게 작은 게 튀김(?)과 맥주를 시켜 오랜만의 우리 만남을 축하했다.
여기 직원 중 본사에서 파견되어 남해에서 맥주를 만들고 있는 두 청년이 있다. 앞서 말한 우리 가게에 손님으로 온 적이 있어서 안면이 있는 분들이다. 양조실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해서 양조과정 설명도 듣고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덤으로 아직 시판 전인 맥주도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이후 그 맥주는 메뉴에도 올라가고 상도 받은 걸로 알고 있다.(영광스러운 시음이 되었다) 아래 양조기에서 발효 과정을 거처 만들어지는 맥주가 위층 레스토랑에서 판매된다. 뭔가 더 신선한 느낌이다.
힐링 탐
일하는 만큼 중요한 휴식. 친구가 놀러 온 핑계로 근처 펜션을 잡았다. 소프트 욕조 신세계 나만 몰랐나? 거품 목욕으로 피로를 풀고 나니 너무 좋다. 지난 일주일간 아닌척했지만 낯선 일들에 은근 긴장을 했었다. 오랜만에 친구와 옛날이야기, 요즘 관심사로 수다 삼매경을 하고 있으니 너무 좋다. 어릴 적 우리의 흑 역사 이야기는 언제나 꿀 잼 토크다. 밤이 깊도록 종알종알 쌓인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들었다. 아 생각해보니 한창 BTS에 빠져 있던 친구의 팬심 이야기도 많이 했다.
휴일 첫날 아침. 커피를 마시러 근처 카페에 갔다. 휴일에는 내 가게에는 가는 법이 아니라는 철칙!ㅋㅋ 눈여겨보았던 경쟁 업체(?)에 가 보았다. (동종 업체 탐방이라 이름 붙여 보자.) 개인적인 내 사업 마인드는 경쟁이 아닌 상생이다. 시장이 형성이 되어야 오래간다는 생각이다. 주변에 비슷한 가게들이 많이 생기면 순간의 매출은 떨어질 수 있지만 길게 보았을 때 지역 상권이 오래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기업에서 갑자기 많이 들어오는 경우는 말이 다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독일 마을이 내가 있었던 해 몇 년 전부터 관광객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예쁜 카페나 가게들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기존에 먼저 자리를 잡았던 개인 사업하시는 분들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바꿔 살기 한 펠리스 사장님의 고민이기도 하다. 기업 또는 돈을 많이 투자한 곳과 함께 상생해 가려면 어떤 차이점을 주면 좋을지 한번 가 보고 생각해 보고 싶었다. (물론 난 전문가가 아니니 섣부른 의견을 낼 생각은 없다. 그저 내가 느끼는 점을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남해에는 유명한 지역 특산품이 많다. 그중 하나가 멸치다. 멸치계의 명품이라고 하는 죽방 멸치도 아주 유명하다. 멸치 쌈밥 정식이 유명하다는 집에서 식사를 했다. 이렇게 밑반찬 많이 나오는 스타일 한식 오랜만이다. 마구 먹어 주겠어. 멸치 쌈밥은 비릴까 봐 걱정했는데 비린 맛없이 짭조롬해서 쌈에 싸서 먹으니 밥 한 그릇 금세 뚝딱이다. 회 무침과 생선구이 그리고 시금치도 제철이라 달달한 게 맛있다. 잘 먹었습니다.
상주 은모래 비치, 미국마을, 다랭이 마을
오늘은 남해를 사랑하는 내 친구의 가이드로 유명 스폿을 방문해 볼 예정이다. 한창 단풍이 물든 때라 드라이브 코스도 참 좋았다. 첫 번째로 들러 본 곳은 역시 바다! 상주 은모래 비치에 갔다. (코로나 이후로 폐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혹시 방문할 분들은 알아보고 가시면 좋겠다) 남해의 바다는 동해와 다르게 파도가 전혀 없다. 잔잔한 호수 같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남해라는 곳은 참 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마을로 기억되었다. 보고만 있어도 힐링 되는 그런 느낌의 곳이다.
미국 마을이라는 곳도 있다. 독일 마을과 비슷한 취지로 미국에서 생활하다 돌아온 교포들에게 편안한 노후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집들은 숙박업으로 이용되고 있는 듯 보였다. 예쁘게 단풍이 든 가로수길과 미국식 정원 달린 예쁜 집들. 이국적인 마을이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키가 작고 뚱뚱해진 자유의 여신상이 잼 있었다. 하늘 맑음은 보너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다랭이 마을. 산과 바다를 마주한 예쁜 이곳. 옛 한국의 시골 모습이 생각 나는 정겨운 곳이다. 산골짜기의 비틀진 곳에 있는 계단식 논을 다랑이라고 부르다 변형되어 다랭이가 되었다고 한다. 농지가 부족한 비탈진 이곳에 농사를 짓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보이는 곳이다.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멋진 바다 뷰를 만날 수 있다. 앞으로 남해의 가볼 만한 곳 포스팅이 많이 올라올 것 같다.(매주 휴일마다 지인이 찾아와 주어서 알차게 두 달간 남해 탐방을 했다.) 남해 계획 있으신 분들에게 가 보실 만한 관광 스폿과 당시 힙했던 (지금도 그럴 거라 믿는) 음식점들도 깨알 소개해 보겠다.
남해랑 처음 놀아 본 후
나의 첫 휴일은 이렇게 알차게 남해 탐방으로 채워보았다. 남해의 첫인상 너무 힐링 힐링하고 좋다. 시골에 살게 된다면 이런 모습이 될까? 혼자서 상상을 잔득해보면서 다녔던 하루다.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의 색을 느끼면서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를 보며 힐링을 하고 제철에 나는 온갖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상상. 행복! 이제 다시 돌아온 우리 펠리스 카페. 다음 주에는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상상하는 것처럼 늘 인생이 순조롭기만 할까? 무난 무탈하게 잘 적응했던 첫 주 뒤에 다가온 나의 첫 위기. 다음 편에서 풀어 보겠다. 자 나는 이제 잘 놀았으니 다시 열일 모드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