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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joomi Apr 24. 2022

동기부여는 셀프입니다.

알아서 잘 하고 있습니다.

몇 해전, 서울 모 대학에서 마케팅 직무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케팅 실무와 취업준비 방법에 대한 저의 경험을 나누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있었지만 내가 마케팅 직무를 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기억에 남는 질문과 그 답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의지가 꺾여서 힘이 나지 않을 때,
멘토님은 어떻게 동기부여하시나요?

저의 경우에는 줄곧 바라던 마케팅이라는 일을 하고 있는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8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을 해오면서 의욕과 열정이 넘치던 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좀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던 순간도 그만큼 많았습니다.


나의 동기부여 방법이라니.

학생의 질문을 계기로, 의욕이 바닥 치던 순간들을 어느새 극복하고 지금까지 계속 일하게 해 준 그 방법들을 정리해보고자 지난 회사 생활을 찬찬히 되짚어 봤습니다.


신입 시절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눈앞의 일을 바쁘게 쳐내느라, 의욕이 꺾일 틈이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동기부여가 필요했던 건, 3년차가 되었을 때였어요. 이제 일도 손에 익고 나니 매번 반복되는 업무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졌습니다. 그저 투덜댔습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커리어도 제시해주고 동기도 부여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투덜대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스스로 오래 고민한 끝에 ‘회사에서는 나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한 동기를 찾는 것은 내가 해야지.’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동기부여는 셀프  



그 이후로 의지가 꺾일 때면 스스로 동기 부여하며 극복해왔습니다. 회사 내에서의 업무를 잘 해내기 위해서든 개인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든지요(물론 좋은 리더와 동료 덕에 느낄 수 있었던 팀워크로부터 힘을 냈던 경우도 많았지만요!).


마케팅을 비롯해, 어떤 일이든 무작정 달려오다 보면, 의지가 꺾이는 상황도 여러 가지입니다만 저의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반복되는 일이 지루해 매너리즘에 빠져서

  2. 눈앞에 닥친 번거로운(빡치는 혹은 일을 방해하는) 상황 때문에


어떤 이유로 의지가 꺾였는지에 따라, 극복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극복이라고 하니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별게 없습니다.



우선 1.반복되는 일이 지루해 매너리즘에 빠져서 의 경우

전체 중 20%는 새로운 것에 투자합니다.


반복되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같은 캠페인이라고 할지라도 담당자로서의 에너지 혹은 전체 마케팅 예산 중 최소 20%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하던 대로만 하면 100% 성과 달성이 보장이 되는 캠페인이라고 할지라도, 20%의 투자로 120% 혹은 그 이상을 해내고자 모험을 하는 것이죠. 잘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잘 안 되더라도 패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의미 있었던 부분을 피드백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습니다. 브랜드의 성장도, 마케터 개인의 성장도.


개인적 삶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집-회사-집의 일상이 너무도 무료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보통 퇴근 후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는데요. 그런 패턴에도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 마찬가지로 퇴근 후 시간의 20%는 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합니다. 테니스나 요가 클래스를 등록해서 배우기도 했고, 작년 여름에는 레몬과 딸기로 청을 담가 에이드를 해 먹는 낙으로 살았고, 겨울에는 집 근처 망원시장에서 과일을 사다가 뱅쇼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글을 써보려고 하고요.


무료한 업무환경과 일상을 100% 바꿔버릴 수는 없지만, 20% 변화를 통해 동기부여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지나가 있더라고요!

 


2. 눈앞에 닥친 번거로운 상황 의 경우

오히려 장기 플랜을 세웁니다.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나면 눈앞의 번거로움 들은 정말 작아 보이더라고요. 항상 거창하고 유의미해 보이는 일만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있다면 정말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합니다. 너무도 작은 일인데 스트레스가 큰 업무들이 있어요. 혹은 이해할 수 없고 경우 없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은 화남의 연속.. 이럴 때일수록 큰 목표 아래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면, 굳이 눈앞의 작은 일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해서 치워버리고, 왜 저 사람이 저런 행동과 말을 하는지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정말 중요한 일을 고민하는 데에 집중하게 됩니다.


수년 전, 혼자서 브랜드의 한 카테고리를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시간도 없고 부담도 많은 상황에 의미 없이 내려오는 페이퍼 워크와 협업은 안 되고 감정만 상하는 사람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그때 제 옆자리의 선배가 해준 말이 있습니다.


“그냥 해. 뭐 이런 거까지 고민해. 우리 목표는 달리 있잖아. 그것만 되면 돼.”


나중에는 생각도 나지 않고 스쳐 지나갈 번거로움 들은 그냥 그렇게 넘기고, 정말 중요한 것들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봐도 결국 지금 남아있는 것은 후자니까요.



1번 방법도, 2번 방법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정말 아무래도 안 될 때에는 그냥 쉽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요. 억지로 동기 부여할 방법을 찾거나 힘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달려오기만 한 관성 탓인지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무작정 쉬면 ‘이렇게 쉬어도 되나?’하는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한을 정해두고 쉽니다. 한 달만, 내년 3월까지만. 기한을 정해두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아무것도 안 할 수 있고, 온전하게 리프레시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살면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이 일을 한다는 그 자체가 동기이자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했으니까요. 하지만 위기는 오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찾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세월 이 일을 하며 더 많은 위기가 올 것이고, 더 많은 동기부여 방법을 찾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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