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김영란법이 뭐야? @ 최영재 변호사 _ 법무법인 디라이트
안녕하세요, 청탁금지법 1편이 나간 후 야심차게 일주일만에 2편을 작성했는데, 3편은 2편이 나간 이후 거의 한 달이 걸린 것 같네요. 워크샵 준비로 (비록 저는 한 것이 없지만) 사무실이 많이 분주해서 글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총 5부작 중 이제 3편인데, 마지막 두 편이 가장 재미있으니 계속 읽어주시길 바래요.
이번 편에서는 부정청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청탁금지법에서는 ‘부정청탁’의 개념을 15가지로 유형으로 열거해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15가지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뭔가 부탁을 하더라도 그것이 '부정한 청탁’은 아니라는 의미겠지요.
다만 인허가, 인사, 공공기관의 재화/용역, 입학, 성적, 병역, 수사/재판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어지간한 업무는 대부분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만큼 ‘왠지 안 될 것 같은데 찜찜하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자문을 한번 받아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저의 자문료는 시간당..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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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외관상 부정청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건 허용된다’ 라고 청탁금지법에서 별도로 정한 사항들이 있습니다. 사실 잠깐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부정청탁이라 보기 어려운 것들이고, 보시면 바로 이해하실 거예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청원법, 국회법 등 법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권리침해의 구제, 제도개선 등을 요구하는 행위 : 법률에 따라 행동한 것이므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 공개적으로 공직자에게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 : 집회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행위를 요구하는 발언을 한다고 해서 청탁이라 보기는 어렵겠지요.
- 선출직 공직자/정당이나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거나 제도개선 등을 요구하는 행위 : 일전에 이 내용을 오해해서 ‘국회의원에게는 청탁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도 당연히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다만 ‘공익적 목적에 따라’ 민원을 전달한 경우는 문제되지 않을 뿐이라 결국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가 이슈가 되겠지요.
- 공공기관의 직무를 법정기한 안에 처리하여 줄 것을 요구하거나 진행상황, 조치결과에 대해 문의하는 행위 : 그저 ‘기한 내에 해 달라’는 요청은 당연히 허용됩니다. 다만 순서가 있는 업무에서 ‘순서를 바꿔서라도 기한 내에 내 업무를 먼저 처리해 달라’는 요구는 '기한 내'가 포인트가 아니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습니다.
- 직무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 증명 등을 신청/요구하는 행위 : 가까운 예로, 주민센터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는 걸 의미합니다.
- 질의 또는 상당형식을 통하여 직무에 관한 법령 등에 대해 설명/해석을 요구하는 행위 : 공무원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은 당연히 허용됩니다.
- 그 밖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 ‘사회상규’의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요, 금품 등 수수부분에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다만 금지되는 부정청탁의 15가지 유형에 해당한다면 사회상규에 위반된다고 볼 가능성이 큽니다.
부정청탁의 유형에 관해 최근 재미있는 판결이 하나 있어 이를 소개합니다.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이 수용자의 부탁을 받고 텔레그램 및 전화통화로 수용자와 가족의 연락을 주선해 주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당연히 부정청탁에 해당되고도 남는다고 느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러한 교도관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서 열거한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검찰은 교도관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부정청탁의 유형 중 “수사, 재판, 심판, 결정, 조정, 중재, 화해 업무에 준하는 업무를 법령에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교도관의 업무는 구속 피의자에 대한 감시 업무가 본질인데, 이 부분이 수사 또는 재판에 준하는 업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위 교도관의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형을 선고하였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709271528001
기자에게 아래와 같이 요구하는 것은 부정청탁에 해당할까요?
<상황 : DvN 방영 “꽃보다 아재”의 고정 출연진 중견 탤런트 조원희씨가 드플일보 김동환 기자에게 기사를 청탁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 조 : 김 기자, 내가 얼마 전에 D퐁 브랜드랑 꽃남방 모델 계약을 체결했는데... 내 사진으로 기사 하나 써 줄 수 있을까? 수고해 줘요~~
기자가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으니 이러한 부탁이 당연히 부정청탁에 해당할 것 같지만, 결론은 ‘아니다’ 입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청탁금지법에서 열거하는 15가지 유형에 ‘기자에 대한 기사 청탁’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조문을 어떻게 해석해도 기사 청탁이 금지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지요.
