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목표하는 것이나 추구하는 것이 좌절되거나 이룰 수 없다고 느껴지면 이전의 나는 점점 깎여나간다. 점점 작아지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초라한 사유 안에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허무해지고 지구를 넘어서서 우주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아닐까 확신한다. 아니, 실제로 정말 가장 불행한 것은 아닐까? 어김없이 재심문에 유도신문까지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한다. 이 행동은 우울하게 만들고 자신을 밑바닥까지 쳐지게 만든다. 그런 생각만 한번 들었다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연속된 실패는 이러한 과정을 반복시켜 주고, 생각보다 적응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번 한 번이 쌓여서 더 크게 깎여나간다.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것에 의미를 두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예술은 의미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제껏 해온 당당하고 대담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몇 발자국 뒤로 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로 가지 않지만 플러스로 가는 것 또한 아니다. 최악은 아니지만 최고는 아닌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영원히 지속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상태도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사실, 그러한 행동 안에는 희망이 존재한다. 희망은 나아가기 위한 아주 중요한 원동력이다. 마치 복권을 사고 일주일을 기다리는 마음과 같다. 비록 복권이 당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비관적인 상태를 만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복권을 사면 된다. 실패는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밥먹듯이 하는 실패 안에서 희망을 가지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글자 그대로 그렇다. 글자 그대로는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제 와서 느낀다.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고, 무너지지 않는 의지가 필요하다. 여러 번의 경험이 필요하고, 긍정적인 합리화도 같이 넣어줘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