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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셀로나 Nov 07. 2020

두 달 직업 바꿔 살아 보기 본격 시작

시작된 남해 카페지기 생활 그리고 그녀의 바르셀로나 호스트.

이 이야기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두 달간 진행했었던 나의  특별한 경험기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던 나. 남해 독일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그녀. 각자 인생의 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던 타이밍에 우린 만나게 되었다. 그 답을 찾아보기 위해 서로의 직업을 잠시 바꿔서 살아 보기로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그녀의 삶을 겪어보며 생기게 되는 해프닝 그리고 생각들을 연재해 본다. < 더 자세한 계기가 궁금하시면 여기 1편을 봐주세요 >









한국스러움?!

한발 멀리서 보면 잘 보이는  


바르셀로나에서 인수인계를 마치고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네온사인들이 번쩍인다. 한국이다. 스페인에서 친구가  에코백 하나를 미션과 함께 주었다. 이번에 새로 디자인한 로고가 박힌 에코백이라고 한다. 로고가 잘 보이게 한국스러운 장소에서 촬영을 부탁했다. 난 곧 이국적인(?) 남해 독일 마을로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요 네온사인이 많은 길 복판에 바로 동생을 모델로 세웠다. 외국 생활을 꽤 오래 한 후 한국을 방문할 때면 가장 다르게 보이는 풍경 하나가 이 네온사인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스러운 모습. 한국 친구들이 성의 없다며 한옥 배경을 권했지만 내 기준에 가장 현재의 한국 모습이다. 다행히 스페인 친구는 마음에 들어했고 예쁘게 잘 편집해서 한동안 홈페이지 메인 사진으로도 이용했다. 익숙함에 잘 모르는 일상의 모습들이 한발 멀리에서 보면 더 특징적인 개성으로 보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들

가족, 친구, 음식


내가 그리워하는 한국의 것들은 음식, 친구 그리고 가족이다. 그리웠던 사람들과 좋아하는 음식. 한국으로 돌아온 회포를 먼저 풀었다. 한국에 오면 한국만의 술 마시게 되는 분위기가 있다. 반갑고 신나고 업되고 그런 에너지들. 하루는 나의 절친들 그리고 이튿날은 손님으로 만나 친해진 인맥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시험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한 분이 몰래 보내준 케익도 기억난다.  사실 이전 편에 주절주절 적었던 게스트하우스 운영 노하우란, 나의 일상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것들일 뿐이다. 진짜 게하의 로망을 잘 만들며 살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과 언제든 좋은 시간을 만들 열린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내 에너지를 잘 관리하지 못해서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놓치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반가운 사람들과 짧은 만남으로 에너지를 가득 채워 나는 남해로 떠난다.





남해 도착

여긴 또 어딘고? 나는 왜 여기에?


서울에서 남해. 한국에서 거의 끝과 끝에 위치한 동네다. (그러고 보니 이동이 참 많은 삶이다.) 도착을 하니 해가 이미 지고 어둑어둑하다. 대학교 다니던 시절에 한번 와 봤었던 짧은 기억의 남해. 그사이 새로운 건물들도 많이 생기고 예쁜 조명 장식들로 꽤 화려한 모습의 독일 마을이었다. 하늘의 보름달이 참 밝다. 마을과 혼자 첫인사를 해본다. 어떤 인연들을 만나게 되고 어떤 이야기들이 이곳에서 펼쳐지게 될까?


떨리는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밝은 에너지를 끌어모아본다. "안녕하세요" 최대한 솔 톤의 목소리로 인사했다. 매니저님으로 추정되시는 한 분이 주문을 받는 캐셔 데스크에 계신다. 내가 앞으로 두 달간 함께 동고동락하게 될 분이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서 그녀의 어머님께 연락을 하신다. 연락을 받고 달려오신 어머니. 스페인으로 떠난 따님이 걱정되시는 만큼 나도 걱정되시는 듯하다.ㅎㅎ 저녁 식사 초대를 해주셔서 집으로 안내받았다. 직접 차려주신 감사한 집 밥을 먹고 내가 지내게 될 숙소를 안내받았다. (카페 2층은 예전에 게하로 운영하다가 현재 공실이어서 나와 매니저님의 숙소로 이용했다)


그녀의 공간. 사진으로 미리 접했던 그곳의 실물이다. 뭔가 다른 이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묘한 기분이 든다. 카페는 내가 생각했던 것의 3배쯤 큰 공간이었다. 가게 안 곳곳에서 그녀의 취향과 흔적이 느껴진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답게 한쪽 코너에는 여행의 모습들 그리고 이색적인 소품들로 장식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공간이다. Feliz란  카페 이름은 스페인어로 행복한 이라는 뜻이다. 밝은 에너지 가득한 그녀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미국 호텔에서 실습을 하던 시절에 같이 일했던 멕시칸 친구의 영향으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들었다. 자 오늘은 이쯤 상황 파악을 마치고 내일부터 본격 시작을 해보겠다. 숙소로 올라가서 가져온 짐을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이다.






