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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Mar 31. 2023

기획자의 몰입 : 공감과 상상력

기획자의 입장에서 클라이언트, 서비스에 몰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신규 인원분들에 대한 교육을 하다보면, '일'을 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설명을 해야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목표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지. 본인이 지금 하고있는 업무가 최종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당장 눈앞의 일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물어보게되는 경우가 생긴다.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기획자의 관점에서, 몰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1. 공감은 꾸준한 분석,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기획자가 다른 무엇보다 공감과 상상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IT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떤 것들을 불편해하는지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클라이언트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어떤 지점을 걱정하고 있을까. 또 이것을 해결해주려면 무엇을 개선해주어야할까. 이처럼 상대방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역할이 기획의 세계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팀원들에게도 자주 '상대방이 어떤 상황일지'를 상상해보라는 말을 종종 건네곤한다. 그들이 어떤 수준의 지식을 갖고있는지. 또 무슨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런 '구체적인 상상'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게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업무는 분명 회사에서, 돈을 받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결과를 받아볼 대상 역시 또다른 사람이다. 결국 그들이 '어떤 타입의 사람인지, 어떤 전문지식을 갖고있는지, 어떤 단게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는지'를 파악할수록, 일의 진행이 쉬워진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클라이언트들이 어떤 상화에 놓여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려한다. 그들이 만들어야하는 서비스의 목적, 그리고 실제 운영을 진행하면서 만나게될 문제들, 투자자나 외부 PT를 위한 준비과정까지. 그들이 내부에서 고민하고, 걱정하게될 지점들을 미리 예측하기 위해 여러 정보들을 알아보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타인을 관찰한다는 것을 입 밖에 꺼내어 말하는 것이 터부시되어있다.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속내를 들여다보려는 것이, 일반적으로 불편한 행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그들의 말하는 표현이나, 생각하는 방식, 하루에 반복하게되는 루틴 같은 것들을 파악해야한다.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게될때, 그들의 꿈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 과거의 경험 같은 것들을 파악하듯. 클라이언트나 서비스를 대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어떤 경험을 통해 현재의 모습에 다다랐는지.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그들의 심리적 동기나, 목표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 내가 모르는 전문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과정


기획자는 스스로 잘 알지 못하는 전문가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또 어떤 것들을 해결해야하는지를 차근차근 파악해나가게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문제해결 방법'이나 '서비스 플랫폼' 등을 확인해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를 상상해보게된다. 사실, 겉으로만 보았을 때에는 그들이 무슨 의도로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단지 그들이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실제로 어떤 지점을 더 강조하고있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심지어 그런 조사과정에서, 내게는 익숙치않은 전문용어나, 정책, 제도 같은 것들을 만나게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이 그 전문가 (클라이언트) 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것들이라는걸 알게된다. '당연한 것들' 속에서 어떤 정보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되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들이 반복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는지. 그들의 일상을 빠르게 파악할수록, 그들에 대해서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전문가 (클라이언트) 들이 무슨 과정을 통해 그 직업을 얻게되었는지. 어떤 시험이나, 공부과정을 거치는지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개별 전문가들이 어떤 정보를 꼭 알아야하는지. 어떤 이유로 업무의 성공 / 실패가 나뉘는지도 파악하게 된다.


상대가 자주 처리해야하는 업무. 경쟁하고있는 타 회사에 비해 다른 강점. 특징들 같은 것들도 매우 중요한 정보다. '일반적인 그 분야 전문가' 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내가 알고있는 상식과, 실제 상대의 모습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문가 기준에서는 '비 전문가들'이 자신의 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알려 노력하는 기획자를 비웃거나, 무시하는 전문가 (클라이언트)는 별로 없다. 물론 - 지식의 수준이 너무 낮거나, 적극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러니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진행하고, 그들의 업종이나 직업적 특징, 중요한 정보와 결정사항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상담사의 역할


기획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IT 기반의 서비스 설계와, 구축 방법, 서비스 기반의 다양한 문제해결방식을 알고있다. 반대로 클라이언트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IT 서비스나 설계, 개발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기획자는 상대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파악하고, 먼저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게된다. 처음 보는 업계,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도 '상대에게 신뢰를 줄 정도의 지식' 만 갖고있더라도, 이야기를 진행하는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 상담이라는 것이 그러하듯이, 이야기를 진행하는건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염려하는 것과, 고민하는 지점들. 그리고 쉽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들어주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획자에게는 기획자 특유의 화법이 필요하다. 마치 상대방을 인터뷰하듯이, 스스로의 지식을 넌지시 비추어주면서도 -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 화법. 상대가 내 질문을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내주는 역할' 로 받아들일만한 화법이 필요하다. 이런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가능하려면, 당연하게도 - 충분한 수준의 업계 지식이 필요하다.