다만, 다음 편에서 말씀드리겠지만 기자도 금품 등 수수 금지 조항에 따라 선물, 접대를 받는 데는 제한이 있습니다. ‘기자에게 부탁하는 것은 되지만 밥을 사는 것은 제한된다는 게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라는 비판도 있어 왔는데요,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정청탁을 한 경우 혹은 받은 경우 어떤 제재가 있을까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가 부정청탁을 받은 경우, 부정청탁을 한 사람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여야 합니다. 만약 같은 사람이 또 다시 부정청탁을 한 경우 이를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합니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가 위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 기관장이 이에 대해 징계를 "하여야 하므로" 각별히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1.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람(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처분이 내려집니다.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만약 공직자 등이 두 번째 부정청탁을 받고도 서면으로 보고하지 않은 위반한 경우 징계처분이 내려집니다.
2. 부정한 청탁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처분이 내려집니다.
공직자 등이 부탁을 받고 그에 따라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였다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집니다.
공직자가 아닌 사람이 부탁을 받고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한 경우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공직자가 아닌 사람이 다른 사람을 통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1. 쿠키 개발업자 김지은 CEO가 군납용 초코 쿠키 제조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서홍택 대령을 통해 업무담당자에게 부정청탁을 하였다면?
김지은 CEO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서홍택 대령(공직자0) 은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2. 위 김지은 CEO가 업무담당자의 친한 동네 형인 자영업자 이준호 사장을 통해 부정청탁을 하였다면?
김지은 CEO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이준호 사장(공직자X) 은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 공직자의 범위에 대해서 다시 알고 싶다면, 전편을 참고하자)
https://brunch.co.kr/@dlightlaw/36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공직자가 아닌 사람이 자기 자신을 위해 부정청탁을 한 경우 청탁금지법상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 역시 입법 과정에서 논의가 많은 부분이었는데요, 최종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청탁'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경우도 벌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김지은 CEO님, 업무담당자에게 직접 청탁하시면 문제없어요!! (이게 무슨???)
국민 개개인의 의사표현을 지나치에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 부탁할 만한 빽 있는 사람은 맘놓고 청탁해도 된다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겠지만..)
최근 선고된 인상적인 판결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소방서장이 재직 중에 부탁을 받고 특정 소방시설 공사업체의 소방관련법 위반행위에 대해,
1) 소방서 근무 직원인 신고자를 만나 '위반행위를 없었던 것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2) 그리고 소방서의 하급 직원에게 위 묵인지시에 따라 후속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청탁금지법에서는 위와 같이 공직자 등이 제3자(공사업체)를 위해 다른 공직자 등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과태료 얼마가 나왔을지 궁금하실 텐데요,
1천만 원이 나왔습니다. 적절할까요, 아니면 너무 적다고 봐야 할까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5/29/0200000000AKR20170529146800061.HTML
이상으로 부정청탁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청탁’ 자체는 국어사전에서 ‘청하여 남에게 부탁함’이라고 정하고 있듯 그 자체로는 중립적인 의미이고 사람 사이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제가 N 매니저님으로부터 청탁금지법 원고를 청탁받아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청탁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려면 (마치 제가 N 매니저님의 청탁금지법 3편 원고를 3주나 거절했듯) 편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아마 ‘3-5-5(과거에는 3-5-10)’는 다들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이것까지 한번에 정리하자니 필력이 딸리네요. 다음 편에서는 ‘3-5-5’로 잘 알려진 ‘금품 등 수수’ 부분을 말씀드려 볼게요!
금품 등 수수 금지, "받아도 돼?, 안돼?"
총 5부작으로 예정된 <"아빠, 김영란법이 뭐야"> 는 '청탁금지법', 소위'김영란법'으로 널리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에 대해서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의 최영재 변호사가 재치있는 글로 알기 쉽게 풀어서 쓴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