첫 출근

날씨 좋다


날씨 좋은 첫날 아침이다. 굿모닝! 시차, 낯선 환경 그리고 첫 출근의 긴장으로 잠을 설쳤다. 좋은 햇살과 약간의 긴장 덕에 피곤함은 다행히 느껴지지 않는다. 첫 출근인 만큼 조금 일찍 준비해서 가게로 내려왔다. 카페에는 멋진 뷰를 가진 테라스가 있다. 날씨 좋은 아침에 테라스에서 모닝커피 하면 너무 좋겠다.ㅎㅎ 아 나는 일하러 온 거니깐 정신 차리고 본격 매니저님께 인수인계를 받자. 어제저녁 도착해서 기본적인 설명은 한번 해 주셨고 오늘은 다른 세부적인 사항과 실습이다.




주문받고 계산하는 법부터 커피 머신 다루는 법, 음료 레시피들을 숙지했다. 요리 메뉴를 익히고 세팅하는 법들도 배웠다. 다행히 요리의 종류는 많지 않다. 음료는 레시피가 메모되어 있다. 아직 손이 더디긴 하지만 몇 번 해보면 문제없을 것 같다. 그런데 라테를 만드는 부분은 기술이 필요해서 매니저님이 담당하기로 했다. 나는 이후 매일 틈틈이 유튜브로 라테 만들기 영상을 공부했고 아침마다 내 커피를 내리면서 연습을 했다. ( 매니저님 커피도 반강제로 내가 만든 라테를 드렸다.^^;; )


커피 내리기 만큼 중요한 머신 청소하는 법을 배웠다. 마감 때마다 가장 공을 들여 꼼꼼하게 관리 유지를 하려 노력했다. 커피 내리는 건 아주 섬세한 작업이다. 커피 빈의 상태와 맛, 압착하는 과정이 중요한 만큼 머신의 컨디션도 중요한 요인이다. 예쁜 크레마를 품은 맛있는 샷이 탄생하도록 매일 꼼꼼히 잘 관리하고 손의 감각을 익히도록 노력했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익히고 하느라 하루가 정신없이 훌쩍 지났다. 첫날은 다행히 별문제 없이 매니저님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휴~~  매니저님 고생하셨습니다.






퇴근

시골 마을 인싸


정해진 퇴근이 있는 삶이 되었다. 이 기분 괜찮구먼. 동네 편의점에 들러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간식거리 그리고 필요한 몇 가지를 샀다. 내가 좋아하는 꼬북칩도 샀다. 독일마을은 작은 시골이기도 하고 인싸 에너지 가득한 카페 사장 그녀 덕분에 이미 동네에 내 소문이 꽤 퍼진듯하다. 편의점 사장님이 어제저녁 택시에서 큰 러기지와 함께 내리는 나를 보셨다고 하신다. 스페인에서 온 아가씨냐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시며 먼저 인사를 건네신다. 스페인의 삶과 크게 다른 한 가지다. 여기에서 지낼 두 달 동안 내가 3년간 스페인에서 만든 인맥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알고 돌아가게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ㅎㅎ 정겨운 한국 시골 마을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소소하고 무탈하게 잘 흘러가는듯해 보인다.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 그녀의 이야기 ] 바르셀로나에서 홀로 게스트 하우스의 호스트가 된 그녀. 내가 떠난 후 엄마와 딸 모녀 손님과 혼자 여행 오신 한 분 총 3분의 손님을 첫 게스트로 맞이했다. 그녀 특유의 비글미와 밝은 에너지로 금세 호스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듯 보였다. 아침을 시간에 맞추어 야무지게 잘 차려내고 부탁하지 않았지만 인증 사진도 보내 주었다. 잘하고 있음을 안심시켜 주기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우리 파이팅 재밌게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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