대화 예시사례

- 다른 서비스들은 이런 방식을 선택했는데, 클라이언트 분께서는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고싶으신가요?

-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OOOO 라는 것이 필요한데, 이 내용을 사용해보는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저희가 제안드린 내용은 이 부분에 집중된 내용입니다. 이외에도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상대에게 충분한 정보를 이끌어내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나가자



이런식으로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넌지시 상대방에게 정보를 알려주며, 선택권은 상대에게 주는 대화법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첫 미팅, 첫 대화에서부터 상대의 수준을 파악하는 기준점이 된다. 상대가 내 업계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전문지식을 갖고있는지. 내가 고민하는 지점을 충분히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시작점이 이런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는가' 이기 때문이다.


기획자가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이 충분하지않다면, 상대는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전문지식은 있어도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채워지지 않아 불만을 느끼게된다. 물론, 지나치게 적극성만 보여도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적극적인 이야기듣기와 구체적인 제안. 두가지를 모두 포함한 대화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전문지식이 충분하며 적극적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상담가의 역할. 그것이 기획자가 해내야할 중요한 역할이다.






4. 업무의 끝에서, 내 작업물을 받아볼 클라이언트를 상상해보


기획자 입장에서 촘촘한 엑셀 문서와, 복잡다단한 flow 차트는 '내가 일을 이렇게 열심히했다'라는 증명이 되기도한다. 하지만 그 자료를 보았을 때, IT 전문가가 아닌 클라이언트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지점을 상상할 수 없다면 당신은 작업을 잘 하는 사람일 뿐. 좋은 기획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을 위해 진행된 것인지. 어떤 단계를 거쳐 다음 단계의 내용이 진행되는지.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중요하게 여겼던 내용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IT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클라이언트의 모습을 상상해보아야한다. 내가 일을 맡긴 전문가가 - 내가 알지 못하는 내용을 줄줄이 말하면서, 척 보기에도 복잡해보이는 결과물을 던져놓는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될까?


작업물을 통해 이것이 왜 중요한지, 어떤 것들을 위해 필요한 작업인지. 그래서 무슨 결과가 나온건지.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작업물은 그냥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기획자의 업무에는 무언가에 대한 작업보고 / 요약된 설명이 필요할 때가 많다. 업계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중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간결한 정리전달. 그리고 진행상황에 대한 안내까지. 그런 기본적인 정보의 전달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획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일을 위한 일을 할 뿐. 어떤 지점이 왜 중요한지. 그 업무가 어떤 이유에서 필요한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라면 논리적인 설명, 설득이 불가능해지니 - 클라이언트도 그 중요성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체크포인트

- 이 작업물 / 조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하려했는가?

- 이 작업물 / 조사를 위해 어떤 자료, 서비스 등을 기반자료로 사용했는가?

- 이 작업물 / 조사에서 클라이언트가 선택해야하는 내용은 무엇이 있는가?



무엇을 위해, 어떤것들을 조사자료로 사용했는지.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이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하는지. 상대에게 차근차근, 알기쉽게 이야기해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상대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떤 것들을 통해 이 결과가 나왔는지. 방향성이 다르거나, 기반자료가 틀리진 않은지. 이런 내용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된다. 이런 대화가 2~3번 정도만 반복되어도, 대부분의 사람은 '충분히 자신이 배려받고있다'고 느끼게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충분히 배려받고 있다고 느끼는 상대에게, 대화가 부드러워지는건 당연한 결과값이다. 억지로 누군가에게 신뢰를 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간결한 설명과 보고만으로도 일처리가 손쉽게 진행될 수 있다.







기획자는 분명 기술자로서의 역할이지만, 사람을 관찰하는 관찰자이자. 사려깊은 상담가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에 대해 깊게 이해할수록, 업무를 진행하는 것 또한 손쉽게 진행될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업무라도, 결국 이 내용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문제해결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


상대가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팀원이나, 팀장, 회사 대표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관점,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도움이 필요한 지점이 무엇인지. 이런 입체적인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들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니 상대방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그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또 무슨 목표를 위해 달려나가는 사람들인지. 그 사람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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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로서 상대에게 몰입하는 방법. 결국 그 사람에 대해 관찰하고, 살피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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